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속리산 수련활동 보고서(2학년 이세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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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성윤 | 등록일 | 16.10.13 | 조회수 | 826 |
나 자신에 대한 발견 - 속리산 수련활동 보고서 - 2학년 이세준 나는 뚜렷한 꿈이 없다. 생기부에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 할 때는 나는, 심장외과 교수가 돼서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심정지 질환환자가 생기지 않게 하겠어! 라는 이상주의자적인 말을 내뱉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나의 꿈이었을까? 나는 이번 수련회를 통해 이것이 진실한 나의 삶의 목표는 아니었음을,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이 작은 ‘꿈’은 사실 내가 추구한 삶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또 하나의 작은 발걸음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어 이 보고서를 쓰고자 한다. 2016.09.20.~2016.09.23.(4일) 보고서 위의 이 부분을 보고 아마 의아해했을 것이다. 사실 수련회는 20일이 아닌 21일부터가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수련회는 20일부터 이었기에 이렇게 서술하게 되었다. 20일 밤, 나는,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춤 춰본적 없는 나는, 21일에 있을 장기자랑을 위해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연습을 하면서도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믿기지 않았고 같이 연습한 친구 진태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사건의 계기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이 사건의 계기는 그 전 주 추석으로 되돌아간다. 나는 추석 때 쉬면서 우연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김연우의 치얼업을 보고 말았는데, 이 것은 화근이, 좋게 말하면 내 마음의 불씨가 되었다. 처음 그 영상을 보았을 때는 도대체 이 아저씨는 뭐 하려고 공중파에 나와서 굳이 망신을 당하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트와이스 팬으로서 공연을 수십 번은 본 나는 저거보단 잘 추지 않을까 하는, 김연우에 대한 어떤 도전정신이 생기게 되었다. 보통 생각을 하게 되면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이런 도전정신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치얼업 안무를 보며 따라 해 볼 수밖에 없었다. 뭐, 그 결과는 보나마나 몸은 삐걱거리고 굳어 될 리가 없었고 왠지 모를 패배감을 가슴 속에 품고 다음 날이 되었다. 여기까지만 진행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 떠오른 한 가지 생각이었다. ‘이거 조금 연습하면 수련회 때 장기자랑 한 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는 단순히 장난처럼 했던 생각이었고 그 생각이 다음날 나를 그토록 괴롭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음날, 월요일이 되었다. 월요일이 되어 나는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만약에 내가 장기자랑 때 치얼업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대부분 장난으로 받아들였고 대부분은 너 미쳤니? 하는 반응이었다. 또, 어떻게 그런 걸 남자가 300명 앞에서 할 수 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춤을 잘 추는 승빈이마저 이거 연습하려면 하루가 아니라 몇 주는 필요하다는 말에 의기소침해진 나는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연습하면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 나는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웠고, 친구들의 거듭된 만류에 오히려 오기가 생기면서 내적갈등이 심화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내적갈등은 그 날 지진이 일어남으로써 더 심해졌는데, 밖에 대피하기위해 나와서 할게 없으니 딴 생각만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정말 괴로울 수 밖에 없었다.
