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 - 사서란 무엇인가?

20204 김 태 형   

   ‘문헌정보학과에서 과연 가르칠 것이 있을까?’

   중학교 도서부원으로 있던 시절 문헌정보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나서 가졌던 의문이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학교는 전문 사서 선생님도 계셨고, 책도 잘 정리되어 있던 터라 KDC(한국십진분류법)의 기준에 따라 반납된 책을 바로 꽂고 대출해주는 일만 하면 되었기에 사서가 하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문헌정보학과가 단순히 사서가 되기 위한 어떠한 자격부여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비교적 잘 정리가 되지 않은 책들을 정리하고 폐기&복본 도서를 처리하고 잘 몰랐던 대출반납처리기능을 알게 되면서 사서가 하는 일을 훨씬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서가 하는 일은 힘들면 힘들었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참에 책말 도서부로 중앙도서관에서 사서직업체험교실수업을 듣게 되었다. 도서관 시스템과 KDC에 대해 잘 모르는 동아리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도 좋은 기회 될 수도 있고, 나의 진로를 조금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은 중앙도서관 담당 사서로 계시는 분이 진행하셨다. 그래도 그동안 도서관을 관리하면서 쌓아왔던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그동안 몰랐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사서가 하는 일을 소개받으면서 사서의 범위가 참으로 넓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서가 공무원의 자격으로 해외 연수를 가서 외국 각지의 도서관의 형태나 시스템, 심지어 디자인까지도 철저히 살펴보고 우리나라 도서관에 알맞게 적용한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이렇게 사서가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바라보는 관념이 많이 사라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는 중앙도서관 본관에서 청구기호에 따라 책을 찾는 미션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중앙도서관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서 약간의 자신감과 평소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미션을 하면서 있어야할 자리에 책이 없거나 책의 제목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등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착오의 과정 속에서 학교의 책 정리 시스템과 중앙도서관의 책 정리 시스템이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담당 사서로 계시는 분의 말에 따르면, 책 정리는 청구기호 순으로 하되, 서가에 꽂는 방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몇 칸 이어서 꽂은 다음 밑에 칸에 꽂는지는 도서관마다 다르다고 하며, 학교 도서관은 1칸, 중앙도서관은 2칸으로 되어 있어 청구기호대로 책을 찾아도 힘든 이유가 학교 도서관의 책 배열방법으로 책을 찾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그동안 중앙도서관에 다니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점이었다. 그리고 교과연계도서를 모아놓은 서가와 일반 서가의 범위를 비슷하게 맞추어 이용자들이 더욱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번 진로체험수업에서 나는 그동안 도서부원으로 있었지만 몰랐던 도서관의 시스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사서가 하는 일이 단순히 대출반납과 도서관리만이 아닌 도서관의 디자인이나 도서관의 편의성, 테마도서관의 구성 등 책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지식이 있어야 하는 직업임을 알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도서관의 시스템이 모든 도서관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동아리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그동안 도서관 시스템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 원활한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먼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