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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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3.08.01 | 조회수 | 9 |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홍성 씨앗 도서관 저 | 들녘 | 2019년 03월 26일 목차저자의 말 여는 글_사람들은 더 이상 씨앗을 받지 않지만 그 겨울의 추억 | 사람들은 왜 더 이상 씨앗을 받지 않을까? | 씨앗에서 모종으로 | 씨앗을 지키는 마음 1부 씨앗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씨앗 도서관이 뭐지? | 콩알 심는 마음 | 씨앗이 달라졌다 | 위험한 씨앗 | 같은 생각이 모이다 보이지 않는 힘 ‘씨앗’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은 네 살입니다 | 2010~2011년 | 2013년 | 2014년 | 2015년 2부 씨앗 도서관에서 하는 일 1장 씨앗을 지키는 일 씨앗을 보관하는 일 씨앗 도서관엔 ‘토종’만 있나요? | 계속해서 씨를 받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보관한다 | 잘 보이는 용기로 부탁해 씨앗을 빌려주는 일 씨앗도 대출하고 반납합니다 | 언제, 어떻게, 얼마나 나눌까? 씨앗을 반납하는 일 씨앗 반납이 잘 안 되는 이유 | 씨앗 반납과 활용 씨앗 분류 카드 씨앗마다 고유번호 부여하기 | 분류 카드 혹은 대출 카드 만들기 2장 씨앗 농사를 짓는 일 맨 땅에 채종밭을 하다니 눈으로 담아낸 농사의 기록 | 작은 생태계, 작은 우주, 작은 왕국 ‘채종밭’ 2015년 홍성 씨앗 도서관 채종밭 일지 2014년 9월 | 2015년 3월 | 2015년 4월 | 2015년 5월 | 2015년 6월 | 2015년 7월 | 2015년 8월 | 2015년 9월 | 2015년 10월 | 2015년 11월 채종밭을 다시 설계한다면? 재식거리를 지키고 밀식하지 않겠다 | 자주 신경 써야 할 작물은 밭 앞쪽에 배치하겠다 | 고랑 넓이를 넓히고 두둑 사이에 여유를 둔다 | 밭 한가운데 물통 놓을 자리를 만들겠다 | 작물이 편하게 자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 가을 후작을 미리 계획하겠다 | 경계 작물로는 튼튼한 식물을 선택하겠다 작물을 보호하는 몇 가지 방법 퇴비차 | 난황유 채종밭에서 나오며 1년 동안의 농사 갈무리 | 생명은 그래도 괜찮다 | 고맙다, 채종밭 2017년 홍성 씨앗 도서관 채종포 농사용 씨앗 목록 및 평가 더 보기_씨앗으로 지은 밥상 3장 씨앗을 교육하는 일 채종 워크숍 2015년 채종 워크숍 | 채종 내용 갈무리를 어떻게 할까? | 채종 워크숍 자료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4H 학습활동 ‘우리 씨앗 지킴이’ | 4H 학습활동 장곡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방과 후 활동 ‘씨앗 학교’ 방과 후 활동 ‘씨앗 학교’ | ‘씨앗 학교’ 활동 내용 홍성군 내 어린이집 씨앗 교육 프로그램 진행 씨앗이 가진 촉감과 냄새 이야기하기 ‘씨앗이 자라면 어떤 작물이 될까?’ | 씨앗폭탄 만들어서 빈터에 뿌리기 | 빨대씨앗총 쏘기(가능하면 완두콩도 쪄서 먹어보기) | 수확한 씨앗으로 다발 만들기/씨앗빗자루 만들기 4장 씨앗을 기록하는 일 씨앗을 기록하자 농사 기록이 아쉽다 | 전통 단절을 극복하는 길 씨앗 수집 기록 야장 씨앗 정보 기록 씨앗 분류 카드 씨앗 분류 카드 일련번호 설명 5장 씨앗을 찾아서 ‘씨앗 마실’ 가는 길 마실의 추억 | 취재원은 어디에 있을까? | 그리운 고향길을 걷다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씨앗 도서관이 뭐랴? | 오이 맛을 오이 맛이라 하지 뭐라 하겠습니까? | 토종 씨앗은 역사다 씨앗의 조상은 어머니 노부부를 만나다 | ‘6월태콩’의 역사 6장 씨앗 마실 인터뷰 찰수수가 사람 키보다 크더라고_전정애 님의 씨앗 풍선한 첫날 수확 | 전정애 님과의 인터뷰 콩이랑 수수랑 먹고_심재순 님의 씨앗 ‘옛날맛’이 남아 있는 집 | 심재순 님과의 인터뷰 | 씨앗농사 자식농사 고향 할머니의 40일팥_이정재 님의 씨앗 커다란 느티나무의 추억 | ‘40일팥’을 만나다 | 이정재 님과의 인터뷰 | 진짜 오이 맛을 보다 | 할머니의 씨앗 창고 대추밤콩 잎에 사랑 열렸네_문병순 님의 씨앗 가을빛깔 닮은 갈색 콩을 만나다 | 문병순 님과의 인터뷰 | 모든 씨앗에는 사연이 있다 넉넉한 인심이 답이여_김정자 님의 씨앗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 | 김정자 님과의 인터뷰 | 누가 진짜 철든 사람일까? 