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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소금눈물 ---- 피에트로 바르톨로·리디아 틸로타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0.03.24 조회수 61

 

 

 

 

때로는 이 일을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리듬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 특히 이토록 많은 괴로움, 이토록 많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 동료들 가운데 다수는 내가 익숙해져 있으리라고, 사체검안을 하는 게 내가 상투적으로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확신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죽은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결코 익숙해지지 않으며, 해난 사고 중에 해산을 하고 나서 탯줄이 잘리지 않은 아기를 아직 몸에 붙인 채로 죽어 있는 여자들을 보는 것에 익숙해질 수 없다. 또한 사체에 번호만 남기는 것을 피하고 누구인지 알아내어 이름을 주기 위해서는 시신에서 손가락이나 귀를 잘라내어 DNA를 추출해야 하는데, 그런 행위에는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 p.22

그들을 앞에 두고 우의적인 눈빛을 주고받을 때면, 나는 그저 그들을 진료하는 의사가 아니다. 나는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고 헤어진 가족을 재회하게 만들어주는 구명부표가 된다. 비록 조이의 경우는 불가능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런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니면 그런 희망을 주지는 않더라도, 그냥 그들이 자기네가 겪은 비극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들을 상대로 초음파검사를 하고 나면, 다수의 젊은 여자들이 나에게 무서운 것을 요구한다. 뱃속에 있는 것이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어떤 폭력의 비극적인 결과이므로, 그것을 모체에서 분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 p.26

아이는 자기 이름이 아누아르이며 나이지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보코 하람이라는 단체의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했단다. 그 무장 단체의 조직원들은 자기들이 나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근본주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아이의 목소리에 절절한 증오가 배어 있음을 느꼈다. 아이가 울고 싶지 않을까 싶었다. 그건 나의 바람이기도 했다. 아이가 제발 울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가 겪은 일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이는 어린 시절의 모든 단계를 건너뛰었다.
--- p.47

람페두사의 어부들 모두가 우리를 돕겠다고 나섰다. 우리처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마 우리 섬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가 바다에 빠졌다면, 그 사람이 누구이든 파도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용인될 수 없고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건 바다의 법칙이고 아무도 그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 법률이 이주민들을 배에 태워주는 것을 금지했을 때, 우리 섬의 어부들은 그 규정에 따르기를 거부했고, 그 때문에 여러 차례 법정에 섰다.
--- p.139

“피에트로, 내가 평생을 바쳐 항해를 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처음일세.” 라파엘레가 계속 부들거리면서 말을 잇는다. “내가 그 사람들을 붙잡으려고 하는데 자꾸 내 손가락들 사이로 빠져나가더라고. 그들 몸이 경유에 절어서 너무 미끄러운 거야. 마치 그들 몸에 기름을 발라놓은 것 같더라고. 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 사람들은 물속에 풍덩 빠져서 다시 떠오르지 않기가 십상이었어. 피에트로, 정말이지 나는 그들을 되도록 많이 구하려고 애썼네. 하지만 내가 뜻한 대로 일이 되지 않았어. 안타까워, 너무 안타까워…….”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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