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적 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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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3.08.30 | 조회수 | 8 |
식물적 낙관목차서문 식물 하는 마음 _004 1부 여름 정원에서 만나면 내 방의 여름 군락지 _019 식물적 낙관 _024 우리는 마켓에 간다 _031 제주행 일기 _037 다정한 괭이밥 씨 _043 헤세와 울프의 여름 정원 _048 잘 자라는 일 _057 휴가와 발코니 _062 2부 이별은 선선한 바람처럼 삶이라는 덩어리 _071 집사 일기 _079 기도를 부탁해 _085 우리들의 세컨드 스텝 _092 올리브가 하는 일 _098 코로키아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된 것 _104 참 괜찮은 제라늄 친구 _112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나무 _118 유기 식물 _124 3부 겨울은 녹록하게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트리 _133 알로카시아의 겨울 _139 ‘호더’가 되지 않기 위하여 _143 겨울이 오더라도 _150 쓰는 인간 _157 나의 부겐빌레아 _163 파티는 녹록하게 _169 4부 그런 나무가 되었다 봄의 귀환 _177 흰 잠 _183 모든 넘어지는 것들은 기도를 한다 _187 이 숱한 사랑의 서사 _192 새집 생활 _197 그런 나무가 되었다 _204 가능한 한 이팝나무에 가깝게 _213 내일도 여여하다 _218 부록 식물 군상 _229 나오는 말 우리가 선택한 낙관 _255 책소개
문득 일상을 돌보고 싶어지는 가뿐한 전환의 감각! 모든 존재의 진정한 안녕을 비는 소설가 김금희의 식물 산문 출간 일상의 순간에서 길어올린 깊은 통찰과 산뜻한 위트로 인간 내면의 지형도를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 김금희의 두번째 산문집 『식물적 낙관』이 출간되었다. 2020년 여름부터 2022년 겨울까지 한겨레 ESC에 ‘식물 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에세이에 더해, 당시에는 아직 연약해서 꺼내놓기 쉽지 않았던 작가 자신의 내면을 지긋이 응시하는 미발표 원고들을 담았다. 김금희의 발코니 정원에 찾아온 연약하고도 강인한 식물들을 통한 깨달음의 기록이자, 식물을 매개로 만난 다정한 사람들과 만들어낸 환한 순간들의 기록이기도 한 이 책은 작가가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며 통과하는 사계절의 풍경을 따라간다. 그 풍경의 변화에 따른 마음의 굴곡 또한 김금희 산문만의 아릿하고도 부드러운 필치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이 ‘소설가의 식물 산문’이라는 점이다. 일찍이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와 같은 대문호들이 찬미한 바 있는 식물이라는 존재를 지금 김금희가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2020)의 첫머리에 “글을 쓰지 않을 때면 으레 발코니에 나가” 식물을 돌보다 문득 “절박하게 하네, (…) 싸우듯이 하네”(서문 「안팎의 말들」)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고 쓴 작가는 그뒤 3년간 모은 산문을 묶은 『식물적 낙관』에서 “돌아보면 내가 식물에 빠져든 시기는 마음이 힘들었던 때와 거의 비슷했다”(서문 「식물 하는 마음」)고 고백한다. 지난 3년 내내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련, 공교롭게 맞물린 개인적인 상실과 삶의 부산물 같은 고민들을 겪으며 작가는 식물이 지닌 오묘한 치유의 에너지에 이끌렸을까. 이제 『식물적 낙관』에 이르러 김금희는 더이상 식물을 절박하게 대하지 않는다. 김금희의 소설이 삶을 향해 드러내는 특유의 온화하고 담대한 시선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이해에서 비롯되는바, 작가는 산문에서도 식물이 지닌 생명력과 특질을 명확히 관찰하고 이해해나가며 식물들의 느긋한 낙관의 자세를 받아들인다. 화분에 심긴 채 작가의 발코니에서 살아가는 실내 식물들은 함께 사는 인간이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뇌하느라 여력이 없는 동안 척박한 환경에 놓이기도 하지만, 외부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생장만을 도모하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잡다단한 인간사에 초연한 채, 무언가를 해치는 일 없이, 각자의 본능적인 삶의 실천만을 이어가는 식물들이 이룩한 발코니 속 별세계를 묘사하는 김금희의 산문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주어진 현실을 단순하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삶의 명확한 목표로 재설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는 이러한 가뿐한 전환을 통해 일상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볼 때 찾아오는 삶에 대한 효능감. 