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창궐 시대…박쥐는 인간의 각성을 촉구하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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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08.29 | 조회수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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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어릴 적 울 할머니 옛날이야기는 늘 이렇게 시작했다. 한글을 깨치면서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던 그림 동화책에서도 곰방대를 입에 물고 근엄하게 앉아 있는 호랑이를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흡연의 건강 위험성을 알리는 섬뜩한 공익 광고와 함께 금연 캠페인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분명 부적절한 내용이다. 천진난만한 새싹들이 자칫 흡연을 거리낌 없이 좋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나친 노파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접한 인상이나 느낌은 뇌리에 각인되어 평생토록 기억에 그대로 자리할 수 있음을 환기하고자 함이다.
요즘에는 박쥐 하면 코로나바이러스를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 같다. 박쥐가 보유숙주라는 점에서 이 연결은 미생물학적으로도 합당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미생물학을 전공한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기회주의자가 먼저 연상된다. 박쥐에 대한 내 선입견 또는 편견이 만들어낸 이미지이리라. 추측건대, 산타클로스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시절에 이솝우화에서 읽은 박쥐 이야기가 이런 왜곡된 인식 형성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추억에서 그 박쥐를 잠시 소환해 본다.
옛날에 날짐승과 들짐승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박쥐는 전세에 따라 유리한 쪽에 번갈아 붙으며 알랑대다가 결국, 양쪽 동물 모두에게 배신자로 찍혀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게 된 박쥐는 하는 수 없이 동굴에 숨어 지내며 밤에만 몰래 나다니는 외롭고 처량한 삶의 길로 들어선다. 박쥐라는 이름도 밤에 행동하는 쥐, ‘밤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세한 쪽에 붙는 교활한 기회주의자를 뜻하는 ‘박쥐 같은 인간’이라는 관용어에서 보듯이 박쥐는 인간 세상에서도 배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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