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덴마크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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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2.03.02 | 조회수 | 16 |
나의 덴마크 선생님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서로 의지하는 법 배우기
목차
차례 서문 스승을 찾아 떠난 먼 길 1 잊힌 배움과 잊지 못할 배움 2 당신의 기대는 공정했나요? 3 너도 울어 본 적 있니? 4 다 내려놓고 놀게 되기까지 5 학생의 실패가 아니다 6 이제는 제자들이 부럽지 않다 7 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객지 후기 참고 문헌 저 : 정혜선 불안과 우울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이십 대를 보냈다. 삼십 대의 마지막 해에 덴마크 세계시민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긴장을 풀고 쉬는 법, 덜 열심히 사는 법을 배웠다. 미국의 생태철학자이자 활동가인 조애나 메이시의 삶에서 큰 영향을 받아 생태위기 시대에 마음의 힘을 키우는 워크숍 ‘재연결작업’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세계시민 교육을 주제로 수업하며, 먹거리와 꽃이 자라는 자그마한 숲밭을 가꾸고 있다. 지금은 특별히 소속된 곳이 없는데 불안하지 않다. 함께 쓴 책으로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와 『서로를 살리는 기후위기 교육』이 있으며 인문잡지 [한편]과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등에 기고했다. 책 속으로 나는 느린 학생이다. 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며,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는 학생. 내 나름의 생각과 경험이 있고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표현하는 일에 애를 먹는 학생. 이렇게 내가 교사일 때 만났던 느린 학생들의 마음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IPC로 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학생으로 살았던 16년 동안에는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곧잘 알아들을 수 있었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거리낌 없었다. 평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만 같아 세상에서 학생이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에 왔는데, 통렬한 첫 번째 배움은 내가 느린 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느린 학생」중에서 나는 잔뜩 긴장한 채 학생들과 거트루드 선생님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여러분처럼 아름다운 영어 문장으로 말하지는 못할 거예요. 버벅거리거나 말이 엉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면 좋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앞에 발표한 팀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야. 이건 너에게 공정하지 않아. 우리 모두가 알지. 여기 혜선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니?” 선생님은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봐, 여기 네 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어. 영어 말고 내용에 집중해라.” 선생님의 그 말은 힘이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첫 문장을 말했다. “저는 경쟁에 내몰린 한국 청년들을 위한 인생학교 프로젝트를 준비했어요. 왜냐하면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너에게 공정하지 않아」중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했던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평화를 원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쿠리에와 마사토는 내가 발표한 김구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마사토는 『백범일지』의 일본어 번역본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김구 선생의 의문의 죽음에 관해 쿠리에는 군국주의로 기우는 일본에 반대하다가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해 내기도 했다. 쿠리에는 이런 몇 달의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용기를 찾은 듯, 나와 또 다른 일본 친구 사치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표 준비를 시작할 무렵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몇 번의 밤을 함께 보내며 발표 준비를 했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역사적 사실과 한국 입장을 들려주었고, 그들은 일본 정부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주었다. 발표 전날 밤 두 나라의 입장이 담긴 슬라이드를 함께 만들며 나는 두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조상과 정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어려운 일을 함께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희들은 나의 희망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쿠리에가 울음을 터뜨렸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울음이었다. ---「일본 학생들과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다」중에서 “이제 대안학교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할 거예요. 일본은 이미 그런 추세라고 해요. 한국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치유의 공간에서는 상처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상처가 드러나지 않는 치유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상처가 터져 나올 때마다 나의 상처 또한 움찔했다. 학생들과 내 상처는 서로 만나 깊은 가을 뱀사골 단풍처럼 활활 불타오르며 지리산을 홀라당 태워 버릴 듯했다. 내게 치유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치유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대꾸에 친구가 대답했다. “이 세상의 모든 치유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자기 자신이 치유되어야 했던 사람들이야.” ---「숨겨진 치유자」중에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해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앙헬 선생님이 젊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두려워하지 마. 어떻게 보면 아주 매력적인 시대야.” 앙헬 선생님다운 말이다. 나는 막 출발하려는 열차에 뛰어오르듯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역사가 생각났다. 그는 젊은 학생들에게 정치에 도전해 보길 권했다. “기억해야 해. 네가 정치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언제나 너를 선택한단다.” ---「지금은 아주 매력적인 시대야」중에서 유럽에서 곱게 자란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서 낯선 나라를 여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지만, 캐트린은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혼자 여행했다. 여행이 끝나고 보니 12년이 지나 있었다고 한다. 오랜 여행을 통해 캐트린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 몫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미술실에서 나무를 그리다가 온갖 공을 들였지만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 왔다. 그때 나는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캐트린에게 말했다. 그러자 캐트린은 나에게 질문했다. “길을 잃는 것을 싫어하니?” 그 질문의 울림은 오랫동안 나의 가슴에 남아 있다. ---「마지막 밤은 쿠르드 친구들과 함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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