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매일 왼손가락 관절을 꺾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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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3.06.08 | 조회수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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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대에 있는 파넬 빌딩은 사암 색 외관이 매력적으로 아담한 2층 건물로 퀸즐랜드대 물리학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조용한 건물은 사실 전 세계 과학 애호가들의 성지다. 박물관 로비 진열장에 놓인 이상하게 생긴 실험 기구 덕분이다.
태워 먹은 달고나 찌꺼기를 삼발이에 담아놓은 것 같은 이 기구는 ‘피치 낙하 실험(The Pitch Drop Experiment)’ 장치로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실험을 아직도 진행하고 있다.
세상에는 겉보기와 다른 물질들이 존재한다. 피치(pitch)가 그렇다. 피치는 검고 끈적끈적한 탄화수소 화합물 덩어리이다. 석유나 콜타르 식물을 증류해 만든다. 옛날부터 나무배의 틈 사이로 물이 새지 않도록 바르거나 와인이 흘러 사라지지 않도록 토기에 덧칠하거나 도로를 포장할 때 쓰였다.
피치가 겉보기와 달라 보이는 이유는 냉각하면 굳어지는 성질 때문이다. 온도에 따라 혹은 만들어질 때의 조성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굳은 피치는 망치로 때리면 산산이 조각날 정도로 딱딱하다. 그렇다면 이 피치는 정말 고체가 된 걸까.
피치의 상을 알아내는 실험은 간단하다. 흘려보면 된다. 1927년 토마스 파넬 퀸즐랜드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피치가 고체가 아니라 사실은 무지막지하게 끈끈한 액체임을 보여주기 위해 그 유명한 피치 낙하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가열한 피치를 깔때기 모양의 유리그릇에 담았다. 끈끈한 피치는 물과 달리 바로 유리그릇의 바닥에 가라앉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에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하기까지는 무려 3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준비된 1930년 파넬 교수는 그릇의 아랫부분을 잘라냈다. 이제 그릇 아래의 구멍으로 피치가 흐른다면 피치가 액체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피치 방울은 그릇 아래로 떨어져서 피치가 액체임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다만 문제라면 그 첫 번째 방울이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첫 번째 방울은 실험 시작 후 약 9년이 지난 1938년 12월에 떨어졌다. 피치의 점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1948년 9월 1일 파넬 교수가 67세로 세상을 떠난 이후 같은 대학의 후임자인 존 메인스톤 교수가 52년간 피치 낙하 실험을 이어서 진행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2013년 이후로는 같은 대학의 후임자인 앤드루 화이트 교수가 피치 낙하 실험을 관리하고 있다.
실험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96년 동안 피치는 총 아홉 방울 떨어졌고 실험은 기네스북에 ‘가장 오래 진행된 실험’으로 등록되는 영예를 얻었다. 파넬과 메인스톤 교수는 사람의 일생보다 긴 실험을 제작하고 감독한 공로로 2005년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다.
출처 : 과학동아 6월호, [이그노벨상] 세상에서 가장 오래 진행 중인 실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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