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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수족관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09.06 조회수 5

 

 

 

 

슬픈 수족관

 

감금 범고래는 왜 조련사를 죽였을까

존 하그로브하워드 추아이언 저/오필선 역 | 목수책방 | 2024년 06월 10일


목차

한국어판 독자에게
한국어판의 독자에게 전하는 마지막 소식
프롤로그

괴물과 인간
씨월드가 구축한 환상
범고래 조련사 되기
보살핌과 길들임
범고래 엘레지
범고래의 자연사와 자연스럽지 않은 역사
나의 보물 타카라
새끼 낳는 기계, 인공수정의 목적
범고래의 탈선, 그리고 틸리쿰
믿음을 잃다
전향
감금 범고래의 미래

에필로그
저자 후기
감사의 말
참고문헌
역자 후기
찾아보기


책소개

범고래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가두고 전시하는 일에 일조해야 했던 세계 최대 해양테마파크 전직 조련사의 슬프고도 예리한 내부 고발 이야기. 조련사를 죽인 범고래 틸리쿰을 비롯해 인간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감금 범고래들의 이야기는 인간이 과연 동물들에게서 무엇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지, 함께 살아가는 지구의 다른 생명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세계 최대 해양테마파크 전직 수석 조련사의 내부 고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양생물의 ‘종 보존’이라는 거대 기업의 선전에 세뇌된 저자의 전향 과정과 양심 고백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진행되는 돌고래 감금과 전시·공연 행위, 그들의 수난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면서 관련 책을 발굴하고 번역을 기획하게 되었다. 전국에 감금된 비인간 인격체의 해방에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비인간 인격체를 넘어 야생의 서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우리와 수조에 갇힌 모든 생명에게 해방의 손길이 미치기를 바란다.
---「역자 후기」중에서

해양테마파크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범고래들이 행복한 것도 잘 적응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하물며 잘 크는 것도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범고래가 공격적으로 돌변할 것에 대비해 그 행동을 그토록 주의 깊게 살핀 데에는 그들이 갇혀 지내는 여건에 분명 뭔가 잘못된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연에서 생활하는 범고래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 갇혀 지내는 그들의 상태를 그토록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범고래의 공격성을 염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씨월드의 스타들을 훈련하면서 나는 또 다른 자각에 이르렀다. 범고래가 쇼에 오를 마음이 생기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였다. 우선 쇼에 오르면 먹이라는 보상을 받을 기회가 더 많이 생겼고, 또 하나는 끔찍하리만치 단조로운 감금 생활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탈출할 수 있어서였다. 그들의 삶은 권태 그 자체였다.

씨월드는 임신 가능한 범고래를 여기저기로 옮기면서 끈끈한 가족관계를 파괴했다. 그들이 소유한 범고래 유전자 풀의 단조로움을 깨고 범고래 수를 늘리는 것이 그 목적이었고 바로 전국에 걸친 번식 프로그램이 그 수단이었다. 무엇보다도 악랄한 것은 자연에서라면 새끼를 낳기에는 너무 어린 암컷도 번식에 동원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암컷이 새끼를 낳은 이후 다시 임신하기까지의 주기가 너무 빠른 것도 악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렇지 않아도 어린데다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범고래가 고된 임신에서 미처 회복할 틈도 주지 않았다.

“모든 포유동물의 뇌에는 부변연계가 있다. 그러나 범고래의 부변연계 부위가 영장류를 포함한 다른 포유동물의 같은 부위보다 더 발달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범고래의 뇌섬엽도 “매우 주름이 졌다.” 그것은 뇌가 “그 부위에 많은 세포 조직”을 충당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피질과 신피질 부위가 고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것으로 보아 범고래의 뇌가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부위들은 “인간, 그리고 짐작하건대 모든 포유동물의 지각과 의식에 관여하고 있으므로, 범고래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복잡하고 정교한 수준의 자아와 사회적 의식을 갖추게 되는 토대의 일부라 추측할 수 있다.”

