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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의 5단계
작성자 정춘래 등록일 13.06.14 조회수 154

출처 - 충청북도 장학자료 독서교육의 길라잡이

           

안 성 수(제주대 교수, 문학평론가)

 

 독서(지도)의 5단계

지금까지 밝혀진 독서 단계 이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부 검정 독서 교과서에는 <자구적 독서--추론적 독서--비판적 독서--감상적 독서>나 <어휘의 이해--판독하며 읽기--상상하며 읽기--비판하며 읽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는 학생이 글을 읽는 방식으로 채택하면 구체적인 독서방법(또는 독서 학습 방법)이 되고, 동시에 교사가 수업에 활용하면 독서지도 방법이 될 수 있어 양면적인 활용이 가능한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SQ3R은 1920년대 '효과적인 학습방법(effective study)'이란 제목으로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학 프랜시스 로빈슨(Francis Robinson)이 개발한 방식이다. 이 방법은 <내용 훑어보기(Survey)--훑어본 내용 질문하기(Question)--꼼꼼히 읽기(Read)--읽은 내용 되새기기(Recite)--읽은 내용 검토하기(Review)>의 5단계로 진행된다. 이것은 비교적 무난한 방법으로서 논리적이고 비문학적인 텍스트 읽기에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5단계 독서법이다. 예컨대, <빠른 속도로 훑어보기(속독)--보통 속도로 꼼꼼히 읽기(정독)--질문하며 뜯어읽기(비판적 摘讀)--감정이입과 공감하기(감상)--평가와 독서메모하기(총체적 독서)> 등이다. 이 방법은 문학작품 읽기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제 그 단계별 특성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빠른 속도로 훑어보기는 독자가 빠른 속도로 텍스트를 전체적으로 速讀하면서 독서내용의 핵심 줄거리와 사건 등을 살피는 단계이다. 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예비독서 과정으로 실시되는 이 과정은 능률적인 독서를 위해 필요하다. 텍스트의 핵심적인 흐름과 주제와 연결되는 중요한 사건 등을 우선적으로 파악하는데 목적을 둔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체크하면서 읽으면 정독 과정을 한층 수월하게 진행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유리하다.

둘째, 보통 속도로 정독하기는 한 마디로 총체적 독서를 지향해야 한다. 정확하고 신중한 독서 행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내용을 질적, 양적 차원에서 극대화시키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텍스트가 내포하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게 찾아내려는 관점에서의 독서를 의미한다. 이때는 지독(遲讀)이나 체독(體讀)까지 동원하여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읽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 이유는 텍스트의 구조와 의미작용 및 상징작용을 깊이있게 객관적으로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정독 단계에서는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층위을 유기적으로 고려하면서 텍스트가 함유한 의미와 상징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찾아내는 총체적 독서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셋째, 질문하며 뜯어읽기는 속독으로 훑어읽기(1단계)를 통해 찾아내고, 정독(2단계)을 통해서 드러난 중요한 내용과 문제들을 심층적인 질문 과정을 거치면서 독서 내용을 심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정독과정에서 드러난 중요한 의미와 상징들은 이 단계에서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뜯어읽음으로써 독자 중심의 인식 논리와 감동 구조로 보완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깊이 읽기의 목표와 독자 중심의 감상 논리가 객관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정독과정에서 미진했던 의미파악이 이 과정을 통하여 비로소 명료해지고 확실하게 정리될 수 있다.

넷째, 감정이입과 공감하기는 앞서 실시된 독서단계에 따른 읽기 효과를 수용자의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그 효용성을 누리고 습득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가 문학작품인 경우에는 감정이입을 통한 미적 쾌감과 미적인 감동 논리를 공유하는 단계가 되고, 비문학적 텍스트인 경우에는 논리적 지식과 지적 상상작용을 통한 사유체계의 확장과 심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독자가 무엇을 읽고 어떤 감동과 느낌을 체험하고 공유하는가는 전적으로 앞선 과정에서의 효과적인 독서행위를 수행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끝으로, 평가와 독서기록부 정리하기는 지금까지의 독서 결과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독서행위를 통해 습득하고 체험한 미적 감동의 출처와 지적 논리의 수용 결과를 토대로 내릴 수 있는 최종적인 가치평가 단계로서 독서과정의 마지막 절차이다. 텍스트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에는 그런 평가를 내리게 된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가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

독서기록은 독서의 최종단계를 거치고 난 뒤 차분하게 그 결과를 문장으로 서술하여 독서의 결과물로 남겨놓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독서기록부의 작성형식과 내용 및 기술 절차는 독자의 지적 수준과 발달단계에 따라 형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독서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귀찮은 작업일 수도 있다. 이 때는 반드시 독자의 수준에 따른 감상문 작성법이나 메모 방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작성된 독서 메모를 지도교사가 확인하고 교정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지도교사 사이의 깊이 있는 의견교환과 독서지도가 심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독서과정이 완료되지만, 앞에서 제시한 읽기 단계가 항상 규칙적으로 순차적으로 수행되는 것은 아니다. 읽어야 할 텍스트의 수준과 내용 및 필요에 따라서, 혹은 독자의 지적 수준과 관심도에 따라서 그 과정이 축소될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으며(예컨대, 정독과정을 한번 더 실시할 수도 있고, 평가과정을 한번 더 실시할 수도 있다), 나아가 독서 단계의 실행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모든 독서법에 선행하는 완전무결한 방법과 단계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독서환경이나 독서상황의 변화, 또는 독서이론의 학문적 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화․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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