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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는 얼굴들 --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2.12.01 조회수 31

 

 

 

사로잡는 얼굴들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 양장 ]

이사 레슈코 저/김민주 역 | 가망서사 | 2022년 09월 30일 |

목차

추천의 글 - 사이 몽고메리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방문한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사진
동물들의 이야기

생추어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 진 바우어
공감이 행동이 되기까지 - 앤 윌크스 터커

주석
참고 자료

함께 쓴 사람들
한국 출간을 함께한 사람들
감사의 말


저 : 이사 레슈코 (Isa Leshko)

동물권, 노화, 죽음에 관한 주제로 작업하는 사진작가다. 미국 전역에서 전시한 경력이 있으며, 보글리아스코 재단, 컬처앤애니멀 재단, 휴스턴 사진 센터, 밀레이 예술단, 실버아이 사진 센터 등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 《뉴욕 타임스》, 《애틀란틱》, 《보스턴 글로브》, 《하퍼스 매거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존타크차이퉁》, 《쥐트도이체 차이퉁》, 영국 《가디언》에 작품을 게재했다.


역 : 김민주 (White wolf)

자연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러. 생태적이고 영성적인 삶의 방식을 교육, 기획하는 울프하우스(Wolf House)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유기농업을 배우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생태와 영성을 주제로 하는 국내외의 교류를 기획하고 돕게 되었다. 번역한 책으로는 《생명의 정원》, 《텃밭채소로 누구나 만드는 부엌 화장품》이, 독립출판물 저서로는 《나의 하와이 ― 잃어버린 색을 찾아서》가 있다.
인스타그램 @aloha.whitewolf


책 속으로


농장동물들도 우리 인간이 원하는 것들을 원한다. 평안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참하게 살다가, 너무 어린 나이에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상황을 바꿀 힘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다. 남은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할 의지가 있는가, 이다.
--- p.16

생추어리에는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던 동물들이 온다. 어떤 동물은 도살장행 트럭에서 탈출해 거리를 헤매다가 발견된다. 어떤 동물들은 통제 불능 상태의 호더[hoarder, 동물을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나 뒷마당에서 동물을 사육해 바로 도축하는 푸줏간으로부터 구조된다.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농장에서 사룟값을 감당하지 못해 버려진 동물들도 많다. 드물기는 하지만, 반려인으로부터 더 이상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반려동물들도 온다. 대부분의 동물은 끔찍한 환경에 놓여 있었고, 광범위한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상태로 생추어리에 온다. 어떤 동물은 살아남지 못하지만, 살아남은 동물은 여생을 보낼 집을 얻는다.

생추어리에서 동물들은 충분한 공간을 마음껏 누리며 습성대로 산다. 닭들은 야외에서 일광욕과 모래 목욕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런 환경은 공장식 축산 농장과는 전혀 다르다. 농장의 닭들은 창문이 없고 환기도 되지 않는 헛간에서 밀집된 상태로 살아간다. 농장의 암퇘지는 옴짝달싹 못 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 산다. 반면 생추어리의 돼지들은 넓은 목초지를 탐험하고, 진흙탕에서 구른다. 신선한 건초 위에서 서로 몸을 붙인 채 잠들고, 종종 큰 소리로 코를 골기도 한다. 이 동물들은 무엇도 요구받지 않는다.
--- p.22~23

이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아직 프로젝트라고 여기기도 전부터 나는 직감적으로 이 이미지들을 ‘초상’으로 상정하고 접근했다. 윈슬로우 농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핀슈 품종 양 지블론과 이사야를 마주쳤다. 그들은 관절염을 앓고 있었고, 서로의 곁에 꼭 붙어서 잠을 자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헛간에서 잠든 그들의 얼굴은 따뜻한 9월의 햇볕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들이 여전히 편안해 보여서 조금씩 더 가까이 갔고, 그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양들의 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바닥에 엎드린 채 사진을 찍었다.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이후에도 프로젝트 내내 엎드려서 촬영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진흙과 동물 배설물 속에서 보냈다. 헛간에서의 하루가 저물 때면 나는 지저분해졌고, 땀에 흠뻑 젖었고, 온몸이 진드기로 뒤덮여 있기도 했다. 동물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비틀었던 탓에 근육과 관절이 쑤셨다. 나는 그날 만난 동물들만큼 늙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p.26

구조된 농장동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나를 바꾸어 놓았다. 나는 이 동물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고, 내 사진이 그들을 대변하기를 바랐다. 그 외의 다른 이유로 동물들을 촬영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 같았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이 이미지들을 초상으로 접근하는 데 진심을 다했고, 동물 각각의 고유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 p.30

나는 이 책의 사진들도 농장동물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기를 바란다. 관객들이 이 내밀한 초상들을 통해, 농장동물이 아둔한 짐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있기를 바란다. 이 동물들은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지각 있는 존재이고, 개별성과 고유성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동화 《샬롯의 거미줄》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들 같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물들도 기쁨과 고통, 즐거움과 슬픔, 두려움과 분노를 경험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동물들도 자식을 사랑하며, 새끼와 분리되면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수줍음을 타는 내성적인 동물이 있는가 하면, 외향적이고 다정한 동물도 있다. 어떤 동물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반면, 다른 동물과 친밀한 우정을 쌓는 동물도 있다. 동물도 친구가 죽으면 애도한다.

그들이 감정을 경험하는 방식이 인간과 똑같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 생태적 문화인류학자 바버라 J. 킹은 《음식에 담긴 생명체》에서 이렇게 쓴다. “어떤 동물도 지각 있는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우리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지각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개별성과 고유성을 지닌 존재로서 지능과 감정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지능과 감정을 지녀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 p.33

이 동물들에 대해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해버리는 것은, 그 존재의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0억 마리의 육지 동물이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사육된다. 농장동물 대부분이 채 생후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에서, 노년의 농장동물을 직접 마주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다. 나는 이 책의 이미지들이 어렸을 때 도축된 농장동물들이 영영 잃어버린 것을 떠올려보도록 독자들을 이끌기를 바란다. 나이 든 농장동물과 함께한 경험은 나에게 노년이 저주가 아닌, 사치라는 것을 알게 했다. 나는 미래의 나에게 닥칠 일에 대해 계속해서 두려워하겠지만 그래도, 이 동물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초연하고 품위 있는 태도로 최후의 쇠락을 마주하고 싶다.
--- pp.31~32

생추어리는 동물을 상품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철창과 우리에 가두어 기르는 축산 시스템의 무자비한 폭력을 향한 노골적인 맞대응이다. 동물들은 절망한 채 꼼짝하지 못하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창살에 덜컹덜컹 몸을 부딪친다. 당신이 공장식 농장에 가서 심하게 오염된 나머지 눈과 코와 목을 태워버릴 것 같은 공기와 유독 가스를 마시다 보면 영혼에 금이 갈 것이다. 돼지, 소, 닭 등 많은 동물이 생명 없는 생산 도구마냥 다루어진다. 그들은 태어난 첫날부터 도축장에서 피비린내 나는 최후를 맞을 때까지 비참하게 산다. 매년 인간의 음식이 되는 수십억 - 생선까지 포함한다면 수십조 - 동물에 대한 착취와 살해, 극악무도한 행위들은 실체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 각각이 고유한 존재라는 것을, 자신만의 삶을 실제로 살아낸 존재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진 바우어, ‘생추어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중)
--- pp.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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