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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김범준의 과학 상자
작성자 *** 등록일 22.10.04 조회수 50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김범준의 과학 상자

 

과학은 복잡하지 않다, 세상이 복잡할 뿐

김범준 | 바다출판사 | 2022년 07월 22일

 

 

 

목차

들어가는 말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과학의 도구 모음 7

과학 상자 ①

얽히고설킨 관계를 점과 선으로 그리는 법 29
-우리 세상을 연결망으로 보기

과학 상자 ②

유독 선이 많은 마당발 찾는 법 51
-카사노바에게 백신 전달하기

과학 상자 ③

마당발이 생기는 이유를 이해하는 법 73
-척도 없는 연결망과 허브가 중요한 이유

과학 상자 ④

점이 뭉치는 커뮤니티 찾는 법 99
-커뮤니티 찾는 모형들

과학 상자 ⑤

거시적인 패턴을 발견하는 법 119
-키, 소득, 성씨의 확률 분포

과학 상자 ⑥

몇 가지 규칙으로 전체를 만들어내는 법 139
-미분 방정식과 행위자 기반 모형으로 전체 그리기

과학 상자 ⑦

(거의) 모든 확산을 예측하는 법 155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다양한 모형들

과학 상자 ⑧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을 원자로 보는 법 185
-의사소통 구조와 시설물의 위치 설명하기

과학 상자 ⑨

물질에서 비물질이 떠오르는 현상을 이해하는 법 215
-신경 세포와 인공 신경망 모형들

과학 상자 ⑩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가 되는 구조를 찾는 법 235
-때맞음을 설명하는 모형들

과학 상자 ⑪

스스로 질서를 찾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법 253
-저절로 다가서는 임계성으로 자연과 사회 보기

나가는 말
과학이라는 도구를 더 잘 사용하는 법 271

 

 

저 : 김범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초전도 배열에 대한 이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와 아주대학교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반역학, 전산물리학, 열 및 통계물리학 등 물리학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잘 모르는데 잘 알고 싶으면 일단 무작정 강의를 개설하고 볼 일이라는 은사님 조언을 따라 네트워크와 마케팅, 뇌와 컴퓨테이션, 비선형 동역학과 자연현상, 자연과학과 인공지능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강의하고 있다. 물리학의 세부 전공으로는 통계물리학을 전공했다. 상전이와 임계현상에 대한 통계물리학의 전통적인 주제도 연구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구성요소가 서로 연결된 자연과 사회의 복잡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현실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복잡계 과학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연구를 주로 한다.

이러한 연구방법을 호기심-추동 연구(curiosity-driven research)라고 한다. 호기심으로 연구를 시작하면, 흥미진진하게 연구를 진행하게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연구가 마무리된 후에는, 과연 이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을지 함께한 연구원들과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논문 출판을 걱정했던 연구로는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윷놀이에서 업는 것과 잡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살펴본 연구’ 등이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마무리한 연구결과를 모두 학술지에 출판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발표한 논문은 약 180편으로, 이 중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한 논문은 1,600번 정도 인용된 ‘복잡한 연결망의 공격에 대한 취약성 연구’다. 과연 1,600명 모두가 이 논문을 읽고 인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세상물정의 물리학』 출판 이후, 다양한 대중 강연 경험으로 강연 스킬이 급상승한 덕에 딱딱한 국제학회 발표에서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싱가폴에서의 국제학회 기조강연에서는 ‘사람의 체질량 지수와 직립보행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박수를 치고 폭소를 터뜨리는 사건이 있었다. 피카츄의 체질량 지수를 계산해 보여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우리나라 통계물리학계의 초석을 놓은 조순탁 교수의 호를 딴, 한국물리학회에서 수여하는 용봉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용봉상은 40세 이하의 국내 통계물리학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상을 받을 때의 나이가 딱 40세였던 것으로 미루어, 아무래도 연구가 아니라 나이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된 게 아닐까 싶다. 2015년, 『세상물정의 물리학』으로는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 저술상을 수상했다. 한국복잡계학회의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의 회원, 한국물리학회 대중화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과학의 대중화를 넘어 대중의 과학화를 꿈꾼다. 과학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핵심교양의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많은 사람의 생각과 달리 과학은 어려울 수는 있어도 복잡하지는 않다. 복잡한 것은 과학 자체가 아니라 과학의 대상이다. 과학자의 눈앞에서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온갖 복잡한 현상을 이론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과학의 정수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는 것이 바로 과학이라는 말이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쩌다 식사 자리에 합석한 처음 본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 그분과 나를 연결하는 사회 관계를 깨달아 깜짝 놀란 경험을 한 독자가 많을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난 그분이 내 고등학교 친구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었다든가 하는. 이런 일을 겪으면 우린 무릎을 치면서 “와, 정말 신기하네요, 세상 참 좁네요”라고 말하고는 한다. 드물지만 간혹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밀그램의 좁은 세상 효과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생면부지의 두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짧은 경로로 연결될 수 있다.
---「1장 얽히고설킨 관계를 점과 선으로 그리는 법」중에서

