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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3.04.20 조회수 7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저/이선주 역 | 현대지성 | 2023년 01월 05일 | 원제 : Wild Rituals: 10 Lessons Animals Can Teach Us about Connection, Community, and Ourselves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우리가 잃어버린 것

1장 인사가 중요한 이유―인사 의례
2장 집단이 발휘하는 힘―집단 의례
3장 색다른 매력을 뽐내다―구애 의례
4장 보석, 꽃, 죽은 새 선물―선물 의례
5장 으르렁거리며 전하고 싶은 말―소리 의례
6장 자세, 몸짓, 표정의 무게―무언 의례
7장 놀이로 배우는 생존 기술―놀이 의례
8장 함께 애도하면서 치유하기―애도 의례
9장 새로운 시작과 자연의 리듬―회복 의례
10장 우리 자신을 되찾는 여행―여행 의례

미주
감사의 말



책소개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30년간 관찰한 생명과 공존의 의례
단절과 분열의 시대, 야생동물이 건네는 10가지 공생의 메시지

김진만 〈아마존의 눈물〉 PD, 루리 『긴긴밤』 작가, 이원영 동물행동학자 강력 추천!


나이가 들어서 이가 모두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가 음식을 대신 씹어준다. 엄마 침팬지는 아기 침팬지에게 흰개미 잡는 도구를 만들어 손수 쥐여주며 먹이를 구하는 법을 가르친다. 코끼리거북이는 애정을 구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토마토를 선물한다. 코끼리는 죽은 친구의 장례식에서 애도하며 몸에 흙을 덮어준다. 이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의례를 행하며 살아간다. 오직 인간만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일정한 체계를 갖추었다는 선입견은 진실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동생태학자이자 코끼리 전문가인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지난 30여 년간 코끼리, 원숭이, 얼룩말, 코뿔소, 사자, 고래, 홍학 등 수많은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했다. 책 속에서 그는 우리 인간의 기원과 본성을 야생동물에게서 찾고 그들로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욕구를 탐색한다. 그 본능이란 다름 아닌 ‘관계 맺기’다.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야생동물의 10가지 의례 행동을 살펴보면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보다 생명력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데 필요한 빛나는 통찰을 제시한다.

과학기술은 고도로 발전하고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아왔다. 지금까지 인간과 동물 종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았는지를 돌이켜본다면 우리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상대적인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코끼리 전문가가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본질적인 야생 의례의 세계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야생동물은 끊임없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는 이들을 관찰하면서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어 매일같이 감탄한다. 코끼리들이 예의를 갖춰 인사하거나 새끼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동물 사회가 인간 사회와 얼마나 비슷한지 새삼 다시 생각한다. 이가 모두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가 음식을 대신 씹어서 먹여주는 다정함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 노인을 돌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 p.23

의례를 종교적인 의식으로만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의례는 넓은 의미로 종교, 숭배, 영적인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확한 절차에 따라 자주 되풀이하는 구체적인 행동은 모두 의례다. 차례대로 이어지는 행동들도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의례는 요가의 태양 예배 자세를 반복하며 매일 연습하는 일처럼 간단할 수도 있고, 금요일 저녁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일처럼 복잡할 수도 있다. 침팬지의 돌 던지기처럼 평범한 행동에 의미가 깃들면 의례가 된다. 각각의 행동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전체가 되면 의미를 얻는다.
--- p.27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진화한 적응 행동이다.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무리를 벗어나 낯선 곳에서 짝을 찾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교 기술로는 아주 가까운 집단 밖에 있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데, 이것은 알고 보면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 p.59

지금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바우어새와 홍학은 의례를 시작할 때 미래의 짝이 그저 지켜보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들은 일단 무슨 행동이든 실행해서 상대의 관심을 끈 다음 상대가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그 행동은 상대 또는 집단과 같이 하는 일일 수도 있고 혼자 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 무슨 일이라도 시작해보고 사람들을 우리 의례에 끌어들이자.
--- p.112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선물 의례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라에게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의례에서는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략)왜 선물은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더 의미 있다고 여겨질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것 또한 선물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3주 동안 마사지 수업을 들은 부부들을 연구한 결과, 배우자에게 마사지를 해준 사람은 마사지를 받을 때만큼이나 기쁨을 느꼈다. 마사지를 받은 사람과 똑같이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이다. 단지 상대방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해졌다.
--- p.133

이들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으르렁거리는 소리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물웅덩이를 찾는 코끼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 되자 코끼리의 발걸음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이따금 수컷 코끼리가 물을 마시기 위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새벽이 올 때까지 홀로 무샤라 물웅덩이의 심장 박동이 된다. 새벽이 오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는 사자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 p.164

우리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것조차 아주 오래된 무언 의례다. 미소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다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미소를 짓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의례다. 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미소는 대대로 후손에게 전해졌고, 많은 영장류 동물들도 비슷한 의례를 행한다.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침팬지가 무언가를 보고 두려움을 느껴서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실 침팬지가 웃음을 짓는 상황은 우리가 웃을 때와 똑같다. 예를 들어 간지럼을 태우면 새끼 침팬지도 사람의 아기와 똑같이 웃는다. 웃는 의례는 인류와 침팬지의 공통 선조에서 비롯되었다. 웃음은 힘을 북돋우고 마음을 달랠 뿐만 아니라 집단을 단결시키고 유대감을 증폭시킨다. 최근 연구는 소리를 내어 웃거나 미소를 짓는 행위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둘 다 전염되기 쉬운 행동이다.
--- p.183