뛰어난 조련사는 범고래의 의인화가 초래할 수 있는 미묘한 위험성에 예민하다. 인간과 범고래가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범고래가 인간처럼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려해야 할 요소는 더 있다. 1960년대에 범고래가 처음으로 포획되어 여러 수족관에서 전시되었을 때만 해도 세계는 이 동물의 상냥함에 놀랐다. 하지만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강력한 고립 생활의 결과, 범고래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감금이라는 고통스러운 프리즘을 거치면서 뒤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 바다에서는 결코 그들이 먹이 삼지 않는 이들 인간을 향한 남아 있는 상냥함은 이제 죄수와 간수라는 사회적 상관관계에 던져 넣어야 한다. 반복과 권태, 움직일 자유의 결핍, 자기의 먹이를 쥐고 있는 두 발 달린 작은 동물, 이 모든 것은 범고래가 야생에서라면 대응했을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더 이상 진정한 범고래가 아닌 돌연변이이며, 범고래의 유전자를 타고났으나 뒤틀린 심리로 채워진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씨월드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사의 사업에 책임을 지고 미국과 전 세계의 자라나는 세대에게 호소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혁신하는 것이다. 어린 세대도 범고래를 비롯해 모든 동물을 감금하여 구경거리로 삼는 것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위라고 확신하는 추세다. 씨월드는 캘리포니아주의 범고래 법안에 따른 조치에 응하고, 감금된 삶으로 고래류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바다 우리를 설치해 대중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대중의 방문에는 입장료를 매기면 된다. 바다 우리는 바다의 바닥에 고정된 넓은 바다 울타리로 범고래에게는 자연에 훨씬 가까운 환경을 조성한다. 감금 때문에 삶과 행동 방식이 망가진 범고래를 위해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최선의 보호구역인 셈이다. 씨월드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결과를 완전히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속죄할 수는 있다. 그리고 속죄의 의미로 나머지 인류가 자신의 과오를 보고 배우게 하면 된다.

신이 인간에게 모든 동물을 다스릴 힘을 주었다고 믿는다면, 우리에게 막대한 책임감 또한 부여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동물에게 해를 입히고 고통을 주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데 이 힘을 써서는 안 된다. 씨월드 범고래의 미래를 위한 싸움은 인류와 지구 나머지 거주자의 관계 맺기에서 연유한 윤리적 논쟁의 일부다. 이를 두고 TV 언론인이자 저술가, 동물권 활동가인 제인 벨레즈미첼은 “이것이 21세기에 떠오르는 사회 정의”라고 말했다.
---「본문」중에서

저 : 존 하그로브 (John Hargrove)
여섯 살 때 처음 본 범고래쇼에 매혹되어 줄곧 범고래 조련사를 꿈꾸다가 마침내 미국 최대 해양테마파크인 씨월드(SeaWorld)의 범고래 조련사가 되었다. 그 후 프랑스 마린랜드(Marineland)의 조련 감독직을 포함해 14년간 범고래 조련사로 일했으며, 씨월드에서는 수석 조련사의 지위까지 올랐다. 씨월드가 소유한 범고래 30명(命) 가운데 20명과 공연하고 교감하며 그들을 아꼈으나, 씨월드가 영리만 중시한 채 범고래를 가혹하게 취급하자 내부 고발자로 전향했다. 조련사를 죽게 한 범고래 틸리쿰(Tilikum)과 감금 범고래의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블랙피쉬(Blackfish)〉(2013)에 출연했으며, 이를 계기로 2012년 씨월드에서 사직했다. 이후 동물권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저 : 하워드 추아이언 (Howard Chua-Eoan)
2000년부터 2013년까지 〈타임〉지의 뉴스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현재 〈블룸버그뉴스〉의 사설과 여론 코너인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국제 편집장을 맡고 있다.

역 : 오필선
2002년부터 대안학교 교사로 학생들과 더불어 배우고 있다. 영어교육을 전공하여 영어 과목을 주로 담당하였으나, 과목의 경계를 넘나들고 학생들과 함께 세상을 탐구하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 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좋은 책을 발굴해 소개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주로 교육과 양육 분야의 책을 옮겨왔으며, 옮긴 책으로는 『길들여지는 아이들』, 『수상한 학교』, 『아이를 망친다는 말에 겁먹지 마세요』(이상 민들레), 『홈그로운』(아침이슬), 『놀이는 쓸 데 있는 짓이다』(목수책방), 어린이 책인 『너는 어떻게 학교에 가?』(한겨레 아이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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