언뜻 생각하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 ‘카사노바에게 백신 전달하기’의 방법을 제안한 연구가 있다. 방법도 아주 단순하다. 먼저 스톡홀름 중앙역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백신을 주는 거다. 물론 백신을 받아가는 사람 중에 카사노바는 없다. 그 대신에 아무에게나 백신을 나눠주면서 백신 받는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직접 백신을 사용하지 마시고, 상대방에게 드리세요.” 이렇게 하면 카사노바에게 오래지 않아 백신이 전달된다. 왜 그럴까? 카사노바는 성관계 상대방의 숫자가 1000명이다. 카사노바는 백신을 받아가지 않지만 이 사람의 성관계 파트너 1000명 중 한 명이 백신을 받아가면 오래지 않아 카사노바에게 백신이 전달된다. 아무에게나 나눠주면서 상대방께 드리라는 부탁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2장 유독 선이 많은 마당발 찾는 법」중에서

우리 주변의 많은 연결망은 소수의 노드가 많은 링크를 가지는 데 반해 대부분의 노드는 링크가 몇 개 없는 ‘척도 없는scale-free 연결망’의 모습을 띤다. 척도 없는 연결망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터넷이다. 링크가 몰려 있는 소수의 허브 덕분에 인터넷은 통신망이 공격받는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굳건히 정보를 전달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허브가 무너지면 전체 통신망도 파괴된다는 특성이 있다. 이 척도 없는 연결망은 사회 연결망뿐만 아니라 연결망으로 그릴 수 있는 모든 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통계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척도 없는 연결망을 통해 우리는 왜 마당발이 생겨나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의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다.
---「3장 마당발이 생기는 이유를 이해하는 법」중에서

링크의 유무라는 정보만을 이용해서 연결망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커뮤니티 구조를 갖는지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방법으로 살펴볼 수 있을까? 각자는 한 커뮤니티에 속하고 이렇게 구성된 커뮤니티가 모여 전체 연결망을 구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노드로 해서 그리면 노드가 너무 많아 정말 복잡해 보이는 연결망이라도, 여러 노드로 구성된 커뮤니티 하나를 하나의 노드로 표현해서 다시 그리면 직관적으로 더 쉽게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때도 많다.
---「4장 점이 뭉치는 커뮤니티 찾는 법」중에서

많은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많은 구성 요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데 모여 전체를 이룬다. 복잡계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전체가 보여주는 큰 규모의 ‘거시적 패턴’에 우선 관심을 둔다. 어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전체의 키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럼 우리는 이 사람에게 학생 한 명 한 명의 키를 한 줄씩 죽 적은 문서를 만들어 보여줄 수 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학생들의 키를 막대그래프로 그려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막대그래프를 그리면 숫자를 나열하는 방식보다 더 쉽고 직관적으로 한눈에 학생들의 키에 대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
---「5장 거시적인 패턴을 발견하는 법」중에서

