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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야생의 식탁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05.07 조회수 11

 

 

 

야생의 식탁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모 와일드 저/신소희 역 | 부키 | 2023년 10월 25일 | 원서 : Wilderness Cure

목차

프롤로그

1부 겨울

1장 시작에 앞선 몇 가지
2장 첫날
3장 채취 구역
4장 뿌리를 캐다
5장 망가진 땅
6장 계절의 변화
7장 사냥과 육식
8장 든든한 우정

2부 야라흐

9장 이른 봄이 오다
10장 보릿고개
11장 해초를 따며
12장 수액이 오르다
13장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

3부 봄

14장 4월의 눈
15장 노란 향기
16장 숲의 경이
17장 생선 만찬

4부 여름

18장 방목에서 치즈까지
19장 갯벌의 보물들
20장 하지의 햇살 아래
21장 꽃과 열매
22장 낙원에서 보낸 여름
23장 풀과 곡식
24장 풍요와 슬픔 사이

5부 가을

25장 씨앗과 꿀
26장 버섯에 거는 기대
27장 추분
28장 야생의 치유

6부 마지막 나날

29장 미래를 향한 희망
30장 멋진 신세계
31장 감사의 시간

감사의 말

책소개

MD 한마디
[자연에서 채집한 건강한 삶] 저자 모 와일드가 일 년 동안 자연에서 채취한 것으로만 살아본 일지가 담긴 책. 궁핍할 줄 알았건만 오히려 배도, 마음도 넉넉해진 그의 모험심 넘치는 식탁은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야생의 맛을 느껴보고 싶게 만든다. 건강이 절로 피어나는 야생의 삶을 맛볼 수 있는 책. - 에세이 PD 이나영
자연에서는 누구도 가난해지지 않는다

생태학자 최재천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강력 추천!


기후 위기와 자연 파괴를 염려하면서도 기꺼이 무한 욕망의 소비 지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모 와일드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린다. ‘정말로 지구에 식량 위기가 닥친다면 우리는 채집·수렵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답을 얻기 위해 직접 채취와 야생식만으로 살아보겠다고 나선 저자의 도전기다. 자연을 사랑하는 채취인이자 약초학자인 모 와일드는 일 년 동안 마트에 가는 대신 숲에서 나뭇잎과 버섯을 따고 바다에서 해초를 뜯는다. 도토리 가루로 팬케이크를 굽고 난생처음 고등어 낚시에 도전한다. 매 끼니가 고군분투다. 그런데 이렇게 계절마다 자연이 내주는 것들에 의지해 살아 보니,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도 넉넉해진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 눈앞의 자연에 집중하는 순간, 복잡한 생각은 전부 사라지고 단순한 즐거움이 솟는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먹는 값비싼 요리가 하나도 안 부럽다.

호기심을 안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저자를 따라 숲과 바다를 쏘다니고, 그가 초대한 식탁 앞에 앉게 된다. 이 유쾌하고 모험심 넘치는 스코틀랜드 할머니는 죽은 나무둥치 아래 버섯을 찾아내는 법부터 인류의 식문화사, 동식물의 생태, 영혼을 살찌우는 야생식 레시피까지 하루하루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식탁을 차려 낸다. 지금껏 한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야생의 맛과 효과를 경험할 시간이다.


책 속으로

어쩌다 한번씩 현대식 슈퍼마켓에 가면 언뜻 보기엔 선택의 폭이 무한한 것 같다. 화사한 빛깔로 포장된 식품들이 끝도 없이 진열되어 있지만,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7000여 종에 이르는 식물을 먹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일일 칼로리 섭취량의 50퍼센트 이상은 밀, 옥수수, 쌀이라는 단 세 가지 곡물에서 나온다.
---「1장 시작에 앞선 몇 가지」중에서

몇 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침엽수 조림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멋진 그물버섯을 발견한 적이 있다. (…) 그로부터 8년 후 나는 길도, 표지판도, 나침반도 없이 곧바로 그 장소로 돌아가 그물버섯을 찾아냈다. 내 발이 길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숲속 깊은 곳에서 나는 모든 본능이 되살아나는 일종의 경계 공간에 들어선다. 내 안의 무언가가 길을 알고 있다.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날아가는 새처럼, 혹은 툰드라에서 여름을 지내고 은신처로 돌아오는 늑대처럼.
---「2장 첫날」중에서

이처럼 망가진 땅에 첫 번째로 도착하는 것은 언제나 ‘터프 가이’ 식물들이다. 쐐기풀, 엉겅퀴, 소리쟁이, 바늘꽃, 기회주의자인 겨자과와 냉이과 식물들. 토질이 손상되면 인간도 굶주릴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식물들은 모두 영양가와 약효가 풍부한 식량 자원을 제공한다. 쐐기풀 어린잎, 엉겅퀴 뿌리와 줄기, 바늘꽃 싹, 봄맞이냉이 잎은 배고픈 이들을 위한 음식이며 아무나 가져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공짜다.
---「11장 해초를 따며」중에서

농장 길을 벗어나 초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로 접어들자 눈앞에 갯벌이 나타난다. 뜨거운 햇볕 아래 사막의 신기루처럼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가슴이 뛴다. 몇 달간 봉쇄에 처했던 내겐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만큼 반가운 풍경이다. 갯벌에 내려가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먹을거리를 밟게 된다. 이리저리 위험한 수로가 뻗어 나간 짙은 녹색의 평평한 진흙 팬케이크 속에 식재료가 몇 에이커나 펼쳐진다!
---「19장 갯벌의 보물들」중에서