가슴은 이거 이번에 안 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말로 나는 설득시키려고 애를 썼고, 머리에서는 이걸 하면 다른 친구들의 눈 건강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 나를 설득시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한 번 머릿속에서 생긴 아이디어는 내가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나를 괴롭히는 가시가 되었고,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집착. 나는 굉장히 집착이 강한 편인 것 같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한 번 하게 되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힘들어하는데, 이번 경우처럼 하기 어려운 일일경우에는 정말 난처해진다. 하자니 너무 힘들 것 같고, 안 하자니 집착 때문에 더 힘들 것 같아 결국은 배수진을 치는 꼴이 돼 버린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나를 저주하기도 했다. 왜 괜히 이런 이상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와서 나를 괴롭히는지 나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나는 괴롭기만 했다. 결국 안 했을 때의 정신적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나는 다음 날 화요일 본격적으로 반 친구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처음 친구들을 설득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이것도 나름 부끄러운 일이라 선뜻 말을 건내지도 못했고, 친구들도 모두 거절했다. 5명 정도에게 물어볼 때 즈음 나는 내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이것을 할지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해 내가 먼저 설득돼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번에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만약 아무도 안 된다면 나 혼자서라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친구들을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진심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설득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5명이 모이게 되었다. 5명이 모여 자신감을 얻은 나는 수소문 끝에 거울방이 있는 곳까지 알아냈지만 곧 그것은 김치국이었을 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이제 친구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친구들은 용기가 안난다며, 두렵다며 도망가버리고 나와 진태 두명만이 남게 되었다. 두렵다는 말을 하며 도망가는 친구들을 보며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지 고민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춤이 싫다고 혹은 연습하기 귀찮다고 아니면 그냥 너랑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면 바로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렵다니? 두려울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못했던 나로서는 무엇이 두려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한 가지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가면. 우리 인간은 가면 뒤의 존재들이다. 우리는 진심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남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우리는 내면의 자아와 보이는 자아를 약간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그 둘 중에서 보이는 자아를 더 중요시하기도 한다. 특히, 외모나 예의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보이는 자아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우리 안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그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르고 그 행동으로 인해 내가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적당하게 보이는 가면을 씀으로써 서로를 보호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이 가면이 살짝 벗겨질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었던 가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때 우리는 그 모습이 아름답지 않고 지금까지 잘 다듬어 온 가면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움을 느낀다. 또한, 이는 자신의 외적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설득을 했던 친구들에게 약간 미안해졌다. 아마 내가 너무 억지로 그들의 가면을 벗기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다른 친구가 나에게 이런 짓을 하려고 했다면 나도 두려워 도망치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다른 친구들을 붙잡을 수 없으며 그 행동 또한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친구들을 설득하고 떠나보내는 경험을 통해 나는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의 진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남을 진실로 배려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가면과 내면을 모두 존중할 줄 아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참여하지 못하게 된 친구들을 뒤로 하고 그래도 나와 진태는 연습을 위해 내 집으로 떠났다. 연습을 한 나를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조금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집에 도착한 8시부터 새벽 4시 까지 오로지 춤만을 연습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동안 연습 할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추측하건데, 나만의 집착과 고집으로 인해 힘든 것도 느끼지 못하고 연습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요일, 수련회에서의 일과가 끝나고 드디어 장기자랑 시간이 되었다. 사실 신청은 3번째로 했지만 춤은 우리 밖에 없어서 마지막 순서로 배정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가 되기까지의 시간도 정말 힘들었는데, 다른 친구들의 장기자랑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머릿속으로 안무를 생각하며 즐기지 못한 나를 보면 약간 불쌍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마지막 순서가 되어 무대에 올라섰을 때의 긴장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춤을 추면서도 떨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해야 했는데, 그래도 춤이 몸에 익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노래가 흘러나오자 몸이 알아서 반응해 준 것 같다. 처음에는 약간의 야유가 터져 나왔으나 이내 친구들은 노래에 맞춰 호응해 주었고,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갈 때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이것을 했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나는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약간의 쪽팔림을 얻기 위해 이것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습을 하면서 정말 힘이 들었을 때 그리고 무대 위에서 긴장과 쪽팔림을 느꼈을 때 나는 정말 살아있음을 느꼈고 아마 이런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나는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며 친구들은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 잘했다며 칭찬일색이었는데,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가치관. 나는 왜 이렇게 집착이 강한가? 수련회 일과가 끝난 후 밤늦게 친구들과 놀기 위해 누워있던 나는 하루를 돌아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왜 한 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불편한가? 어쩌면 나의 사회생활에 방해가 될 요소일지도 모른다, 이 집착과 고집은. 하지만 또한 이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우리 인생을 짧은 것 같다. 겨우 17년 밖에 살지 않은 애가 무엇을 알겠냐고 물을 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인연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고 그들과의 시간은 항상 기대했던 것보다 짧다. 이를 볼 때 아마 누구에게나 인생은 기대했던 것보다 짧아 아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래서 아마 나는 집착하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내가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만약 내가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을 하지 못하고 죽는 다면 그 날 아마 편하지 못 할 것 같아 이렇게 발버둥 치는 지도 모른다. 조금 더 살아있는 삶을 살기위해. 이번 수련회를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알게 된 것 같다. 이제 앞의 말을 끝맺음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는 말했듯이 이제 더 이상 명의가 되어 사람들을 고치는 것을 내 목표로 하고 싶지 않다. 내 소원을 쪽지에 적는 시간에 ‘의사’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사람’을 소원으로 적는 나를 보며 내 꿈은 오히려 내 안의 모든 것을 불태워 열정적으로 사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어떻게 3일의 짧은 시간동안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번 수련활동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나의 자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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