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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아는 동물의 죽음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3.12.21 조회수 8

 

 

 

아는 동물의 죽음

 

인간은 왜 기꺼이 동물과 만나고 또 이별하는가

E. B. 바텔스 저/김아림 역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09월 06일 | 원서 : GOOD GRIEF : On Loving Pets, Here and Hereafter


목차

Prologue
1 물고기가 우주를 유영하는 법
2 어떤 바보들은 슬픔이 예정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3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존재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말도 안 되는 일
4 어디서 무엇으로든 존재해준다면
5 너는 어디로 갈까?
6 어떤 말은 영웅이 되고 어떤 말은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된다
7 마지막 순간을 데우는 유일무이한 존재
8 나를 자라게 한 내 털북숭이 친구
Epilogue
참고한 자료들
감사의 말



책소개

물고기를 변기에 떠내려 보낸 유년의 첫 이별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개의 유해를 산책하던 강가에 뿌렸던 날까지. 평생 수많은 동물을 키웠지만 헤어짐은 매번 처음 같다. 저자는 다양한 동물을 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반려동물들의 죽음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이집트 미라에서 중세 시대의 박제, 현재의 유전자 복제 기술까지, 유구한 시간 동안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이 사랑하는 존재를 기억하고 추모해온 애도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한다.


책 속으로

“애완동물은 오래 못 살아. 어차피 죽을 텐데, 설마 안 그럴 줄 알았던 거야?” 피오나 애플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마치 사람처럼 여겨 일을 쉬면서까지 슬퍼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듯 반려동물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은 그동안 제 권리를 박탈당해 왔고, 그래서 이 추모를 어떻게 처리하고 존중해야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유로운 측면도 있다. 사람들의 기준과 기대는 사회적인 수용에서 비롯한다. 내 머릿속에는 인간의 장례식 장면이 함께 떠오른다.
--- p.12, 「Prologue」 중에서

반려동물들은 종종 보호자와 함께 같은 석관에 묻혔다. 이크람에 따르면 밤에 반려동물과 같은 침대에서 껴안고 자는 건 영원히 안식을 취하는 연습을 해보는 셈이다. 예컨대 하비민이라는 남자가 발밑에 웅크린 반려견과 함께 관에서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는 자세를 흉내 낸 것이다. 만약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먼저 죽으면 동물을 미라로 만들어 무덤에 넣고, 보호자가 나중에 합류하기를 기다린다.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오래 산다면, 그 동물이 자연사한 이후 미라로 만들어 주인의 무덤에 넣었다.
--- p.33, 「물고기가 우주를 유영하는 법」 중에서

나는 사후 세계에서 내가 키우던 반려동물들과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하며 위안한다. 어린 시절 나는 항상 천국에서 죽은 반려동물과 만나는 순간을 상상했다. 사후 세계에 대한 나의 관념 바탕에는 영혼에 대한 아빠의 히피적 사상이 깔려 있었다. 우리의 에너지가 죽은 뒤 우주로 다시 방출되며, 이 에너지는 다른 모든 에너지와 결합해서 따뜻하게 맥동하는 힘을 이룬다는 것이다. 나는 밝은 빛들로 이뤄진 점들을 상상했다. 할아버지와 나, 내가 키우던 물고기, 학교에서 키우던 햄스터 시나몬의 영혼이 혜성처럼 영원히 우주를 유영하고 있었다. 비록 내 물고기가 천국 같은 우주에서 더 이상 물고기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나는 그들의 영혼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날 것이다. 나는 물고기를 미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영혼이 사후 세계로 갈 수 있기를 바랐다.
--- p.37, 「물고기가 우주를 유영하는 법」 중에서

우리는 왜 스스로 이런 행동을 반복할까? 죽음을 겪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실수로 반려동물과 사랑에 빠지는 건 그나마 말이 된다. 아이들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대화를 나눈 이들 가운데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과정이 너무 힘든 나머지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반려견 보호자들은 결국 다시 일어섰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몇 번이고 이런 마음의 고통을 자진해서 겪을까? (중략) 작가 줄리언 반스는 동료 작가 제이디 스미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견딜 가치가 있는 아픔이다.”
--- p.55, 「어떤 바보들은 슬픔이 예정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중에서

