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산(2학년)학생의 5분스피치(여유는 쟁취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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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종석 | 등록일 | 17.10.30 | 조회수 | 787 |
5분 스피치(2017. 09. 20. 2-1. 권예산) 여유는 쟁취하는 자의 것 우리는 우리 삶에 여유를 가지며 살고 있을까요? 우리에게 남는 시간이란 존재할까요? 시계가 째깍거리면서 초침을 휘날릴 때, 우리는 우리의 숨을 돌릴 만한 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라고 불리는 곳에서 ‘청소년기’라는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여유를 즐기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저는 이제 삶의 여유를 갖는다는 건 이 세계에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중학교 때도 자유로웠던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했던 저에게는 고등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입학 후 몇 달 동안 슬럼프에 빠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걱정했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활기록부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막막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1학년을 지내오면서 많이 배우고 생각하며 고등학교 생활에 점차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2학년이 되어도 여유로움의 행복과는 아직 먼 관계에 있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여유란 바람과 같이 어디선가 흘러왔다가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의 연속이었으니까요. 따라서 당시에 저에게 여유란 잠깐 동안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가 더 깊은 절망으로 빠지게 하는 일종의 고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유’와 관련된 생각을 새로이 재정립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 때가 올해(2017년) 5월 14일이었는데, 토요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오후 7시 즈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마침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음을 기억해냈습니다. 바로 영화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보고 싶었던 영화를 찾아냈고, 필요한 물품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그리고 시내에 위치해 있던 영화관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살도 빼고 싶었고, 밤공기도 쐬고 싶어서 30분 정도 투자하여 영화관까지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영화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니 주변 풍경들이 눈에 조금씩 들어오더군요. 자주 가던 마트, 자주 가던 병원, 자주 건넜던 횡단보도. 익숙한 건물들과 제가 걷는 가로수길, 그리고 옆 도로를 보니 제 마음도 한층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시내를 향해 걸어갈 때, 도로는 더 넓어졌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밤공기는 선선했고, 가로등 불빛은 은은한 노란빛을 띠었습니다. 그렇게 저 멀리 있는 성안길을 보니 여유로웠습니다. 당시 도로가에 걸어가는 사람들도 얼마 없었기 때문에 이 넓은 공간을 혼자서 거닐고 있다는 자유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한 즐거움도 잠시, 저는 문득 제 여유 없는 삶의 나날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왜 힘들까?’ 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나서 몇 분 후에 저는 답을 내렸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여유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슬퍼졌습니다. 주중에는 평소에는 학교에서 그토록 강조하던 플래너도 세우면서 시간을 아껴가며 힘들게 생활해서 시간이 없고, 주말은 하고 싶은 걸 하자니 학교 과제는 물론이거니와 힘든 주중에 대한 보상이랍시고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 같은 시간이 너무 많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과연 많을까? 어차피 주말에 보내는 시간은 의미 없이 지나가는데, 내가 여기에 불평할 자격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문득 다른 한 생각이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그렇게 생각하니 행복할 수도 있는 시간을 행복하지 못하게 보내는 것 같은 제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의 태도를 한 번 바꾸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걸어가는 시간도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이 아닌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여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순간 저는 무엇인가 색다른 여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영화 시간에 늦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로웠습니다. 결국 저는 영화가 시작되기 7분 전에 표를 사고 좌석에 앉았습니다. 지금까지 영화 보기 30분 전에 도착하던 저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영화는 만족스러웠고,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도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매우 빠르고, 혼잡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아는 세상은 어제의 것과 다르고, 내일이 되면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우리를 최대한으로 밀어붙이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르고, 최선을 다해 생활기록부를 채우려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 수업 시간에 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을 세상은 바람직하게 여깁니다. 이는 비단 고등학교 생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그때 주어지는 책임과 도전은 학생이었을 때보다 더 크고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을 향해 중얼거리며, 가끔씩 분노하기도 하고, 또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세상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우리 삶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세상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밀어붙일수록, 우리도 그에 따라 우리의 인내심과 수용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자라면서 얼마나 여유로울 수 있나 시험합니다. 다시 말해, 세상은 우리가 여유를 얼마나 ‘쟁취’할 수 있는지 시험합니다. 그 가운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때도 있고, 시간이 없다며 절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우리가 절박하고 더더욱 시간이 없다고 여겨지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마치 바람에 유유히 휘날리는 갈대처럼 말입니다. 저는 영화관으로 가는 길의 바로 그 순간, 그것이 바로 ‘성숙함’의 지표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발표를 정리하며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여유롭지 못하다고, 행복하지 않다고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모두 성장의 일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여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행복 역시 그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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