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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응고’ 비타민 K 등 생산…생명공학산업 이끄는 ‘세포공장’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03.27 조회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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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의 족보

 

 

족보는 한 가문의 계통과 혈통 관계의 기록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몸(세포) 안에 족보가 들어 있다. 바로 유전자다. 생명체의 특성을 결정하는 기본 정보인 유전자는 이전 세대에게서 물려받는다. 그런데 전수 과정에서 유전자가 조금씩 변한다. 흔히 자식이 부모를 닮았다고 말하지만, 사실 부모 기준에서 보면 달라진 거다. 유전정보의 변화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다.

 

대장균의 자연 서식지는 포유류와 조류 같은 온혈동물의 창자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장균은 12000만년 전쯤 처음 나타난 것 같다. 이때부터 대장균은 다양한 온혈동물과 긴밀한 공생을 시작했다.

 

그런데 동물마다 각기 다른 장내 환경은 이후 대장균의 자손 번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주어진 조건에 더 적합한 유전자 변이를 지닌 대장균이 번성해갔다. 사는 곳에 따라 대장균들이 서로 점점 더 달라져간 것이다.

 

2019년 총 6220개의 대장균 유전체를 심도 있게 분석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기에 따르면, 비록 대장균이라는 단일 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들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전체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대장균들은 서식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전자를 잃기도 얻기도 했다. 저마다의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긴 세월이 DNA에 남긴 흔적이다. 특히 병원성 대장균들은 상대적으로 유전자 수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숙주에게 병을 일으키려면 추가로 유전자가 필요할 테니 말이다.

 

대장균은 동물의 장을 떠나서도 비교적 잘 살고, 실험실에서 배양하기도 쉽다. 이런 이유로 대장균은 청결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대장균이 검출된다는 것은 시료가 온혈동물의 분변 또는 매개체로 오염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검출된 대장균을 대상으로 간단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면, 문제의 세균이 유래한 숙주(사람인지 포유동물인지 아니면 조류인지)와 병원성 여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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