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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냉장고 인류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3.06.15 조회수 11

 

 

 

 

냉장고 인류

 

차가움의 연대기

심효윤 저 | 글항아리 | 2021년 11월 26일

목차

프롤로그

1장 거대한 냉장고 작아진 세계

1. 식탁 위의 혁명은 냉장고로부터
2. 온갖 세계를 담은 거대한 냉장고
3. 이것은 냉장고가 아니다
4.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5. 찬밥의 반란과 따뜻한 식사
6. 미래의 냉장고: 미래에 부치는 편지

2장 ‘부엌 스타’의 탄생 스토리

1. 냉장고가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2. 소가 처음 열차를 탄 날
3. 냉장고로 꿈꾸는 환상
4. 빙수 사랑, 아이 사랑
5. 짠순이 복길네 냉장고 들이던 날
6. 김치냉장고에 숨은 과학
7. 여자라서 행복해요. 여자라서 행복하세요?

3장 당신의 냉장고를 열어라!

1. 종갓집 냉장고와 내림 음식
2. 점심시간 없애고 한 시간 일찍 퇴근 어떨까?
3. 편의점은 동네 텃밭이자 공유 냉장고
4. 편의점 인생을 졸업하는 날이 오면
5. 할머니의 냉장고를 부탁해
6. 노년의 냉장고: 2000칼로리-0칼로리
7. 탄 씨 가족 냉장고 엿보기
8. 산모의 서러움 달래주는 냉장고
9. 고려인의 부엌: 국시와 빵
10. 추억을 붙여왔던 걸까-엄마와 냉장고 자석
11.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학생의 냉장고

4장 냉장고와 멀어지기

1. 잃어버린 전통 식재료 저장 기술
2. 전기 먹는 하마를 다루는 법
3. 냉장고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비전화 카페
4. 과소비사회에 등장한 비전화 제품
5. 냉장고 파먹기: 비움과 즐거움
6. 매일 장 보는 베트남 생활
7.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그릇: 쓰레기와 가치 있는 물건 사이의 관계

에필로그

연표(얼음의 노래)


책소개

젊은 인류학 연구자의 냉장고 문명 추적기!
차가움이 만든 스위트홈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우리는 차가운 것을 얼마나 열망해왔나


이 책은 젊은 인류학 연구자가 인간의 역사를 ‘냉장고’와의 관계를 통해 고찰한 것으로, ‘차가움의 연대기’라 할 수 있다. 냉장고의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각 시대마다 인간의 욕망이 이 물건에 투영되어왔기 때문이다.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는 필수 도구로서 발명되긴 했지만 중상층 이상에서는 한때 고가의 가구처럼 인식됐고, 농촌에서는 전기세 걱정 때문에 쓸 엄두도 못 냈다. 어느 시점부터는 혼수품으로 등극하더니 2000년대 초반까지도 ‘여자의 물건’으로 광고하면서 성별 고정관념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930리터까지 점점 커지는 용량으로 인해 냉장고는 신선 기능을 자랑하지만, 음식을 넣어둔 채 잊어 쓰레기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1인가구가 시대인 요즘은 어떨까? 오피스텔에서 빌트인 냉장고를 사용하는 젊은층은 냄새 나는 음식을 굳이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을뿐더러 라면 냄새조차 싫다면서 편의점에서 사 먹는다. 편의점 냉장고가 점차 도심의 텃밭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거기서도 포장을 뜯지 않은 음식이 수없이 버려진다). 한편 중장년의 1인가구 냉장고는 초록색 소주병이 차지해 거주자의 고독을 대변하고 있다.

저자는 냉장고가 시대와 세대, 나아가 국경을 넘어서까지 인간의 생활 양식을 보여주는 창구가 된다고 보고 이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파고들었다. 미국의 철도 산업으로 인해 시카고에서 냉장 기술이 발전한 것,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냉장고, 계급별 지역별 냉장고의 현황, 베트남인과 고려인 등 각국의 냉장고 풍경…… 차가움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현지조사 및 가정 방문을 종횡으로 펼침으로써 냉장고와 얽힌 삶의 변화를 측정케 했다. 특히 집필과 동시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냉장고 환상’이란 전시를 기획해, 이 책에는 귀중한 시각 자료들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집 냉장고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 책의 재미는 사람들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고스란히 담긴 그런 냉장고를 활짝 연다는 데 있다. 저자 집의 냉장고에서 시작해, 전라도 나주 종갓집의 냉장고, 광주 이주노동자들의 냉장고, 지하철 택배 노동자의 냉장고, 요양원으로 실려간 노원구 김씨 할머니의 냉장고, 전기를 아끼기 위해 제작한 불광동 한 카페의 아이스박스까지. 거기서는 그 사람의 삶의 향기와 음식 냄새가 풍기지만, 다른 한편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과 햇반, 라면과 초콜릿 봉지가 나뒹굴고 있기도 하다.