하지만 지금이 적당한 때라는 것을 어떻게 정할까? 동물들은 결코 우리에게 말해주지 못한다. 물을 마시지 않거나 먹이를 거부하고, 좋아하는 활동에 흥미를 잃는 모습으로 힌트를 줄 수는 있지만 확실한 의사를 알 방법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언제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앨리 코티스 박사는 터프츠 대학 수의학과에서 공부할 때 자신을 찾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말하도록 배웠다고 한다. “당신의 반려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활동을 떠올려 보세요. 산책하고, 호수에서 수영하고, 공을 쫓아가는 일. 이런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가 아마도 안락사를 선택할 때일 거예요.”
--- p.88,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존재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말도 안 되는 일」 중에서

모든 상황이 다르고 모든 동물이 다 다르다. 이때 우리만큼 그 동물을 잘 아는 인간은 없다. 타이밍이 언제인지는 우리 스스로 알아내야 하고, 그런다 해도 그 과정이 더 쉬워지지는 않는다. 보스턴의 한 지역 교구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을 뜻하는 ‘펫로스’ 치유 모임을 운영하는 유니테리언 교회의 성직자 일라이자 블랜처드는 이렇게 말한다. “항상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르죠.” 상당수의 보호자가 안락사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미룬다. 아마도 다가오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부정하려는 행동일 것이다. 안락사는 종종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다른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그 주삿바늘을 고려한다.
--- p.89,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존재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말도 안 되는 일」 중에서

메인주 성공회 교구의 토머스 브라운 주교 역시 지금껏 네 번의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렀다. 개 세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다. 나는 이런 행동이 그가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인지를 물었다. (중략) “개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는 영혼이 충만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그 영혼들에 구원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동물들은 절대 정직하지 않은 짓을 저지르지 않아요. 이미 순진하고 연약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보다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죠.” 주교가 말했다.
--- p.162, 「너는 어디로 갈까?」 중에서

아주 유명하지는 않았던 말들은 사체를 온전히 매장하지 않는다. 전통에 따르면 이런 순종 말들은 사체의 다른 부분은 제거한 채 머리, 심장, 발굽만 묻는다. 사체의 나머지 부분은 화장하거나 축산 처리 가공장으로 보낸다. 이 공장은 동물의 사체를 잘게 썰 어 기름이나 지방, 수지, 비누, 젤라틴, 접착제(《동물농장》의 ‘복서’처럼) 같은 다른 용도로 활용하도록 준비한다. (중략) 특히 말이 늙고 아프면 무덤을 파서 아직 살아 있는 말을 그곳으로 끌고 가 아직도 따뜻한 몸이 무덤 아래로 떨어지도록 안락사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어떤 말이 특정한 종류의 장례를 치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어떤 동물이 매장될 가치가 있는지를 누가 결정하는가?
--- p.188, 「어떤 말은 영웅이 되고 어떤 말은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된다」 중에서

이것이 거스와 그웬의 마지막 장면이다. 둘 다 늙고 아팠고, 우리 가족은 두 번 모두 안락사를 요청했다. 둘 다 동물병원의 스테인리스 테이블에서 세상을 떠났다. 두 번 다 수의사가 마지막 주사를 놓을 때 나와 부모님만 그 자리에 있었다. 개들의 죽음에 대한 내 기억은 끔찍한 결정의 무게로 무겁게 짓눌렸고, 그때마다 스테인리스 테이블은 차가웠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지독하게 느껴지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외로웠다.
--- p.242, 「나를 자라게 한 내 털북숭이 친구」 중에서

저 : E. B. 바텔스 (E. B. Bartels)
논픽션 작가인 E. B. 바텔스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턴빌 북스 서점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했다. 여러 언론 매체의 기고 외에도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원고 컨설턴트, 글쓰기 코치, 웰즐리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부서에서 선임 편집 작가로 일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에서 남편 리치, 치와와-핏불 믹스견(시모어), 붉은발거북 한 쌍(테런스와 트와일라), 비둘기들(버트, 댄, 조지, 루실), 물고기 10여 마리(모두 밀턴이라는 이름을 가졌다)와 함께 살고 있다.


역 : 김아림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출판사 편집자였다가 지금은 번역가로 일한다. 책과 언어, 고양이를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는 『아는 동물의 죽음』 『동쪽 빙하의 부엉이』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나의 첫 뇌과학 수업』 『과학의 반쪽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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