껴안기, 가만히 바라보기, 노래하기, 힘을 과시하는 자세 취하기, 가까이 가기, 수화와 같은 무언 의례는 모든 사회적 동물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서열이 가장 낮은 늑대 라코타는 무리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애원하는 태도를 보여주는데, 이 태도는 평화를 유지한다. 몸짓언어를 잘 알아차리면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거리에서 어깨와 머리를 높이 쳐들고 당당하게 걸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짓는다고 상상해보자. 무언 의례는 모든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 p.195

바보짓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놀이의 일부다. 바보짓은 아이들이 당장 그만두어야 할 시시한 행동이 아니다. 바보짓은 사실 적응하는 데 유리한 행동이다. 틀에서 벗어나 넓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일상을 뒤흔든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구석구석을 놀이로 채운다면 계속해서 자신을 혁신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관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 p.216

얼룩말 가족은 자신들이 사랑했던 얼룩말의 사체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모든 사회적인 포유동물에게 쓰러진 가족을 남겨두고 이동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각했다. 죽음과 죽음학은 전통적으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왔다. 죽음학은 죽음과 관련된 심리적·사회적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금 이 학문의 범위는 몇몇 벌레, 새, 특히 원숭이와 유인원 등 사회적인 포유동물을 포함해 점점 넓혀가고 있다. 사회적 동물에 관한 연구들은 가까운 사이였던 동물이 죽었을 때 슬퍼하면서 사체를 옮기고, 옆에서 돌보고, 땅에 묻고, 애도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 p.227

자연을 기록하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역사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봄에 철새가 처음 찾아온 때나 가을에 처음으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때를 일기에 기록해보자. 교토에 처음 벚꽃이 핀 날을 설명한 9새기 기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도 뒷마당이나 동네 공원, 오솔길에 피는 꽃을 기록할 수 있다.
--- p.263

봄맞이 대청소는 단순히 정리하는 일을 넘어선다. 이 의례를 통해 건강을 지키고 개선할 수 있다. 계절 변화를 축하하는 축제 문화뿐만 아니라 삶과 건강을 관리하는 일상의 개인적인 습관까지도 새로워지는 의례에 포함된다. 많은 동물이 자연스럽게 이런 의례를 행한다. 나는 혹등고래 어미와 새끼를 지켜보았다. 이들은 새해를 맞이해 고향인 마우이섬으로 돌아왔다. 나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 p.271

콴도강 강변에 있는 갈대 지붕 집은 그런 나를 깊이 위로해주었다. 작은 침실과 바깥세상을 분리하는 장벽이라고는 무릎 높이에서 천장까지 뚫린 창문밖에 없었다. 창문 너머에서는 표범들이 밤새 돌아다녔고 코끼리들이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받으며 풀을 뜯었다. 코끼리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낙타가시나무의 꼬투리를 먹기 위해 우리 집 주위를 조용히 걸어다녔다. 밤에는 코끼리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그 숨결에 놀라 잠에서 깨어보면 창문 바로 밖에서 코끼리가 나뭇가지와 꼬투리를 씹고 있었다. 그럴 때면 세상에서 제일 큰 육지 생물의 코를 올려다보곤 했다. 나는 코끼리의 느리고 규칙적인 숨결에 마음이 편안해져 결국 다시 잠이 들었다.
--- p.286

인간은 코끼리, 고래, 늑대를 비롯한 의식이 있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적어도, 인간이 유전자의 50퍼센트를 바나나와 공유한다는 사실보다는 명백하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힘이 있다. 이 행성 위의 서식지와 모든 생명을 보호할 힘과 파괴할 힘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력은 허리케인과 홍수, 들불, 질병에서 볼 수 있듯 점점 커지고 있다. 인간의 책임감은 특별히 중요해졌다. 자연재해든 인재든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동물과 서식지를 구하기로 결심하면 우리 자신도 고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10가지 의례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10가지 의례를 통해 자신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다.
--- p.301

저 : 케이틀린 오코넬 (Caitlin O’Connell) :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하면서 펴낸 여러 편의 논문과 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행동생태학자이다. 케이틀린과 그의 남편 팀 로드웰이 세계 각지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촬영한 사진은 여러 책에 실려 수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코끼리의 은밀한 감각』(The Elephant’s Secret Sense)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책 『코끼리 두목』(Elephant Don)은 《코끼리 왕》(Elephant King)으로 제작되어 스미스소니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이 되었다.

부부의 사진과 동영상은 방송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 와일드’를 비롯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뉴욕타임스』 등 여러 일간지, 학술지, 온라인 미디어에 소개되었다. 2014년도에는 테드(TED)에서 코끼리 가족에 대해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케이틀린은 남편과 함께 과학 지식의 대중화와 교육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단체 ‘유토피아 사이언티픽(Utopia Scientific)’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 이튼 피바디 연구소, 하버드 대학 환경 센터, 스탠퍼드 대학 보존 생물학 센터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 : 이선주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조선일보》 기자, 월간지 《톱클래스》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혼자 보는 미술관》, 《매일매일 모네처럼》, 《퍼스트맨》,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는 엄마의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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