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정체를 찾아서: 인공지구 생명 멸종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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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10.18 | 조회수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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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오솔길을 걷다 보면 길가 덤불 속에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나무를 마주치곤 한다. 때로는 나무 표면에 줄지어 나 있는 버섯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에 커다란 비늘들이 일어선 듯하여 혹자에게는 징그러울 수 있다. 그러나 미생물 공부를 업으로 하는 나는 죽음과 삶을 연결하고 있는 미생물 모습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기 일쑤다. 버섯은 ‘진균’, 쉬운 말로 곰팡이에 속하는 미생물이다. 곰팡이 하면 흔히들 상한 음식에 핀 가는 실타래 같은 모양을 떠올린다. 이렇게 팡이실(균사)을 펼치는 곰팡이를 모양 그대로 ‘사상균(絲狀菌)’이라고 부른다. 버섯은 팡이실이 겹치고 두꺼워지면서 위로 자란 것으로, 이를테면 팡이실이 겹겹이 쌓인 구조체이다. 그리고 빵이나 맥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이스트)도 또 다른 곰팡이 종류이다.
미생물학에서는 나무에 피는 버섯을 일컬어 ‘목재부후균’이라고 부른다. 부후[썩을 부(腐), 썩을 후(朽)]는 썩는 현상 또는 과정을 뜻하는 한자어이니, 목재부후균은 글자 그대로 나무를 썩게 하는 곰팡이 무리를 말한다. 잘 알다시피 나무는 잘 썩지 않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예로부터 인류는 나무로 집을 짓고 배와 가구를 비롯하여 각종 도구와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목재가 오랫동안 견고하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미생물이 쉽사리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유로 말하자면, 나무는 콘크리트 기둥과 같다. 철근에 해당하는 ‘셀룰로스(섬유소)’를 철사 격인 ‘헤미셀룰로스(반섬유소)’가 연결하고, 여기에 시멘트 역할을 하는 ‘리그닌’이 더해져 단단한 목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복잡하고 견고한 구조체를 혼자 힘으로 해체할 수 있는 미생물은 아직 발견된 바 없다. 목재부후균도 종류에 따라 고유한 효소를 만들어 이 세 가지 주요 성분을 선택적으로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이용한다.
썩어가는 나무는 보통 흰색 또는 갈색을 띤다. 리그닌 분해능력이 뛰어난 버섯이 피면 목재 색이 점점 희어진다. 짙은 갈색인 리그닌이 먼저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그닌을 우선으로 분해하여 나무를 하얗게 썩히는 버섯을 ‘백색부후균’이라고 한다.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처럼 우리가 흔히 먹는 버섯 가운데에도 백색부후균이 여럿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갈색부후균’은 셀룰로스와 헤미셀룰로스를 주로 분해하여 리그닌 성분을 많이 남겨 나무를 갈변시킨다. 약용버섯으로 쓰이는 꽃송이버섯과 덕다리버섯 등이 갈색부후균에 속한다. 백색부후균과 갈색부후균은 각각 활엽수와 침엽수 목재를 주로 분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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