그것이 바로 ‘식물적 낙관’의 감각이다. 책 속으로우리가 떠올리는 가드닝의 아름다움은 기실 상상에 가깝고 오히려 성장의 개념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주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 그래도 나는 식물을 계속해서 기르고 식물 이야기를 쓸 것이다. 발코니에 나가 있을 때 내 안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는 마음들의 정체가 궁금하니까. ---「서문_식물 하는 마음」중에서 인간인 나는 파악할 수 없는 이 공간의 특질과 에너지를 찾아내 열심히 적응하고 성장한 식물들.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내 가까이서 그 일을 해낸 식물들 덕분에 나도 용기를 얻었다. ---「잘 자라는 일」중에서 결국 식물을 기르면서 내가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일상과 겹쳐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갈 마음이 아닐까. 준 것을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완전한 습관으로서의 돌봄, 혹은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집사 일기」중에서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조건은 한정적이고 우리는 절대 살아 있는 것들의 완벽한 관장자가 될 수 없다. 인간이 다 알 수 없는 그런 공백 때문에 어떤 식물은 자라고 어떤 식물은 성장을 멈춘다. 그러니 빛, 바람, 물이라는 답은 가드닝의 수많은 실패자들을 북돋우고 자책에서 구해내는 치유의 말일지도 몰랐다. ---「코로키아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된 것」중에서 우리집에서는 식물들이 제각각 다른 집을 짓고 산다. 좀 비좁기도 하고 습하기도 하고 색도 낡아 있지만 그런 차이들에 아랑곳없이 뿌리를 내리고 적응을 해낸다. 차이는 결함이 아니라 그저 조건일 뿐이라는 사실을 식물들이 보여주는 것이다. ---「새집 생활」중에서 식물은 자기 상태에 대한 미움이나 비난이 없다. 그리고 마음은 본래 그런 식물의 형태이지 지금 나를 옥죄어오는 이 나쁜 형태가 아니다. ---「가능한 한 이팝나무에 가깝게」중에서 만약 식물에게서 매번 고통을 상상한다면 식물을 기르는 방식은 매우 왜곡될 것이다. 잎을 떨어뜨리거나 가지를 휘거나 적절한 시기가 되면 꽃을 말려 떨어뜨리는 식물의 행태는 식물의 방식대로 읽을 때 비로소 본질에 맞는 자연적 행위가 된다. 가드닝을 하며 식물과 나는 생존의 드라마를 함께 겪지만 그것은 인간인 내가 구성한 것일 뿐 사실 거기서 발생하는 상념들은 식물 자체와는 무관하다. 그 무관함, 발코니에서의 날들이 계속되면서 나는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그 무관함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도 여여하다」중에서 식물에게는 지금 이곳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엄정한 상태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역설적으로 식물들의 낙관적 미래를 만들어낸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 성장할 수 있다면 환희에 차 뿌리를 박차고 오르는 것, 자기 결실에 관한 희비나 낙담이 없는 것, 삶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것, 그렇게 자기가 놓인 세계와 조응해나가는 것. 이런 질서가 있는 내일이라면 낙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오는 말_우리가 선택한 낙관」중에서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등이 있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첫눈으로」를 수록했다.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멀호더에게 방치되어 사람과 멀어지고 야생화된 개 ‘코코’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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