씨앗은 이야기를 품고_이금남 님의 씨앗 토종 할머니의 토종씨앗 | 이금남 님과의 인터뷰 | 할머님은 천상 농사꾼 철원에서 홍성으로_정영희 님의 씨앗 귀농농부 정영희샘을 찾아서 | 왜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날까? | 농사의 역사는 지혜의 역사다 ‘늦은깨’와 토종감_서용숙 님의 씨앗 농사는 더 이상 짓지 않지만 | 들깨(늦은깨) | 토종감 | 생강 할머니와 호박들_손봉운 님의 씨앗 소박한 농촌마을을 만나다 | 사라지는 씨앗 | 늙은호박이 주렁주렁 | 손봉운 님과의 인터뷰 | 할머니의 씨앗 보관법 씨앗은 누가 지키나_최희섭 님의 씨앗 효학리를 찾아서 | 소녀 같은 할머니를 만나다 | 최희섭 님과의 인터뷰 | 님아, 토종씨앗을 지켜주오 3부 외국의 씨앗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1장 연구 목적 씨앗은 역사이자 삶이다 교환과 전파 | 받는 씨앗에서 사는 씨앗으로 | GMO 종자 토종씨앗의 부활 씨앗 보존은 공공의 몫이다 |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이유 2장 연구 내용 미국 베이 에이리어 씨앗 교환 도서관(Bay Area Seed Interchange Library, BASIL) | 시드 세이버스 익스체인지(Seed Savers Exchange, SSE) | 허드슨 밸리 씨앗 도서관(Hudson Vally Seed library, HVS) | 네이티브 시드/서치(Native Seed/SEARCH, NS/S) | 피마 카운티 씨앗 도서관(Pima County Seed Library, PCSL) | 리치먼드 그로우스 씨앗 대여 도서관(Richmond Grows Seed Lending Library, RGSLL) 캐나다 시드 오브 다이버시티 캐나다(Seed of Diversity Canada, SoDC) | 토론토 씨앗 도서관(Toronto Seed library, TSL) 인도 나브다냐(Navdanya) 영국/아일랜드 가든 오가닉의 재래종 씨앗 도서관(Garden Organic's Heritage Seed Library, HSL) | 아일랜드 씨앗 채종가 연합(Irish Seed Savers Association, ISSA) 호주 시드 세이버스 네트워크(The Seed Savers’ Network, SSN) 닫는 글_씨앗, 오래된 미래 내 안의 씨앗 |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사 ‘씨앗농사’ 덧붙임 자료 홍성 씨앗 도서관 전체 씨앗목록 | 2016년 대여 가능한 씨앗목록 | 2017년 대여 가능한 씨앗목록 | 씨앗 도서관 회원제 | 회원 가입 신청서 | 홍성 씨앗 도서관 정관 |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책소개그들은 왜 씨앗에 천착했을까, 왜 씨앗 도서관을 만들었을까? 작은 마을의 씨앗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홍성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씨앗을 지키는 귀한 마음들이 함께 지은 것이다. 지은이를 개인으로 두지 않고 ‘홍성 씨앗 도서관’이라 한 것도 이들 모두가 힘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씨앗 도서관을 만들게 된 동기, 활동가 조직, 건립 과정, 씨앗 마실을 통한 씨앗 수집 등을 최초 아이디어 단계부터 차근차근 안내하는 이 책은 씨앗 도서관에서 하는 일을 3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1부는 책 전체의 인트로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들이 어떤 연유에서 씨앗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2부는 다양한 챕터들로 구성된다. 씨앗농사 짓기, 씨앗 교육은 어떻게 하는가, 수집한 씨앗은 어떻게 기록하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씨앗 마실을 기획하고 열 분의 할머니들을 인터뷰했는지 일일이 소개한다. 명실 공히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씨앗 마실 & 인터뷰’ 글은 매우 흥미진진할뿐더러 씨앗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3부는 ‘외국의 씨앗 도서관’에 대한 안내로서 미국(베이 에이리어 씨앗 교환 도서관, 시드 세이버스 익스체인지, 허드슨 밸리 씨앗 도서관, 네이티브 시드/서치, 피마 카운티 씨앗 도서관, 리치먼드 그로우스 씨앗 대여 도서관), 캐나다(시드 오브 다이버시티 캐나다, 토론토 씨앗 도서관), 인도(나브다냐), 영국/아일랜드(가든 오가닉의 재래종 씨앗 도서관, 아일랜드 씨앗 채종가 연합), 호주(시드 세이버스 네트워크)의 씨앗 도서관 활동을 소개한다. 