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기원 |
||||||
---|---|---|---|---|---|---|
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02.07 | 조회수 | 6 | |
세상 모든 것의 기원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목차프롤로그: 죽어 있는 유물이 들려주는 살아 있는 이야기 I. 잔치(Party): 요리하고 먹고 마시다 [막걸리] 막걸리와 맥주는 사실 같은 술이었다? [소주] 신이 내린 자연의 선물, ‘더 맑게’ 진화하다 [김치] 북반구를 따라 이어지는 ‘푸드 로드’ [삼겹살] 녹진한 돼지비계 속에 담긴 민초들의 애환 [소고기] 편견을 딛고 이어진 우리의 별미 [닭] 신라는 닭의 나라였다 [상어 고기] 2,000년을 이어온 우리의 제사 음식 [해장국] 숙취를 해결하며 화합을 도모하다 Ⅱ. 놀이(Play): 놀고 즐기며 유희하다 [놀이] 인류의 진화를 이끈 즐거운 유희 [고인돌] 협력하고 공생하는 인간의 기원 [씨름] 업어 치고 메어치는 가운데 하나가 되다 [축구] 데스 매치에서 세계인의 축제로 [여행] 인류의 DNA에 새겨진 방랑 본능 [낙서] 뇌를 쉬게 하고 싶다면 낙서를 하라 [개] 야생 늑대, 인간의 반려동물이 되다 [고양이] 인간을 매혹한 작지만 도도한 맹수 Ⅲ. 명품(Prestige): 부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석기] 고대인들의 환경 적응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실크] 인류 역사를 움직인 치명적인 유혹 [황금] 6,500년 전, 인류 최초의 플렉스 [신라 금관] 화려한 외양 뒤에 숨은 반만년의 한국사 [인삼] 세계 역사를 뒤바꾼 명약 [기후와 유물] 지구온난화 그리고 사라지는 문화유산들 [도굴] 목숨을 건 음침한 도박 [모방] 창조는 복제에서 시작된다 Ⅳ. 영원(Permanence): 영원한 삶을 욕망하다 [벽화] 1,500년 전 고구려인들이 구현한 메타버스 [추모] 구리참새의 언덕 그리고 현충원 [미라] 불로장생을 꿈꾸는 인간의 부질없는 바람 [발굴 괴담] 투탕카멘 미라의 저주, 그 진실은? [마스크] 꽁꽁 감춰진 얼굴 뒤에 숨은 세계사 [문신] 고통과 바꾼 영원한 아름다움 [점복] 불안을 잠재워주고 미래를 꿈꾸게 하다 [메신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에필로그_새로운 과거를 찾아가는 고고학 참고 문헌 책소개
책 속으로이처럼 사람들은 약 1만 년 전부터 자신이 사는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맞춰 저마다 독특한 발효 음식을 발명하고 보급해왔다. 인류가 발효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증거는 고고학의 발달로 전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고학 연구 자료가 쌓이면 쌓일수록 김치 같은 발효 음식과 그것의 역사는 더 오래된 것으로 밝혀질 것이다. 음식 문화를 설명할 때 중요한 것은 기원이 아니라 그 음식이 변화하는 환경에 어떤 식으로 적응하며 만들어져왔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치 같은 발효 음식의 기원이 어디인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의미 없는 논쟁이다.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햄버거가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여담일 뿐 햄버거의 본질을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김치: 북반구를 따라 이어지는 ‘푸드 로드’」중에서 인간에게 죽음만큼 두려운 일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을 통해 남은 자들의 삶을 결속했다. 라틴어 격언 중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이 격언은 역설적으로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제사는 인류가 메멘토 모리의 교훈을 실천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우리는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애도하고 그 영혼의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유지했다. 제사는 죽은 이들에게 산 자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는 의식이자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축제였다. ---「상어 고기: 2,000년을 이어온 우리의 제사 음식」중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놀이는 그 자체로 즐거운 유희다. 더불어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사회의 규칙을 습득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적응해나간다. 4~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부터 고구려 벽화에 이르기까지 벽화에 그려진 그림들은 고대인들이 사물을 모방하고 학습하는 교재 역할을 했다. 가령, 고대의 아이들은 벽화에 그려진 야생 소를 사냥하는 그림을 보고 야생 소의 모습은 어떠한지, 야생 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을 것이다. 고대 유목 민족의 아이들은 말타기, 활쏘기, 씨름과 같은 놀이를 통해 기마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쌓아나갔다. 2,000년 전 중국 북방을 호령했던 흉노족에 대해 기록한 중국 역사서에는 흉노족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양을 타고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놀이를 하며 기마술을 익힌다고 적혀 있다. 유목 민족 아이들은 걷기도 전부터 기마 놀이를 하며 말 타는 법을 익힌 셈이다. ---「놀이: 인류의 진화를 이끈 즐거운 유희」중에서 노브고로드는 우리나라의 경주나 일본의 나라 같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역사 도시다. 특히 노브고로드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종이로 삼아 쓰인 문서들이 대량으로 발굴되어 슬라브어의 기원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히 러시아의 ‘훈민정음’ 급에 해당하는 국보들 사이에서 엉뚱하게도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유물은 ‘온핌’이라 불리는 한 아이가 쓰던 필기 뭉치였다. 