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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1.01.25 조회수 54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3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
1.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2. 한밤의 연애지침서
3. 미래를 보여 드립니다.
4. 환불 요청 대소동
5. 노 쇼는 사양합니다.
6. 이 달의 베스트셀러
7. 비틀즈와 벤젠고리
8. ‘타인의 삶(체험판)’ 출시
9. 예약하신 꿈이 도착하였습니다
에필로그 1. 비고 마이어스의 면접
에필로그 2. 스피도의 완벽한 하루

 

“저는 세 번째 제자의 선택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첫 번째 제자가 다스리기로 한 미래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게다가 두 번째 제자가 다스리기로 한 과거에는 지금까지 겪어 온 귀중한 경험들이 있고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로부터의 배움. 이 2가지는 현재를 살아가는데 너무도 중요한 것들이에요.” 달러구트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페니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잠든 시간은 어떤가요?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죠. 그저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낼 뿐이에요. 말이 좋아 휴식이지, 실제로는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인생을 통틀어 몇십 년을 누워지내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말이죠, 시간의 신은 가장 총애하던 세 번째 제자에게 ‘잠든 시간’을 맡겼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자는 동안 꿈을 꾸게 하라고 했죠. 왜 그랬을까요?”

페니는 질문하는 척하면서 잠깐 뜸을 들이고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저는 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려요.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 제자처럼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이든, 두 번째 제자처럼 과거에만 연연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신은 세 번째 제자에게 잠든 시간을 맡겨서 그들을 돕게 한 거예요. 왜,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은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프롤로그. 3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중에서

1층에는 아주 고가의 인기상품, 또는 한정판, 예약상품들만을 소량 취급하는 데 반해 2층은 좀 더 보편적인 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2층은 일명 ‘평범한 일상’ 코너로, 소소한 여행이나 친구를 만나는 꿈, 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페니가 서 있는 계단 바로 앞쪽에는 ‘추억 코너’라는 팻말이 붙은 진열장이 있었다. 진열장 안에는 고급스러운 가죽 케이스로 포장된 케이스에는 ‘개봉 시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꿈 몇 개만이 남아 있었다.
상품을 구경하던 손님이 지나가던 2층 직원을 불러 물었다. “이 꿈은 뭐죠?”
“그건 어린 시절의 추억이에요. 좋아하는 추억들 중의 하나가 꿈에 나온답니다. 어떤 분이 꾸시는지에 따라서 내용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제 경우에는 어머니 무릎을 베고 귀 청소를 받는 꿈이었죠. 어머니의 향기와 나른한 감각까지. 훌륭한 꿈이었습니다.” 직원이 허공을 응시하며 꿈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것 주세요. 여러 개 사도되나요?”
“그럼요, 많은 손님께서 하룻밤에 2~3개씩은 가져가신답니다.”
페니는 까치발을 들고 층 전체를 둘러봤다. 이 층의 매니저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모던한 침실처럼 꾸며진 구석의 코너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페니는 그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가갔다. 매니저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허리춤에 앞치마를 두르고 숫자 ‘2’가 각인된 은빛 브로치를 달고 있는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한 남자만 고급 재킷을 차려입고 가슴에 브로치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강단 있고 야무진 인상을 풍겼다.
“왜 못 사게 하는 거예요?”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던 젊은 남자 손님은 당황해서 따져 묻고 있었다.
“지금 잡생각이 많으신 것 같은데 꿈은 다음에 구입하시는 게 어떨까요? 꿈의 선명도가 떨어진답니다. 이럴 때는 그냥 숙면하시는 게 좋죠.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 경험상 손님의 경우에는 99% 꿈을 꾸는 도중에도 잡생각이 끼어들거든요.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버려요. 옆 골목에서 파는 양파 우유가 굉장히 고소하답니다. 숙면에도 도움이 되지요. 드시고 푹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남자 손님은 꿍얼거리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버렸다.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는 손님이 놓고 간 꿈 상자를 집어서 손수건으로 살짝 문지르더니 각을 맞춰 진열장에 다시 올려놓았다.
---「1.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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