그 밖에 이 책만이 지니는 특장점은 글쓴이들이 씨앗 도서관 건립의 주역인 만큼 직접 촬영한 사진자료들이 풍부하다는 것, 홍성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표본모델로서의 가치와 의미가 충분하다는 점, 또한 농사에서 토종을 중시하는 이유, 토종 씨앗을 받는 일이 미래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건강한 씨앗이 농부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훈계조가 아닌 정다운 이웃의 목소리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종 씨앗 운동을 하는 사람, 씨앗 도서관을 모델로 공동의 이상과 주제를 개진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책 속으로벚꽃이 필 때면 울 밑에 오이랑 호박씨를 뿌린다. 처마 밑에 걸어두었던 옥수수를 내려서 심고, 어린이날이 지난 5월 중순에는 지하실 광에서 이른 참깨를 꺼내서 뿌린다. 장마가 오기 전, 마을은 분주해진다. 양파를 부지런히 들이고 나면, 좀콩(메주콩)이랑 서리태, 팥, 녹두를 꺼내서 1년 내 두고두고 먹을 콩을 넉넉히 뿌린다. 그러고 나서 가을이 되면 할머니와 엄마는 다시 씨앗을 면 보자기에 싸서 부엌 지하실 멍석 위에 가지런히 보관하셨다. 이듬해에 뿌릴 씨앗들이다. 우리 집에서만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적어도 우리 동네 여섯 가구 농가에서는 모두 그렇게 했다. 아니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홍동면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씨앗을 받았다가 다시 심는 ‘씨앗 자급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씨앗을 받지 않는다. 수박·참외·오이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종묘상에 가서 사고, 메주콩마저 면사무소에서 추천해주는 대로 알이 굵고 벌레가 잘 안 먹고 꼬투리가 많이 달리는 품종으로 바꾼 지 오래다. F1 씨앗 육종이 시작되면서 씨앗 받는 일은 이제 농부의 손을 떠나 종묘회사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는 1회용 상품이 되었다. 이에 따라 재배 기술도 단작 위주로 바뀌면서 단순화되었고, 공부에 대한 농가의 의지도 점점 희박해져서 씨앗 받는 기술은 농가의 기술이 아닌 기업 기술이 되어버렸다.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이제 우리의 식탁을 넘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니, 숨이 턱턱 막히는 게 당연하다.--- 「여는 글」 중에서 우리는 씨앗이 어떻게 생겼는지(구조)에서부터 싹이 트는 과정, 시중에서 파는 F1 씨앗은 어떤 것인지, GMO 씨앗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왜 우리가 씨앗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물밀듯 터져 나왔고 참가자들은 또한 그 답을 찾기 위해 애썼다. 농부로 살아가면서 씨앗을 돈 주고 사야 하고, 사서 쓴 씨앗을 다시 받아서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났을 때의 어이없음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과 무력감으로 다가왔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주권을 빼앗겼다면, 오늘날의 농부들은 신자본주의 권력 앞에 농부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모든 권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조들의 끈질긴 투쟁과 희생으로 끝내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맞이했던 것처럼, 우리도 잃어버린 씨앗을 다시 찾고 빼앗긴 농부의 주권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동네 씨앗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중에서 씨앗 도서관에서는 회원들에게 씨앗을 빌려주고, 1년 후에는 반납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반납하는 분들이 적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아마도 다른 씨앗 도서관이나 씨앗을 나누는 기타 단체들에서도 공통적으로 겪는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회원들이 건강하고 의미 있는 씨앗으로 농사를 짓고 싶어 씨앗을 빌려가지만, 정작 씨앗을 받는 방법까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 끝에 ‘채종 워크숍’을 준비했다. 