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실험실 될 때까지 그저 반복 또 반복김현정 저 | 코난북스 | 2024년 05월 17일
목차‘세 번째 여행’ 그 안에는 분명 반짝이는 것이 있다 될 때까지 반복 또 반복 의심 많은 도마 자살 다리 스와르나 서브원, 물속에서도 버티는 벼처럼 라일라, 쌀 향기가 나는 사람 나와 당신의 거리 쥐와 원숭이와 고양이를 생각하며 흑갱(黑粳) 세 번째 여행의 끝
책소개아무튼 시리즈 66번째 작가는 과학자다. 벼를 연구한 식물학자, 그중에서도 야생 벼의 유전 정보를 연구한 유전육종학자다. 어릴 적 작은 계기로 벼를 연구하겠다 결심한 뒤, 그렇게 20여 년을 벼만 연구했다. 그런 작가이기에 처음 벼를 접한 수원의 연구실부터 미국 뉴욕 이타카,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다시 돌아온 서울까지, 실험실이야말로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다.
벼를 기르고 또 분석하는 조금은 낯선 실험실이라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무언가를 애정하기에 될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하며 살아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마음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또 지난한 실험실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버티고 지킨 이야기, 한없이 곁을 내어준 동료들과 함께 버티고 성장해온 이야기는 비단 실험, 연구에 대한 이야기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 그 자체에 대한 은유이자 성찰로서 감동을 전한다.
책 속으로그러나 내가 논과 실험실에서 일하면서 벼에게 배운 게 있지 않은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별 볼일 없어 보여도 그 안에는 분명 반짝이는 것이 있다. 야생 벼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인간에게 선택받지 못했어도 자기만의 방식, 자기만의 속도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 p.27
실험은 몸을 쓰는 일이다. 몸에 익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안에는 당연히 무수한 실수와 실패 그리고 반복이 존재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하던 가락이 있다'고. 실험이 내 ‘하던 가락’이 되려면 몸이 실험을 기억할 때까지 반복해야만 한다. 될 때까지 그저 반복 또 반복. 타고난 게 없다면 더더욱 별수 없다. 더 많이 해보는 수밖에. 시간은 인내하는 사람의 편이라지 않은가. 지치지만 않으면 ‘꽝손’에게도 승산은 있다. 조금 늦으면 어떤가. 해내기만 하면 되지. --- p.43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공부, 실험. 불확실한 미래. 모두가 경쟁하는 분위기. 어둡고 추운 날씨. 모든 게 우울함을 증폭시켰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우울함을 이해하기에도, 자기 자신의 우울함을 받아들이기에도 미숙했다. --- p.75
홍수로 물에 완전히 잠긴 벼가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물 높이보다 키를 더 키우거나, 숨을 꾹 참고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말로 하면 어려움에서 스스로 탈출하든지 아니면 어려움이 지나갈 때까지 견디든지. 둘 중에 농부에게는 키가 훌쩍 커져 쓰러지기 쉬운 벼보다는 숨을 참고 견디는 벼가 효자다. 버티기로 살아남은 벼는 물 빠진 논에서 다시 성장해 알곡을 맺는다. --- p.77
벼를 연구하지 않는 벼 연구자의 실험실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가. 나와 달리 여전히 벼를 연구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경외감을 가지고 그들의 건투를 빌면서도 속으로는 질투하고 있는 내가 벼에 대해 글을 쓰는 게 옳은가. 여행은 거기서 멈췄다. --- p.158
농대 입학을 시작으로 석사, 박사, 포닥까지 20여 년간 벼, 특히 야생 벼를 공부하고 연구한 식물 유전육종학자다. 지금은 기업에서 미생물과 동물을 연구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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