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통신 = 횡성, 전상일 기자)
4-13으로 크게 뒤지고 있었던 9회 말.
지고 있는 팀으로서는 풀이 죽어있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세광고는 달랐다. 안타 하나에 선수들이 환호했고, 마음껏 경기를 즐겼다. 흡사 축제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동적인 장면은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이어졌다. 덕수고의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세광고 선수들이 모두 밖으로 뛰어나와 덕수고 선수들을 향해 도열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고교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 된 것이다. 경기 후 덕수고 정윤진 감독조차 “세광고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라며 고마워할 정도였다.
세광고 선수들은 시상식 현장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덕수고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을 당시에도 그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우승팀의 세리머니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자신들 또한 당당하게 김용선 감독을 헹가래 쳤다. 준우승팀이 감독 헹가래를 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덕수고 선수단도 이에 감동해 세광고가 헹가래를 칠 때 진심 어린 박수를 실어 보냈다. 양 교 선수들이 섞여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2015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가 통합 5연패가 좌절된 이후 선수단 전체가 도열하며 두산 베어스의 우승을 축하해준 장면은 훈훈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고교야구는 프로야구와는 또 다르다. 언제 또 결승에 올라올지 알 수 없는 토너먼트인 탓에 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당장 이날 세광고 또한 무려 37년 만의 결승진출이었다.
워낙 승부욕이 강한 나잇대 선수들이다 보니 더욱 한 경기에 쏟아 붇는 집중력과 간절함이 크다. 승부에 대한 간절함이 크면 클수록 아쉬움도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 중 상대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패자는 눈물을 흘리거나, 아쉬움을 곱씹으며 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세광고는 달랐다. 무려 37년 만에 결승에 올라왔음에도, 선수들은 경기를 즐겼고 또 당당했다. 패배가 확정된 후 김용선 감독은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너무 고맙다.”라며 그들을 격려했다. 선수들 또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 시즌의 전국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광고 선수들에게 2020년은 절대 실패하거나 패한 채로 끝난 아쉬운 시즌이 아니라 '4강' 그리고 '준우승'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이룩한 '성공적인 한 해'로 기억될 뿐이었다.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비록 경기에는 패했을지는 모르지만, 본인들 또한 이 대회의 주인공이라고. 그리고 올 한해 후회 없이 싸웠노라고.
세광고의 아름다운 행동이 대회의 품격을 크게 높여주었음은 물론이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