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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제주도 수학여행 탐구 보고서 최우수상(1학년 최호민)
작성자 조성윤 등록일 16.10.26 조회수 1120

평생 간직할 추억 만들기 (제주도 수학 여행기)



10227 최 호 민





설레임의 날 : 제주도에 도르멍 옵서  

(=제주도에 빨리 오십시오.)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과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친구들과 함께 평생의 추억을 남기게 될 제주도여행 생각에 너무 즐거웠던 나는 덜렁대다가 청주공항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실수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히 1시간 만에 찾기는 했지만 등이 땀으로 흥건해질 만큼 긴장된 시간이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즐거운 여행일정을 맞이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비행시간은 우리에게 비행의 즐거움을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비행기를 많이 타 보았지만 처음 탔을 때의 설레임이 그대로 느껴졌다. 장난삼아 신발을 벗고 탑승하는 친구를 보고 배를 잡고 웃었으며, 이륙할 때 나도 모르게 함성이 나왔고 착륙에 성공했을 때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서의 첫 일정은 성산일출봉 이었다. 성산일출봉 아래에서 반 단체 사진을 찍고는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산에서 우리는 어떠한 제재도 없이 제주를 즐기기 시작했다. 성산일출봉은 한국에서 일출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직접 올라가보니 그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지구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일출장소가 과연 있을까? 정상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는 다음 기회에는 꼭 새벽에 와서 일출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맛있는 점심시간을 가진 뒤 방문한 에코랜드 테마파크와 제주 돌문화 공원은 제주도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두 곳을 차분히 둘러본 뒤 제주 4.3 평화공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그동안 책으로만 보아왔던 제주 4.3사건에 대해 자세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오랜 시간은 못 머물렀지만 아쉬운 마음에 위령 비를 보며 희생자에게 추모의 기도를 올렸다.

    리조트에서 방을 배정받은 후 친구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과 밤을 보내면서 내가 친구들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친구들과 더욱 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날 한라산 등반만 아니라면 밤새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안전한 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공항입구에서 찾은 휴대폰




극기의 날 : 동산도 울르민 굴렁 싯나 

(= 산도 오르면 구렁있다. 높은 동산도 오르고 보면 구릉지대로 향하는 비탈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 한라산을 등반하는 날이다. 마라도는 작년에 가보았기 때문에 나는 한라산 등반을 선택했다. 이번에 한라산 등반에 성공하면 나는 우리가족 중 최초로 백록담을 실제로 눈에 담게 된다. 한라산 정상에 오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몇 번이나 들었던 터라 출발에 많은 긴장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한라산 등반은 결코 쉽지 않은 극기체험이라고 말씀하셨다.

    솔밭 대피소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한순간, 한라산도 쉽게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곧이어 나타난 연속된 돌길은 잠시 한라산을 가볍게 여긴 나에게 자기반성과 함께 다시 한 번 등산화 끈을 조여 매게 만들었다. 그 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올라갔다.
 
    역시 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는 도시락의 맛은 황후의 만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제주 풍경과 드넓은 바다의 푸름을 반찬에 더 얹어 먹고 있으니 진수성찬이 어찌 따로 있겠는가? 게다가 한참의 등산으로 충분한 땀을 흘리고 마시는 한 모금의 물은 어떠한 음료수보다도 더 달고 맛있는 생명수였다.


    친구들과 함께 최고의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백록담을 만나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곧이어 나타난 고원은 정신을 잃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고원에는 백록담을 지키는 호위 무사인 양 고목들이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며, 가파른 돌계단과 로프는 결코 한라산이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음을 실감케 했다.

     정상에 도달하니 연출이나 한 듯 백록담에 하얀 사슴처럼 구름이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 이곳은 신선들의 세계일거야!’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몽환적 풍경이었다. 사슴모양의 구름을 보고 내 눈은 어느새 흰 사슴을 타고 있을 신선을 찾고 있었고 내 귀에는 제주도의 구성진 방언이 들려왔다.


한라산 정상에 서다!



