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서 영국의 정치가나 실업가들은 대영제국의 식민지개발에 몰두하였다. 그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상업적인 가치가 높은 동시에 식민지에 이식해도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선정하는 일이었다. 예를 들면 식물 가운데 담배는 신대륙에서 나탈(Natal, 남아프리카)에 이식되었다. 코피는 라이베리아(Liberia)로부터 극동의 일부 국가에 이식되었다. 키니네를 얻는 식물(키나 나무)은 남아메리카에서 스리랑카(Sir Lanka, Ceylon)로 옮겨졌다. 브라질에서 가져온 고무나무의 씨앗은 말레이시아와 스리랑카의 큰 고무 밭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일에는 런던에 있는 큐식물원(Kew Gardens) 과학자들의 도움이 컸다. 이 식물원은 1760년경에 국왕의 사유 정원으로서 건립되었고 곧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식물 컬렉션의 하나로 일컬어졌다. 1840년에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하자 이 식물원을 국가에 기증하였으므로 그 후 이것은 공공재원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심고자 하는 식물의 씨앗은 큐식물원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 온실 안에서 발아시켜 온도나 습도 기타를 주의 깊게 조절하면서 키웠다. 건강하게 자란 묘목은 그 후에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식민지로 발송되었다. 이 방법은 식민지에 종자를 직접 보내서 키우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방법이었다. 식민지에서는 묘목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의 세심한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방의 사육에서 케이스의 힌트를 얻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긴 항해 기간에 어떻게 해서 묘목을 살리며 건강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장치가 우연히 발견되었다. 여기에 넣어서 보내면 묘목이든 큰 식물이든 긴 항해 중 돌보지 않아도 살려서 가져갈 수 있었다.

  이 장치는 나다니엘 워드(Nathaniel Ward, 1578?~1652)에 의해서 발명되었다. 그 자신은 다음과 같이 그 경위를 말하고 있다(워드, 《밀폐된 유리 케이스 안에서의 식물의 성장에 대하여》 ; N. B. Ward, On the Growth of Plants in Closed Cases, 1852)

     『내가 아주 젊었을 때 품었던 야심은 양치류(羊齒類)와 이끼로 덮인 낡은 벽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는 집 뒤에 있는 마당에 암석을 쌓아서 돌담을 만들고 그 꼭대기에 구멍을 많이 뚫은 관을 올려놓고 여기에서부터 여기서부터 물을 끊임없이 떨어뜨려서 바위 사이에 심은 식물들 — 두 종류의 양치류와 이끼류 —을 키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주변의 공장이 대량의 매연을 내뿜기 때문에 내가 키우던 식물은 곧 약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말라 죽고 말았다. 나는 이들을 살리려고 매우 노력했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뒷마당에 정원을 만들려고 하는 생각을 깨끗이 단념하고 자기의 도락(道樂)을 정원 만드는 일에서 나방을 키우는 일로 바꾸었다. 1829년 여름에 주둥이가 넓은 병 속에 젖은 밭 흙을 집어넣고 그 속에 참새 나방의 번데기를 하나 파묻었다. 병의 뚜껑을 덮고 번데기가 나날이 성장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 날 그는 「대낮에 따뜻할 때 흙에서 올라온 습기가 유리 표면에 응결된 후 다시 흙으로 돌아가서 흙이 언제나 같은 정도의 습기가 있도록 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얼마 후에 「고사리와 풀의 싹이 흙의 표면에 모습을 나타냈다.」

  워드는 자기가 쌓은 바위 울타리에서는 전혀 키울 수 없었던 식물이 어째서 저절로 유리병 속에서 돋아나오는 것인가를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본질적인 조건은 매연과 기타 고체입자를 품고 있지 않은 축축한 대기와 빛, 열 그리고 씨의 휴면기간(休眠期間)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워드는 기름칠함으로써 공기를 통과시키지 않는 명주로 병 입구를 덮고 서재의 창 밑에 내놓은 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식물을 계속 잘 자랐다. 거의 돌보아 주지 않아도 되었다. 식물들은 여기에서 4년 가까이 자랐고, 풀은 1년에 한 번 꽃을 피웠으며, 양치류는 1년에 서너너덧 개의 잎을 새로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