책 속으로

복길네는 그동안 이웃집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해두고 같이 쓰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니 아침에 이웃집에서 늦게 일어나면, 눈치 보느라 말도 못 하고 맡겨둔 김치도 꺼내가지 못한 일이 다반사. 하물며 일용엄니는 쉰밥을 씻어서 다시 먹거나 쉰 나물을 먹고 배탈 나기가 일쑤였다. 보다 못한 일용이가 두 짠순이에게는 비밀로 하고 시장을 나선다. 일용이가 큰마음 먹고 냉장고를 샀다는 걸 모르는지 논밭에서 쉬고 있던 동네 어르신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저 녀석, 저기 뒤에 실은 게 냉장고 아니냐?” “어, 맞다. 냉장고다.” “허허, 지 논 한 자락 없는 녀석이…… 냉장고부터 사들이는구먼, 허허!”
--- p.88~89

그는 빌트인 오피스텔에 사는데 1인용 소형 냉장고를 갖고 있다. 냉장고 안에는 생수병과 수입 캔맥주밖에 없다고 한다. 집에서 보내주신 김치나 반찬이 없는지, 집에서 라면도 안 끓여 먹는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김치랑 반찬은 냄새가 나서 냉장고에 두지 않고, 라면은 먹고 싶으면 밖에 나가 편의점에서 먹어요. 굉장히 편하죠. 밥은 주로 퇴근하면서 식당에서 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요. 요리도 잘하지 못하고, 사실 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껴요.”
--- p.127

나는 유품을 정리하는 현장에서 전문가의 경험이 담긴 고독사 이야기를 수집하고자, 2019년 10월부터 3개월간 유품 정리 회사인 사회적 기업 ㈜함께나눔과 고독사와 1인 가구의 부엌을 조사했다. 먼저 서울 노원구에서 오신 김씨 할머니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녀는 최근 요양원에 들어갔다. 그녀의 집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유독 쓰레기가 많은 게 특징이다. 할머니는 거동이 점차 불편해지자 본인 의지대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곳곳에 쓰레기가 많고 정리 안 된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부엌 싱크대 밑을 보니 가슴 한편이 시려왔다. 걸레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펼쳐져 있는데, 아마 걸레질할 기력도 없어졌던 듯하다. 설거지할 때마다 물이 바닥에 튀는데,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가며 청소를 하는 게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 p.137

고인들이 남긴 물건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바로 ‘담금주’였다. 왜 그렇게도 어르신들은 집에 담금주를 두고 드셨을까. 몸에 좋고 약이 되는 담금주라고는 하지만,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담금주들이 집마다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버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햇반이나 통조림처럼 판매하기도 쉽지 않아서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 p.141

B 냉장고의 주인은 80대 남성으로 지하철 택배 10년 차 노동자다. 그는 하루 평균 세 건의 택배 배송을 한다. 통합 4만 보를 걷고, 하루에 3만4000원, 월평균 약 70만 원의 소득을 얻는다. 냉장고 첫 칸에는 눕힌 소주병이 보인다. 미니 냉장고라 병을 세워둘 공간도 없다. 점심으로 먹다 남은 빵도 있다. 이동 중에는 많이 먹을 수가 없어서 점심은 주로 빵이나 떡으로 해결한다. 참고로 그는 무역업에 종사했고, 노후 일자리에서 경력을 살릴 만한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5년은 더 택배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그의 담담한 이야기가 그의 노동을 상징하는 택배 봉투 위에 인쇄되어 있다.
--- p.144~145

저 : 심효윤
아시아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서 그들의 삶과 문화를 관찰하며 기록하고 있다. 중앙대에서 민속학 석사, 영국 더럼대학에서 사회인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아시아문화원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연구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왜 우리는 군산에 가는가』,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등이 있고, EBS 특집 다큐멘터리 「위대한 유산 중앙아시아」와 「위대한 유산 동남아시아」의 조사 연구 및 사업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냉장고 프로젝트’ 연구 사업을 수행하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냉장고 환상’ 전시를 기획했으며, 중앙일보에서 ‘심효윤의 냉장고 이야기’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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