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지구 피부에 생기를 불어 넣는 흙 속 ‘질소고정’ 세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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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02.15 | 조회수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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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 질소 비료 생산자
마르티누스 베이제린크(Martinus Beijerinck, 1851~1931)는 공기에서 질소 기체(N2)를 취해 암모니아(NH3)를 만드는 세균을 흙에서 분리했다. ‘질소고정’ 세균을 데뷔시킨 것이다. 이들이 만든 암모니아는 여러 토양 세균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우리가 밥을 먹고 일을 보듯 이들은 질산염을 내놓는다. 그러면 식물이 뿌리를 통해 이를 흡수하여 질소원을 충당한다. 일부 식물은 아예 질소고정 세균을 안으로 맞아들여 함께 산다. 예컨대, 콩나무 뿌리에 주렁주렁 달린 뿌리혹은 이들 세균 손님이 머무는 사랑방이다.
식물은 뿌리 주변으로 특정 화합물을 퍼뜨려 질소고정 세균을 초대한다. 세균 역시 화합물로 화답한다. 수락 신호가 접수되면, 식물은 뿌리 모양을 바꾸어 가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뿌리 안으로 세균이 들어오면 식물은 막으로 이들을 둘러싼다. 그 안에서 세균은 잘 먹고 자라면서 열심히 질소고정을 해서 아미노산을 생산한다. 식물에 질소 영양분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으로 보답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만약 사랑방을 차지한 손님이 빈둥빈둥 놀고먹는다면 식물에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세균은 간교한 인간처럼 의도적으로 무전숙식을 하지 않는다. 다만 증식 과정에서 우연히 질소고정 능력이 상실된 돌연변이체가 드물게 생겨난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질소고정 임무에서 면제된다. 그 덕분에 힘들게 일하는 동료 세균들보다 빨리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랑방에는 의도치 않게 무위도식하는 세균 무리가 득실거린다. 비록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식물 입장에서는 이런 직무태만을 현실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식물은 문제가 있는 방을 감지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 질소고정 능력이 떨어진 뿌리혹의 노화를 빠르게 진행시켜 떨어뜨려 버린다.
질소 분자는 두 개의 질소 원자가 삼중 결합으로 붙어 있는 매우 안정된 구조이다. 그래서 반응성이 매우 낮아 쉽게 화합물을 만들지 않는다. 비유로 말하면, 둘 사이가 너무나 돈독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에는 무관심한 단짝과 같다. 질소고정 세균은 이 견고한 결합을 끊고, 수소 원자를 붙여 암모니아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깐깐한 솔기를 한 땀씩 끊고 다시 새로운 땀을 떠야 하는 바느질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지구의 모든 삶이 여기에 의존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미물(微物)이 미물(美物)로 느껴질 정도다. 흔히 비와 함께 내리치는 번개도 질소 기체의 결합을 끊어 비옥한 빗물을 뿌리곤 한다. 하지만 질소고정 세균에 비하면 생명에게 주는 도움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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