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제주도 수학여행 체험 수필 쓰기 최우수상(1학년 임도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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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성윤 | 등록일 | 16.10.26 | 조회수 | 840 |
도전과 경험, 떠날 때를 알게 되다 1학년 임도민 9월 20일 밤, 수학여행을 준비하면서 내 마음은 기대와 설렘으로 이미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세광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모두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모의고사, 내신공부와 각종 비교과 활동들로 일상생활에 지쳐있던 중 친구들과도 더 깊이 사귀고, 책 속의 글로만 학습했던 것들 대신 눈과 귀로 직접 많은 것을 경험할 기회가 바로 수학여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학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 덕분에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가는 길이 피곤하지도 않고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하자 같은 반 친구들이 사복을 입고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모습만 보던 서로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내게는 공항이라는 장소 역시 낯설기도 하고 특별했다. 한 번도 공항에 와 본적도 없고 비행기를 타 볼 기회도 없어 주위 친구들이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내 성격 탓에 그동안 타지 않았었는데 이번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내 마음 속의 두려움에 큰 도전을 하게 되었다. 혹시나 비행기가 떨어지면 어쩔까하며 갖가지 상상을 했지만 막상 착륙할 때가 되어서는 그런 일은 없었고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두려움외에는 두려워 할 것이 없다”는 명언이 떠올랐다. 내 마음속의 상상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로 바뀌게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포기하기 전에 계속해서 직접 부딪쳐 보고 그 실체 앞에 당당히 맞서는 자세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첫째 날 숙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제주 4·3평화공원이었다. 새벽 5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해 저녁5시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동하고 탐방지역들을 방문해 너무 지쳐있었기에 건성으로 돌아보고 빨리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제주 4·3평화공원에 가서는 조금씩 그 곳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의미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던 것 같다. 그곳이 경치가 아름다워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지만 그곳이 가지고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5,000년 역사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들은 몇몇 소수의 사람들인데, 그들은 대부분 나라를 구하거나 태평성대를 이끈 영웅들이다. 그런데, 그 영웅들은 과연 혼자서 그 일을 해낸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역사에 이름을 새긴 것은 아니나 영웅들이 진정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 수도 없이 많은 숨은 주역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 민초들이라 부르곤 한다. 제주 4·3공원에서 짧은 시간을 있었음에도 내가 느낀 것이 많았던 것은 이곳이 그들, 민초들의 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의 사람들이 그리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이곳은 제주도 민간인 학살과 그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며 화해와 공존의 세상을 열어가기 위한 평화 인권기념공원인데, 난 이곳이 지닌 역사의 장면들이 보였고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생각한다.
첫째 날 일정들을 모두 마치고 나서 우리 세광고등학교 학생들은 숙소로 들어가게 되었다. 숙소에서 저녘식사를 마치고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6명의 학생이 한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방을 대표할 방장을 뽑아야 했다. 처음 세광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방장의 필요성이 느껴져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주도하다보니 방장으로 뽑히게 되었다. 반장도 아니고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6명의 친구들만을 책임지는, 어떻게 보면 작디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 수 도 있지만, 1학기와 2학기 반장선거에 모두 도전해 떨어진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특별한 것이었다. 비록 반장 역할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도와주고 책임지는 역할이었기에 인정받은 듯한 느낌도 들고 내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둘째 날 아침 역시 평소보다 매우 이른 시간에 기상하였다. 둘째 날은 일과가 한라산 등반밖에 없었지만 제일 걱정되는 것 역시 바로 한라산 등반이었다. 평소에 등산이 취미기도 하고 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남한에 있는 산 중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은 나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그러한 걱정이 가시기도 전에 아침 8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우리는 한라산 등반을 시작했다. 처음 한 두시간 정도는 일반 산과 다를 것이 없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어서 그리 힘이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진달래밭 대피소를 약1km 남겨둘 때 즈음에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숨은 헐떡거리고 눈은 반쯤 이미 풀려버렸고 출발할 때 가졌던 정상까지의 등반욕심은 희미해져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있는 상태로 진달래밭 대피소에 힘겹게 도착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정상까지 가야 하는데, 몸이 따라 줄 것 같지가 않았다. 한라산 정상까지의 등반은 이미 너무나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으면서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유라 한다면 친구들도 같이 땀흘리며 힘들어하고 있고, 또 그럼에도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가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 혼자 몸이 힘들다고 가지 않는 다고 한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길 것 같았고 나에게 한라산 정상을 가야 하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또 한가지 인상깊은 것이 있다면 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였다. 도시락을 먹거나 무언가 산에 해가 될만한 것을 남겨놓고 오지 않고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정상을 오르고 다시 내려올 때까지 가져가는 모습은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약 2.5km를 더 올라 만나게 된 한라산 백록담의 경치는 정말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물론 이곳까지 오르는 과정은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지만 그래도 정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경치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것도 아니고 그저 자연의 한 모습을 보고 무엇이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라산의 백록담을 보고 나서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구름과 산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절경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한라산의 백록담은 날씨 상황이 좋지 못하면 볼 수가 없어 보고 싶다면 삼 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는데 그 날은 백록담을 완전하게 다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산을 오른다고 끝은 아니다. 산을 내려오는 시간이 더 길고 험했던 것 같다. 길은 더 미끄럽고 무릎은 이미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한 번 왔던 길이여서인지 더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산을 올라왔던 때와 똑같은 곳이면서도 다른 방향에서 보니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어렴풋이나마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늘 강조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라산은 내 삶을 고민하게 했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 역시 어렵지만 내려오는 것은 더 힘들다. 정상에 머무를 수 없기에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난 내 미래의 어떤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그곳에서 내려갈 때를 대비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더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더 경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 세광고등학교 학생들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다시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때이지만 마냥 두렵거나 의무감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서 기존의 벽을 파괴하며 나 스스로를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찾았고, 정상에 자리에서도 영원할 수는 없음과 다시 내려갈 때 어떻게 준비할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배우게 되었다. 지금부터 나의 모습을 30년 후의 내가 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게 끊임없이 배우고 겸손하고 세상을 글을 통해서만 배우지 않고, 여러 관점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자세를 가진 사람으로서 내려갈 준비가 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수학여행을 끝낼 수 있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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