생명 게임에서 각 격자점에 놓인 개체는 몇 개의 단순한 행동 규칙을 따른다. 한 개체는 주변에 이웃의 수가 너무 적거나 혹은 너무 많으면 죽는다.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이웃과 함께 집단을 이루는 것이 유리하지만, 너무 밀도가 높으면 살기 어렵다는 상황을 떠올리면 되겠다. 이웃의 수가 적당하면 이제 이 개체는 주변에 자손을 남긴다. 이처럼 단순한 규칙이지만 생명 게임에서 만들어지는 패턴의 다양함을 본 많은 과학자는 크게 놀랐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일군의 개체가 무리를 만들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엄청난 규모의 큰 패턴이 주기적으로 흥망성쇠를 반복하기도 한다.
---「6장 몇 가지 규칙으로 전체를 만들어내는 법」중에서

연구자는 전파되는 대상이 무엇이든, 큰 틀 안에서는 거의 대동소이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항공 연결망을 통해 전 지구적인 규모로 전파되는 전염병이나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는 컴퓨터 바이러스나, 같은 이론 도구로 이해할 수 있다. 누리 소통망을 통한 거짓 소식fake news의 확산도, 한 조직이 의견 교환이 일어나는 연결망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7장 (거의) 모든 확산을 예측하는 법」중에서

사회 안에서 행동하는 인간을 마치 물리학의 원자처럼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무언가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우리 집에 네 명이 산다고 할 때, 가족 모두가 나이도 몸무게도 하나같이 똑같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단지 ‘몇 명’인지 셀 때만은 나이, 몸무게 같은 차이를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원자처럼 단순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럿이 모여 만든 사회의 거시적인 특성을 설명하려 할 때는 인간을 단순한 행동 규칙을 따르는 원자 같은 존재로 일단 가정해보자는 제안이다.
---「8장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을 원자로 보는 법」중에서

사실 신경 세포 하나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구성 입자들의 상호 작용으로 신경 세포 하나의 전체 행동이 결정된다. 신경 세포 하나하나도 제각각 복잡계라는 뜻이다. 구성 요소가 복잡계이고 이들이 다시 관계를 맺어 전체를 만들어내므로 신경망은 복잡계의 복잡계라 할 만하다. 신경망 전체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이해하려는 현상의 층위에 맞춰 그보다 아래 층위는 거칠게 대충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9장 물질에서 비물질이 떠오르는 현상을 이해하는 법」중에서

때맞음 현상은 상호 작용을 하는 여러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에서 널리 관찰된다. 반짝 반짝 빛을 내는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여럿이 한 나무에 모여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처럼 동시에 박자를 맞춰 멋진 장관을 보여준다. 앞 장에서 본 뇌 안의 신경 세포도 마찬가지여서, 시냅스로 연결된 여러 신경 세포가 때를 맞춰 동시에 발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기 특정한 주기로 그 상태가 변하는 구성 요소가 있을 때, 이들 구성 요소의 주기가 모두 같아져 하나로 정렬하는 것이 때맞음이다.
---「10장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가 되는 구조를 찾는 법」중에서

SOC라는 도구로 특정 현상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미국 국립 공원에서는 여기저기서 자연 발화로 크고 작은 산불이 수시로 일어난다. 대규모의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산불을 초기에 진화하면, 전체 공원의 나무 밀도는 임계점을 넘어 초임계 상태supercritical state에 놓인다. 과도하게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불타버릴 수 있다. 산불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도의 무관심이 오히려 울창한 숲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11장 스스로 질서를 찾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법」중에서

과학의 역사는 저 멀리 보이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지개를 향해 직선으로 끊임없이 걸어가는 그런 과정도 아니다. 무지개를 좇다 보면 더 예쁜 무지개 여럿이 여기저기 저 앞에 보이고, 그중 하나를 골라 새 무지개를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무지개 여럿이 저 멀리 더 많이 보이는 그런 형상에 가깝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곧게 난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분기해 점점 넓어지는 경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하지만 결코 경계에 도달할 수는 없는 그런 과정 말이다. 분기해 점점 넓어지는 경계를 향해 개별 과학자는 딱 하나의 길 만을 걸을 수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며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인류의 다른 모든 활동처럼, 과학의 길도 혼자서 걷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나가는 말 과학이라는 도구를 더 잘 사용하는 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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