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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3.11.03 조회수 6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전주홍 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07월 19일

 

목차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1.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
임신은 여성의 몫이기만 할까? | 사람의 출산은 어쩌다 위험한 일이 되었나? | 출산 통제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일까?

2. 우월한 유전자란 존재할까? : 유전
이중나선이 ‘자연의 사다리’로 유명해진 배경은? | 유전 현상의 물질적 실체는 어떻게 찾아냈을까? | 생명공학으로 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을까?

3.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
‘간’에 욕망이 담겼다는 생각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 사랑의 상징은 왜 ‘심장’ 모양일까? | 감정은 ‘뇌’의 생화학적 작용일 뿐일까?

4.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
질병이 징벌이라는 믿음은 언제 깨졌을까? | 해부학은 어떻게 예술을 의술로 바꾸었나? | 의학을 왜 불확실성의 과학이자 확률의 예술이라 했을까?

5.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
사람 머리만 떼어내도 다시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 | 인류는 왜 오래전부터 이식을 꿈꿔왔을까? | 장기이식은 기계의 부품 교환과 무엇이 다를까?

6. 백신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 감염
세계사 격변의 순간마다 어째서 역병이 돌았을까? | 전염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이 존재할까? | ‘마법의 탄환’은 어떻게 백발백중 치료제가 되었나?

7.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
진통제와 마취제가 없는 시대는 어떠했을까? | 마비 혹은 환각, 웃음가스는 정말 안전할까? | 마취제를 발견한 공적은 과연 누구 몫인가?

8. 입과 몸이 좋아하는 맛은 왜 다를까? : 소화
음식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고? | 맛있는 음식은 어째서 몸에 나쁠까? | 소화는 생물학적 문제이기만 할까?

9.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
늙음은 죽음을 향한 자연스러운 과정일까? | 노화를 치료할 과학적 방법이 있다고? | 불로장생이 정말로 현실이 될 날이 올까?

10.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
인류는 언제부터 실험을 시작했을까? | 비판과 논쟁은 어떻게 공동체의 무기가 되었나? | 첨단기술은 과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나가며 사실을 배우는 일보다 생각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 시대

부록
미주



책소개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과학이 바꿔 놓을 인류의 미래에 관해
더 많은 인문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저명한 학술지 [랜싯]의 편집장 리처드 호턴은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강조한다. 가장 최근의 발견을 열심히 알릴 뿐, 축적된 지식의 바탕이 된 개념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시대는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사실의 시대이며, 그야말로 전통은 해체되고 과거와의 대화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최근 풍토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이 이런 풍토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 25쪽 (들어가며)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는 100일간 냉동 보관했던 쥐의 신장을 다른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로서뿐만 아니라, 냉동 인간 소생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생명과학의 발전은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던 이야기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2018년에는 크리스퍼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를 변형한 아이가 태어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으며, 최근에는 노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간의 숙명이라고 여겼던 노화와 죽음이 극복 가능한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발전한 기술이 초래할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섣불리 남용되어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기술들이 이제까지 알고 있던 ‘인간’의 개념을 흔들어 우리 인식과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의 저자 전주홍(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은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이 불러올 충격에 대비하는 방법의 하나로 과학의 발전사를 더 넓게 인문적 시선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얼마나 수많은 논쟁의 과정을 거쳐 성립된 것인지 살펴보며 혜안을 얻자는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로 꼽히는 DNA 역시 유전 현상의 실체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뿐 아니라 유전의 개념은 우생학이라는 사이비 과학으로 오용되어 수많은 비극을 초래했으며, 이런 우생학적 관념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유전자 조작 기술 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책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질문, ‘인간이란, 나아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역사 속 격변의 순간들을 되짚는다. ‘출산, 유전,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 등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류의 ‘생로병사’가 단지 과학적 현상을 넘어 사회문화적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천변만화해왔는지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 전통부터 현대 분자생물학의 정밀의학까지 다양한 발견과 실험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과학에 관심 많은 일반 독자뿐 아니라, 의생명과학 분야 지망생이나 종사자가 많이 읽어주길 바라며 썼다. 이질적 아이디어를 색다르게 결합하는 창의력이 절실한 시대, 과학적 소양과 인문적 소양을 균형 있게 쌓아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데 보탬이 되고픈 마음에서다.