꽃이 만발한 딱총나무 숲 사이로 좁은 오솔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향기가 너무 짙어서 숨을 쉴 때마다 꽃에 코를 갖다 대는 것 같다. 감각의 천국이다. 검자줏빛 딱총나무 열매는 일 년 내내 음식에 풍미를 더해 주는 소스와 진액의 중요한 재료인 만큼, 나뭇가지에 열매가 잔뜩 맺힐 가을철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딱총나무를 둘러싼 울렉스의 뾰족한 가시가 포식자인 사슴을 막아 준다. 이 향기로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니 기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허벅지에 닿도록 자라난 풀줄기가 꽃을 피우고, 꽃에 맺힌 씨방이 따사롭고 평온한 저녁 햇살에 은빛으로 빛난다.
---「20장 하지의 햇살 아래」중에서

오디를 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오후 2시 30분쯤 쏟아지는 소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벌은 날개가 젖으면 날 수 없기에 해가 나오고 빗방울이 마를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 나뭇잎 아래로 숨어든 벌들이 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얼른 희고 연한 오디를 한 그릇 가득 딴다. 벌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 그들을 제압한 것 같아 으쓱한 마음도 든다. 유치하긴 해도 승부에 이겨서 얻어 낸 열매가 더 달콤한 법이니까.
---「22장 낙원에서의 여름」중에서

야생식을 찾아다니다 보면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고, 풍경에 개인적 의미가 생길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늘어난다. 나는 종종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한다. “게저, 그리핀 포레스트에 소변보러 들어갔다가 거대한 그물버섯 발견했던 거 기억나지? 그 길로 500야드쯤 더 내려가면 돼.” “랍의 밭 옆길을 따라가 봐. 10년 전에 거기서 주름버섯이 엄청 많은 곳을 찾았었거든.”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할 때는 확실히 이런 식으로 기억할 수가 없다! 에이번 강변에 있는 야생 사과나무는 내게 야생식의 해에 겨울을 나게 해 준 고마운 나무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24장 풍요와 슬픔 사이」중에서

채취인에게 자기만의 채취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존중과 우정의 표시다. 몇 년 전 내가 퍼스셔에 살았을 때 버섯을 채취하는 이웃이 있었다. 6년간 알고 지낸 끝에 그는 내게 자기가 흰주름버섯을 따는 곳을 보여 주었다. 나는 그제야 그가 나를 신뢰하고 있으며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의 채취 장소는 종종 내밀한 공간이다. 그곳에는 생계뿐만 아니라 발견과 기쁨에 관련된 자기만의 추억이 담겨 있다. 우리는 뇌의 해마에 채취와 관련된 기억을 간직하며, 거대한 그물버섯과 보석처럼 붉은 월귤, 꽃송이버섯 여섯 개를 한꺼번에 발견한 장소와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 따라서 그런 공간에는 진정한 친구만이 입장할 수 있다. 그곳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소중히 여겨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탐욕스럽지 않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사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26장 버섯에 거는 기대」중에서

인간이 치유되려면 심신의 연결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연결도 매우 중요하다.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작가이자 약초학자 스티븐 뷰너의 말을 인용하자면,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상태란 비정상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다. 가장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결국 자연 풍경과의 유대감이 필수적이다. 야생에는 신경 비정형을 치유하는 데 꼭 필요한 정직함과 풍요로움이 있다.” (...) 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하게 분열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별도의 소셜 미디어 페르소나, 근무용 인격,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또 다른--- p.될 수 있으면 진정한) 자아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 자연은 이런 조립식 자아를 원하지 않는다. 야생은 우리의 진정한 존재, 내면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일깨운다.
---「28장 야생의 치유」중에서

일단 땅 위의 작은 식물과 균류를 찾으려고 하면 곧바로 편도체가 집중을 하게 마련이다.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존재가 느닷없이 ‘보이기’ 시작한다. 편도체는 감각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 반응도 처리한다. 내 채취 강습생들은 감각의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면서 감정 변화도 겪는다. 많은 사람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어렸을 때 이후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 지각력 고양에 따르는 정서적 자유를 찾으려면 아무것도 계획하거나 실행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응시하기만 하면 된다.
---「28장 야생의 치유」중에서

동식물과 사랑에 빠진 채취인이자 약초 연구자. 4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보낸 어린 시절, 특히 케냐의 자연 속에서 지내던 때부터 식물과 허브에 매료되었다.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삶은 어른이 된 후로도 한동안 이어졌고, 다양한 직업을 섭렵하며 홀로 세 아이를 키우다 쉰 살에 대학에 들어가 약초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스코틀랜드 시골에 집을 짓고 버섯을 좋아하는 두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마음껏 ‘와일드’한 삶을 살고 있다.
“채취만으로 정말 먹고살 수 있을까요?” 채취 강습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 년간 야생식만 먹는 실험을 했다. 마치 고대 인류처럼, 지금 이곳의 자연에서 내 손으로 직접 구한 것들로만 스스로를 먹여 살린 사계절 동안의 삶을 이 책에 담았다.

역 :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왔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야생의 위로』, 『우먼 디자인』, 『맨 인 스타일』,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첫사랑은 블루』, 『완벽한 커피 한 잔』, 『밴 라이프』, 『사랑은 오프비트』, 『세계 예술 지도』, 『피너츠 완전판』,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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