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속에서 태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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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3.06.15 | 조회수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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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레의 보랏빛
먼 옛날 티로스(Tyros)라는 아름다운 연인 헤라 클라스(Herakles)와 함께 티레(Tyre) 마을[고대 페니카아(Phoenicia)의 항구, 현재의 레바논(Lebanon)의 수르(Sur)]근처의 해안을 산책하였다. 헤라클레스의 개가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다 조개를 물었다. 조개에서 흘러나온 즙이 개의 코에 묻어 몇 분 동안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티로스는 그 빛깔에 넋을 잃고 금방 헤라 클라스에게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징표로 천을 같은 빛깔로 물을 들여 달라고 부탁하였다. 헤라 클라스는 고생 끝에 가까스로 성공하여 티로스에게 아름다운 보랏빛 드레스를 선물하였다고 전설은 전하고 있다(비르길리우스; Posidore Virgil, 1663). 우연히 보랏빛 염료를 발견하였다고 하는 이야기는 신화의 세계에 속하나 실제로 기원전 15세기쯤부터 보랏빛 염료를 조개에서 만들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개는 악귀(惡鬼)의 조개(murex)로 불리는 종류에 속하나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큰 쇠고둥(赤螺)과 비슷하다. 이 이야기에서는 편의상 쇠고둥으로 부르기로 한다. 이 쇠고둥은 독특한 액을 분비하며 그 액은 혈액 또는 목 밑에 있는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금방 채취한 액은 빛깔이 없다. 그러나 공기와 볕에 놓아두면 급속히 빛깔이 변하여 처음에는 엷은 황색, 다음에 엷은 녹색이 되고 푸른색에서 붉은색, 맨 나중에는 선명한 보라색이 된다. 티레의 사람들은 기묘한 방법으로 쇠고둥을 잡았다. 쇠고둥은 길고 딱딱한 혀를 갖고 있으며 먹성이 좋으며 그보다 작은 조개, 특히 섭조개(胎貝)를 먹고 사는 것이 알려졌다. 섭조개는 두 장의 조개껍데기를 재빠르게 열렸다 닫혔다 할 수 있다. 티레의 어민들은 산 섭조개를 아주 큰 둥우리 속에 넣어서 배로 쇠고둥이 있는 곳까지 운반하여 둥우리에 밧줄을 매어 바다에 던진다. 섭조개는 물에 들어가면 먹이를 잡으려고 껍질을 벌린다. 쇠고둥은 먹이가 조개껍데기를 벌린 것을 알고 섭조개를 향해 헤엄쳐 와서 딱딱한 혀를 그 살 속에 찔러 넣는다. 그러면 섭조개는 당황해서 껍질을 딱 닫아버리기 때문에 쇠고둥의 혀가 조개 사이에 끼여버린다. 이리하여 쇠고둥은 둥우리 속에 붙잡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또 염료를 만드는 방법은 쇠고둥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큰 조개면 혈관을 잘라버리고 더운물로 귀중한 액을 씻어낸다. 많은 쇠고둥에서 채취한 액에 소금을 섞어 며칠 동안 그대로 둔다. 그런 다음 끓여서 여러 가지로 공들여 처리를 가하면 보랏빛 염료가 만들어진다. 작은 쇠고둥을 껍질째로 부수어서 물에 넣고 삶아 같은 방법으로 처리한다 (플리니우스, 《자연사》 ; Plinius, Histories naturals Vol 9). 이 산업이 매우 번창했던 것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도 티레 근처에서는 쇠고둥 껍데기로 된 산을 몇 개나 볼 수 있고 시돈[Sidon(Zidon)]에는 그 무렵 사용되었던 큰 통의 유적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티레는 고대 페니키아의 수도로 많은 시민은 상인이었으며 수륙으로 교역하여 당시 알려진 세계각처에 발을 뻗쳤다. 이 상인들은 보랏빛 염료의 명성을 멀리까지 퍼지게 하였기 때문에 그것은 〈티레의 보랏빛〉 또는 〈티레의 색깔〉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원료가 되는 쇠고둥은 〈푸르푸랄(purpura, 보랏빛 조개〉)라고 하였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는 색조가 훨씬 진한 붉은색에서 보랏빛까지 여러 가지로 바뀔 수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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