 

 

 

책 속으로

생물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러 학문적 전통과 만나고 섞이면서 복잡하고 독특한 특징을 띤 과학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생물학을 역사 그 자체라고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생명의 역사는 우연한 변이와 자연선택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일어난 역사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생명현상이나 생리작용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놓친다면 생물학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만큼이나 생물학에는 역사적 속성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21쪽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중에서

2015년 4월 중국 연구자들이 크리스퍼 기술을 사람 배아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배아를 착상시키는 데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착상만 시키면 바로 유전자가 조작된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배아를 선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한 맞춤아기의 탄생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46쪽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중에서

2001년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는 설스턴의 초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인 마크 퀸에게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퀸은 설스턴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설스턴의 정액에서 추출한 DNA를 조각내어 대장균 안에 집어넣은 다음 스테인리스 액자로 표구했습니다. 얼굴 모습이 아닌 추상적 정체성을 담아낸 새로운 의미의 ‘유전체 초상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63쪽 (우월한 유전자란 존재할까? : 유전)」중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심장을 마음의 장기로 여겼습니다. 마음을 뜻하는 한자 ‘心’은 심장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대 문명사회에서 심장을 마음의 장기로 생각한 것은 비교적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심장 이전에는 간이 영혼과 마음을 상징하는 장기이자 욕망과 생명이 자리 잡고 있는 장기라고 생각했습니다.
---「74쪽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중에서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을 이해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 생활습관 정보, 임상 정보 등을 결합하여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 및 예측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바로 ‘정밀의학’이 등장한 거지요.
---「110쪽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중에서

두 성인은 외과의사의 수호성인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황금 전설》에 나오는 ‘검은 다리의 기적’이라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산티 코스마 에 다미아노 성당의 한 관리인은 암 때문에 한쪽 다리가 완전히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잠들었을 때, 두 성인이 약과 수술 기구를 들고 나타나 관리인의 다리를 잘라내고 당일 바티칸 언덕의 묘지에 매장됐던 무어인(이베리아반도의 아랍인)의 다리를 가져와서 교체했습니다.
---「126쪽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중에서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인류의 역사가 바로 전염병의 역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류는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하고 기후 환경에 적응할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전염병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인류의 끊임없는 이주와 교류가 전염병의 세계화를 불러왔던 셈입니다.
---「137쪽 (백신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 감염)」중에서

19세기 중반까지도 외과 수술에 관한 서적이나 논문에서 통증을 줄이는 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최대한 빨리 수술을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칼을 가장 빨리 휘두르기로 유명했던 19세기 초 영국의 외과의사 로버트 리스턴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늘 “시간을 재세요, 여러분!”이라고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164쪽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중에서

이 결과는 비만이 사회적 관계를 따라 전파된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 비만은 전염병과 유사한 속성이 있다는 거지요. 사실 사회적 관계가 가까울수록 식생활 습관에서 공통점을 지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한 사람이 살이 찌면 주변의 가까운 사람도 같이 살이 찔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개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여 접근한다면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겠지요.
---「197쪽 (입과 몸이 좋아하는 맛은 왜 다를까? : 소화)」중에서

혈액순환이 공유되도록 두 쥐의 혈관을 연결하는 외과적 방법인 병체결합으로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혈액을 공급했더니 늙은 쥐가 다시 젊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혈액이 생명력을 담고 있다는 오래된 생각이 완전히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 것으로 혈액 속의 어떤 인자가 노화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20쪽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중에서

이러한 상황은 최근 들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데이터 기술이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이질적이고 비전형적인 아이디어의 조합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교차적 아이디어의 생산은 직관이나 영감,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전산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창의성이 계산의 범주로 포섭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242쪽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중에서

일찍이 프랜시스 베이컨은 《신기관》에서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더 감동하고 흥분하는 것은 인간 지성의 영원한 오류이다.”라고 말했죠. 임상 현장은 실제 세계의 한 부분인데, 출판된 부분은 미학적으로 정제되고 선별된 말끔한 세계를 표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개연구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현실과 한계를 잘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성공적인 중개연구를 위한 문해력을 기르는 지름길인 셈입니다.
---「260~261쪽 (부록: 실험실에서 병상으로, 이론을 현실로 만드는 중개의학의 의미)」중에서


저 : 전주홍

분자생리학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로 분자생리학 연구실을 운영한다. 호기심과 교차적 아이디어가 혁신적 과학연구의 밑거름이며, 패러다임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과학자를 양성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저자’로서 논문을 쓰고 ‘독자’로서 논문을 검토하고 ‘실험자’로서 가설을 세우며 실험하고 ‘예술가’로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토론자’로서 자료와 해석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치는 과학자를 희망한다. 지은 책으로는 『과학하는 마음』,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醫美, 의학과 미술 사이』(공저) 등이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평가전문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제도혁신기획단 위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위원,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연구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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