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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균과의 싸움, 죽자고 덤비면 유리한 건 세균이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05.22 조회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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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KAPE’는 언뜻 탈출하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ESCAPE’를 잘못 쓴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여섯 종류 세균의 학명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이다. 이들의 실명을 소개한다: 장알균(Enterococcus faecium),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엔테로박터류(Enterobacter spp.).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절실한 병원균 목록을 발표하면서 ‘ESKAPE’를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이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는 흔한 세균인 데다가 다약제내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약제내성이란 보통 서로 다른 계통의 항생제 세 가지 이상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ESKAPE 세균의 위험성은 병원성 자체보다는 탁월한 환경 적응력에 기인한다. 말하자면, 이들이 감염병을 일으키는 능력은 비교적 낮지만, 인체는 물론이고 생활 환경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감염을 일으키기 쉽다. 감염이란 미생물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증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그 결과로 생기는 건강 이상을 감염병이라고 한다. 이 말을 되새겨보면, 감염이 반드시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제는 일상용어가 되다시피 한 무증상 감염이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보통 건강한 사람에게는 ESKAPE 세균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이들 감염에 취약해진다. 특히 ESKAPE 세균이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주범이어서 이들이 다약제내성을 띠게 되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게다가 다약제내성 ESKAPE의 엄습이 이에 맞설 항생제 개발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결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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