“한락산에 올랑 봅서. 발 아래 구름들이 왔닥갔닥 호곡 아득혼게 꿈속 고틉니다.
옛날에 신선들이 힌 사슴 타멍 놀았댄 해연 백록담 아니꽈.”

(= 한라산에 올라서 보십시오. 발 아래 구름들이 오락가락 하고 아득하니 꿈속 같습니다. 옛날에 신선들이 흰 사슴을 타며 놀았다고 해서 백록담 아닙니까.)


    아! 안타깝게도 이토록 신비로운 백록담의 경치를 방해하는 훼방꾼이 있었으니, 가끔씩 보이는 쓰레기였다. 속으로 ‘이 아름다운 곳에 어떻게 빈병과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주위의 쓰레기 몇 개를 줍는 것으로 산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했다. 우연히도 우리가 돌아온 나흘 후인 9월 27일에 30여명의 산악인들이 150Kg의 쓰레기를 수거해서 백록담이 깨끗해졌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가 즐기고 있는 아름다움과 깨끗한 환경의 뒤에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등반에 참여한 ‘세광고 한라산 원정대’의 전원 등반 성공을 축하하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아마 30년 쯤 후에 이 사진을 보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친구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되겠지.


    ‘동산도 울르민 굴렁 싯나.’ 역시 한라산도 정상에 오르니 하산길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경치를 뒤로하고 아쉬운 하산을 하는 동안 백록담의 여운이 남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하산 마지막이 되었을 때 다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남한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산의 정상에 설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중턱정도 내려올 때 쯤 마라도에 간 친구로 부터 SNS 메시지가 왔다. 그것은 마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톳자장면 사진이었다. 그것도 가장 배고프고 지쳐있을 때. 하지만, 한라산의 위용과 자혜로움을 경험한 나에게 자장면은 결코 큰 유혹이 될 수는 없었다.



   석식 후 레크리에이션시간에 친구들의 여러 춤과 노래를 즐기며 수학여행 마지막 밤을 신나게 보냈다. 수학여행이 곧 끝난다는 것에 아쉬우면서도 여러 가지로 즐거웠다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영화를 보면서 잠들었다. 한라산이 준 건강한 피로는 나를 어느새 셋째 날 아침으로 대려다 주었다.


친구가 보내준 톳 자장면 사진  



마지막 날 : 촘말로 가쿠과? 게메, 홀수가 엇다게

(= 정말로 갑니까? 글쎄, 어쩔 수가 없어.)


    이번 수학여행 중 가장 큰 인상을 받은 경관 중의 하나는 수월봉의 해안단층과 용머리 해안이었다. 수월봉은 원형이 세계에서 가장 잘 보전되어 있는 수성화산체로 ‘화산학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한다. 지질학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단층에서 스며오는 세월의 예술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단층 아래에 있는 동굴의 속은 작지만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고 그 안에 청아한 작은 호수가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누군가에게는 평생 호기심과 연구 과제를 선사하는 최고의 명소였다. 아직 수월봉을 보지 못한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고랑은 몰라 마씀. 왕 바사 알아지 마시.” 말로 해서는 모릅니다. 와서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퍼시픽 랜드에서 접한 동물들의 묘기는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돌고래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사람이 서커스를 통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상반된 견해를 떠올리며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머리를 맛대고 하루빨리 현명한 방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경관만큼이나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여기가 중국인 듯한 착각이 들게 할 만큼 많은 중국인들이었다.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도 중국어를 너무나 능통하게 해서 이러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제주도와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솔직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중국인을 보고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중국이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상대라면 이들에 대해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수밖에.

    2박 3일! 공항에서 청주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있는 나에게는 찰나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마치 돌하르방이 나에게 “촘말로 가쿠과?” 정말로 갑니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대답은 “게메, 홀수가 엇다게.” 글쎄, 어쩔 수가 없어.
 친구들과 만들었던 소중한 추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았다. 평소에는 좀 멀리 느껴졌던 친구의 친근한 모습, 무뚝뚝했던 친구의 천진하고 밝은 모습. 이번 여행에서의 성과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낀 것 외에 친구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기행문 작성을 통해 수학여행동안 의미 있었던 순간들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평생 남을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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