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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발생설과 미생물 원인설(하) : 숙명의 라이벌 경쟁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10.11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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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생명체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터무니없는 주장, ‘자연발생설이 논파되고 나서도 이른바 미아즈마(miasma)’라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또 다른 고정관념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상편·92일자 14면 참조).

 

미아즈마란 나쁜 공기라는 뜻인데, 그 옛날 사람들은 사체나 배설물 따위가 썩을 때 나오는 악취가 감염병의 원인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 시절에는 의사가 손을 씻지 않고(심지어 시신을 다룬 후에도) 진료를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사실이 그 맹신의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죽하면 손 씻으라 말했다가 지독한 따돌림 속에 고독한 삶을 살다, 종국에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해 비명(非命)에 간 이그나즈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1818~1865)라는 의사까지 있었겠는가!

 

유럽 대륙에서 제멜바이스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존 스노(John Snow·1813~1858)라는 의사가 콜레라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54년 여름, 런던의 빈민가 소호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창궐했다. 손쓸 사이도 없이 6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역시나 미아즈마로 콜레라가 전염된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러나 스노는 나쁜 공기가 아니라 더러운 식수가 감염 경로라고 의심했다. 그는 희생자의 거주지를 지도에 표시해나갔다. 그러자 숨어 있던 진실이 그 지도 위에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망자 주소가 특정 거리를 중심으로 몰려 있었다. 스노는 해당 가정을 일일이 방문 조사했고, 이들 모두 같은 펌프에서 물을 길어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서 문제의 펌프를 조사해보니 근처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물이 펌프의 수원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염된 물이 콜레라를 퍼뜨리고 있다고 확신한 스노는 펌프 사용 중단을 강력히 주장했고, 급기야 문제가 된 펌프의 손잡이를 빼버렸다. 이런 극단적 조치 이후로 콜레라 환자 추가 발생이 멈추었다. 스노의 공로를 기려 지금도 그 거리에는 손잡이가 빠진 펌프가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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