하지만 1년에 세 차례만 운영하다 보니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씨앗들마다의 재배방법과 채종방법을 기록해서 씨앗과 함께 가져가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씨앗을 반납하는 일」 중에서 할머니는 시집오고 난 후 친정 올케를 통해 친정아버지께서 농사짓던 ‘푸른콩’을 얻으셨다고 했다. 그 콩을 50년이 넘도록 지금껏 농사짓고 계신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농사를 이어오셨어요”라는 질문에 할머님은 “친정에서 얻은 씨앗을 밑지면 친정과의 연이 끊긴다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그러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지켜온 거지”라고 대답하셨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해서 고향과의 연을 놓지 않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위안부에 끌러가지 않으려고 열여덟 살에 시집와서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던, 우리 할머니들의 애환이 씨앗 한 알 한 알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누가 그 가슴 저린 서러움을 알까. 토종 씨앗이 지켜져야 하고, 대물림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살충제나 GMO 문제 이전에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이기에 토종의 소중함을 외치는 것 아닐까?---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2014년에 모두 열네 분의 할머니를 만났다. 그중에서 제 일 많은 종류의 씨앗을 가지고 계시고, 가장 많은 종류의 씨앗을 나눠주신 할머니. 그리고 가지고 계신 씨앗과 작물의 특징을 알기 쉽게 가장 잘 설명해주셨다.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또렷하게 기억 하고 계신 모습을 보며 천상 농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를 지으시면 제일 좋은 것부터 씨앗 창고에 쟁여놓고, 조 금만 달라고 해도 남는 건 갖다 밥에 넣어 먹으라고 하시며 움푹 움푹 퍼 주신다. 몇 해 전에 “김치를 주는 사람은 인심이 좋은 사 람이래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씨앗 마실을 다니면서 씨앗을 나눠주는 사람이 진짜 인심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챙겨주신 열세 중류의 씨앗이, 몇 십 년 동안 할머니 의 손에서 자란 씨앗들이, 옛날 조상들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게 틀림없다고 기대해보며 돌아왔다.--- 「씨앗은 이야기를 품고」 중에서 여든 넘으신 할머니가 씨를 보관하는 곳은 ‘땅속’이었다. 이제 허리가 꼬부라지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실 수 없으니 거두어들일 힘도 없으신 것이다. 모든 걸 전기(기계나 냉장고)에 의존하면서 사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굳이 씨를 받지 않아도 되는 놈들은 그냥 두면 살 놈만 살아남아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고 한다. 특히 호박은 씨앗 수명이 길어서 몇 년에 한 번만 씨를 받아두면 5년 동안은 심을 수가 있다. 잎에서 열매, 씨앗까지 먹을 수 있는 호박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 곁에 남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이다. 할머니께서 주신 두 번째 씨앗은 취나물이다. 시멘트를 바른 마당 가장자리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취나물이 심겨져 있다. 8년 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대부분의 농사를 접고 할머니는 주로 집에서 드실 수 있는 채소나 나물만 가꾸신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취나물이다. 