필기 뭉치의 내용에 성경 구절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온핌은 동네의 교회 학교에서 글을 배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온핌의 필기 뭉치 곳곳에는 흥미로운 그림과 낙서가 남아 있다. 가령, 말을 타고 동물에게 화살을 쏘는 신나는 장면에는 ‘나는 짐승이다(한판 붙자)’라고 쓰여 있고,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그린 그림에는 ‘아, 벌써 6시인데…(공부하기 싫다)’라는 낙서가 쓰여 있다. 온핌은 이 필기 뭉치를 수업을 다녀오던 길에 하수구에라도 빠뜨렸던 것일까? 온핌의 필기 뭉치는 800년 후 통째로 후대 러시안인들에 의해 발견되고,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중이다. ---「낙서: 뇌를 쉬게 하고 싶다면 낙서를 하라」중에서 최근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 중이다. 본래 ‘구부리다’, ‘준비운동 등을 하며 몸을 풀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인데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자신의 부를 뽐내던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용된 의미가 한국으로도 건너와 일상적인 용어로 널리 퍼졌다. 고고학 공부를 하다 보면 옛사람들의 ‘플렉스’ 흔적들을 만나곤 한다. 찬란한 보석과 황금으로 치장된 무덤이 대표적이다. 두터운 시간의 벽을 뚫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화려함을 뽐내는 이 유물들은 부와 명예를 드러내고 과시하고자 했던 인류의 본능적인 욕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황금: 6,500년 전, 인류 최초의 플렉스」중에서 기후 위기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는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것은 극지방의 빙하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몽골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아름다운 산악 초원 지역인 알타이의 옛 무덤들과 그곳에 안장된 미라, 황금 유물들도 조용히 사라지는 중이다. (…) 부패를 방지해주던 얼음이 녹아버리면 무덤 속 미라, 펠트, 나무로 만든 도구 등이 빠른 속도로 썩어버린다. 황금 유물도 훼손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은 주로 박 형태로 가공되어 쓰였는데, 금박을 붙였던 유물이 썩어버리면 금박 역시 구겨지거나 찢기는 등 기존의 형태를 잃게 된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알타이 지역 일대 땅속에 묻힌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후와 유물: 지구온난화 그리고 사라지는 문화유산들」중에서 고구려인들은 고분 천장을 입체적으로 만든 후 그 사이사이에 별자리와 해당 별자리와 관련된 신화 속 인물들도 새겨 넣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이미지 중 널리 알려진 삼족오(태양 속에서 산다는 세 발을 가진 까마귀)도 모줄임천장에 그려진 것이다. 보통 죽은 사람의 몸은 하늘을 보고 뉘인 형태로 안치된다. 어쩌면 무덤을 만든 이들은 무덤 주인이 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를 감상하고, 신화 속 인물들과 조우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모줄임천장은 고구려인들이 발명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천장을 마치 천체투영관처럼 입체적이고 높게 쌓아 올리는 방식은 중앙아시아 초원에 사는 유목 민족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몽골 초원에서 밤을 지내본 사람이라면 그곳 하늘에서 벌어지는 쏟아질 듯한 별들의 향연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하늘을 이불 삼아 사는 유목민들에게 별자리는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벽화: 1,500년 전 고구려인들이 구현한 메타버스」중에서 그렇다면 정말 고고학 유물의 저주는 없는 것일까?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가령, 고대의 유물에 남아 있는 (지금은 사라진) 세균이 고고학자를 비롯해 발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특히 극지방에서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북극권의 영구동결대에는 과거 탄저병이나 페스트 등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이나 극지방을 탐험하다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전혀 손상되지 않은 채 얕은 땅속에 묻혀 있다. 극지방의 경우 땅을 조금만 파내려가도 얼음이 나오기 때문에 무덤을 깊게 팔 수 없다. 따라서 시신 위에 흙을 살짝 덮고 돌을 덮는 정도로 매장을 한다. 워낙 추운 지방이다 보니 그렇게 묻은 시신이라도 그대로 보존이 가능하다. 이런 무덤들을 발굴하다 보면 자칫 고대의 세균에 노출될 수도 있다. ---「발굴 괴담: 투탕카멘 미라의 저주, 그 진실은?」중에서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고고학을 평생의 업으로 살고 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및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소장이다. 유라시아와 고조선의 고고학을 주로 연구하며 우리의 과거를 좁은 한반도의 틀을 벗어나서 넓게 보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테라 인코그니타》, 《유라시아 역사 기행》 등 다수가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EBS 〈클래스ⓔ〉에 출연하고, 「한겨레」,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에 칼럼을 연재하며 고고학의 진정한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
이전글 | 연약한 지구 피부에 생기를 불어 넣는 흙 속 ‘질소고정’ 세균 |
---|---|
다음글 | 영하 25도의 극한에도 죽지 않는 ‘겨울왕국의 능력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