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소를 키우듯, ‘공생’은 지구 생명체의 과거이자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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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08.03 | 조회수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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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
‘돌이킬 반(反)’에 풀이 감싼 꾸러미 모양을 본뜬 ‘꼴 추(芻)’가 붙어 ‘반추’가 된다. 글자 그대로 반추는 한번 삼킨 풀(먹이)을 다시 게워내어 씹음, 곧 되새김을 뜻한다. 그리고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양곱창구이’ 식당이 곧잘 눈에 띈다. 양곱창이란, 소의 위를 고기로 이르는 ‘양’과 소의 작은창자(소장)인 ‘곱창’을 붙인 말이다. 소 같은 반추동물은 보통 위가 4개이다. 순서대로 ‘혹위’, ‘벌집위’, ‘겹주름위’, ‘주름위’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혹위와 벌집위가 바로 양구이 재료이고, 보통 날로 먹는 ‘처녑’이 겹주름위이다. 네 번째 주름위는 주로 ‘막창구이’로 메뉴판에 올라 있다.
혹위는 먹은 풀을 우선 모아두는 공간답게 크기가 아주 크다. 황소의 혹위는 200ℓ에 달한다. 소는 혹위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게워내서 수십 번 씹은 후 다시 삼킨다. 이렇게 되새김질한 풀은 벌집위로 들어가 뭉쳐진다. 소는 이것을 또다시 되새김질하여 겹주름위를 거쳐 주름위로 보내 소화한다. 엄밀히 말하면 마지막 위인 주름위가 진짜이고, 앞의 3개는 식도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소는 온종일 40~50분 간격으로 되새김질을 반복한다. 혹위 속에서는 많은 미생물, 특히 세균들이 섬유소를 분해한다. 소는 세균이 섬유소를 먹고 내놓은 배설물, 곧 발효 산물을 흡수하여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반추위에는 ‘원생동물’이라는 또 다른 부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원생동물은 가장 원시적인 단세포동물을 총칭한다. 아메바와 짚신벌레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반추위 속 원생동물은 주로 세균을 잡아먹고 산다. 이 덕분에 반추위에 사는 세균 수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나아가 이들 원생동물은 주름위에서 소화되어 소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그래서 소가 풀만 먹고도 엄청나게 근육(살)을 찌울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해, 미생물이 아니라면 소는 굶어 죽고 만다.
동물과 미생물이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관계가 반추동물처럼 큰 동물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이와 유사한 과정이 훨씬 더 작은 숙주 안에서도 일어난다. 나무를 갉아 먹는 흰개미의 삶도 창자 속 미생물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흰개미는 지구에서 그 수가 가장 많은 곤충 가운데 하나로 목조 문화재 훼손의 주범이기도 하다. 흰개미가 해충으로 지목되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좀 더 큰 차원에서 바라보면 흰개미도 지구 생태계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나름 역할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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