이 동네는 들어오면서부터 길 양옆으로 비닐하우스가 여러 동 있었다. 그런데 비닐이 벗겨져 있는 게 이상했다. 여쭈어보았더니 취나물을 재배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농사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하우스에 취나물을 심어서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다고 하신다. 취나물은 한겨울 빼고는 잎을 계속 뜯어 먹을 수가 있고 향이 좋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하는 나물이기도 하다. 할머니도 예전에는 하우스에서 재배하다가 아제는 다 없애 고 자식들 오면 줄 거랑 당신 드실 것만 하신다고 했다. 다년생이라서 한 번 심어놓으면 계속 수확할 수 있어서 손이 덜 가면서 쓸모가 많다고 하신다. “이 동네에선 다른 채소나 쌀농사는 안 해요” “쌀은 너무 싸니까 쌀 허여? 그런 거(취나물)나 해서 쓰지.”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대문 앞에서 할머니와 사진을 찍고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 그래도 쌀농사는 해야 되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나 혼자 머릿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동행했던 사람 누구 하나 말을 잇지 못했다. 싸니까 안 하는 농사. 비단 쌀농사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결국 토종씨앗들도 사라지고, 씨앗을 사서 쓰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은 우리 식탁이 비료와 농약으로 버무려진 GMO 작물로 차려지고, 결국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병과 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 아닐까? --- 「할머니와 호박들」 중에서 요즘은 무엇이든 밭에서 키우고 야생에서 캐거나 뜯어 먹기보다 마트에 가서 돈을 주고 사서 쉽게 요리한다. 봄에나 먹을 수 있던 각종 나물이 사계절 내내 시장에 나오고, 간장과 된장을 벗어난 각종 양념과 외국산 향신료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에서 재배되던 특산물도 점점 사라지고, 제철 음식에 대한 개념도 사라지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도 고향에 가면 아직 ‘고향의 맛’이 남아 있다.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지역마다 기후나 물, 공기, 흙이 다르기 때문에 뭔가 다른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나를 키워온 엄마의 손맛이 다시 한 번 나를 존재하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는 셈이다. (…) 토마토를 무척 좋아하는 딸아이는 씨앗 도서관에서 토마토 씨앗을 빌려 텃밭에 심고, 그 씨앗을 다시 받아 반납했다. 그리고 완두콩을 좋아하는 열세 살 아들은 풋완두콩을 따서 실컷 쪄먹고, 꼬투리를 몇 개 남겨두었다가 씨앗을 받아서 내년에 심겠다며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이 아이들이 커서 토마토 맛이랑, 막 쪄서 따뜻하고 달짝지근한 완두콩 맛을 기억하며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는 그 연결고리가 ‘씨앗농사’이길 바란다. --- 「닫는 글」 중에서 금창영 : 2007년 시골로 내려오다. 매년 90여 종의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문수영 :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홍성 씨앗 도서관에서 일했던 일꾼이다. 박여연 :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생태농업과 전공부 14기 창업생이다. 권민희 씨앗 지킴이 : 작은 씨앗 한 알 한 알의 놀라운 생명력을 경험하며 홍성 씨앗 도서관에서 활동중이다. 오 도 : 전 홍성 씨앗 도서관 대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생태농업과 전공부에서 농사와 원예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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