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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세상을 바꾼 괴짜 천재의 궁극의 놀이본능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0.03.24 조회수 74

 

정보화시대의 토대를 마련한 숨은 천재, 클로드 섀넌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21세기는 흔히 정보화시대라고 말한다. 디지털 컴퓨터, 이메일, 유튜브 동영상 등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세상에 가장 중요한 이론적, 실질적 기여를 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모든 디지털 컴퓨터의 밑바탕에 깔린 기본 개념을 제시한 클로드 섀넌을 들 수 있다. 클로드 섀넌은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유명한 석사학위 논문”으로 디지털시대의 기초를 마련한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다. 최초로 0과 1의 2진법, 즉 비트(bit)를 이용해 문자는 물론 소리·이미지 등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여 “디지털의 아버지”이자 미국 전자통신시대의 서막을 연 인물로 일컬어진다.

클로드 섀넌이 오늘날 지구를 결속하는 정보 아키텍처의 입안자 중 한 명임에도 인지도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자신이 세간의 주목을 싫어한 이유도 있지만, 그의 업적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의 괴리감에도 문제가 있다. 세계 정상급 공학자들은 하나같이 “오늘날 고속데이터통신을 가능케 한 선진 기호 처리 기술은, 클로드 섀넌이 발표한 정보이론 논문의 연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숨은 천재 클로드 섀넌을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그를 단지 디지털 시대의 먼 조상이 아니라, 정보화시대의 토대를 쌓았을뿐더러 단기적 실용성을 넘어 시대적 관심사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학문이라면 무엇이든 연마한 만능 창조인으로 끌어올린다. 저자들은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과의 수많은 인터뷰와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이 ‘창조적 혁신가’이자 ‘늘 장난기 넘쳤던 천재’의 일생을 촘촘히 재구성한다.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제1부

1. 게일로드
2. 앤아버
3. 방 크기만 한 뇌
4. MIT
5.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청년
6. 콜드스프링하버
7. 벨연구소
8. 프린스턴고등연구소
9. 제2차 세계대전
10. 주 6일 근무
11. 침묵의 세계
12. 앨런 튜링
13. 맨해튼

제2부

14. 대서양 횡단
15. 정보이론의 선구자들
16. 획기적인 정보이론
17. 논공행상
18. 불순한 수학적 의도?
19. 노버트 위너
20. 인생을 뒤바꾼 사건
21. 절제와 중용
22. CIA
23. 인간과 기계
24. 체스 두는 컴퓨터
25. 창의적 사고

제3부

26. MIT 교수
27. 내부 정보
28. 공돌이의 천국
29. 저글링하는 수학자
30. 교토
31. 알츠하이머
32. 여진
감사의 글
참고문헌
도판 저작권

              

1985년 영국 브라이턴에서 정보이론 심포지엄이 열렸다. 몸매가 호리호리한 백발의 남자가 회의장을 들락거렸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를 몰랐다. 시간이 조금 지나 그의 정체가 알려지자 회의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심포지엄 의장이 마이크를 들고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 운운하며 그를 연단으로 이끌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고 다들 그 남자의 입을 주목했다. 한데 그는 아무 말도 없이 호주머니에서 공 세 개를 꺼내 저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 깡마른 남자는 69세의 클로드 섀넌이었다.  

이 책은 섀넌의 평전이다. 스물두 살이던 1948년 그가 발표한 논문 ‘통신의 수학적 이론’은 “정보화시대의 대헌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책에 따르면 이 천재는 “0과 1의 이진법, 즉 비트(bit)를 이용해 문자는 물론 소리, 이미지 등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한 “디지털의 아버지”다. “우리가 보내는 모든 e메일, 듣고 보는 DVD와 음성 파일, 우리가 열어보는 모든 웹페이지는 그에게 빚지고 있다.”

두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와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 천재의 일생을 재구성한다. 미시간주의 작은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 멘토였던 바네바 부시와의 인연, 우생학기록연구소와 프린스턴고등연구소, 벨연구소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되기까지를 그려낸다. 책은 그가 지녔던 거의 병적인 수줍음, 아울러 놀이와 장난을 좋아했던 그가 “손으로 마음껏 주무를 수 있는 대상”에서 만족을 느꼈던 점에 주목한다. 그는 저글링하는 수학자였다. “저글링에 깃들어 있는 시와 희곡과 음악”을 느낀 수학자였다. 섀넌의 혁신적 상상력이 바로 그 지점에서 발원했다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 경향신문. 문화면 책코너. 2020.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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