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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참여 후기(2학년 노진호)
작성자 이승은 등록일 16.06.16 조회수 657

연극 경종비사를 감상하고

2학년 노진호

 

경종비사’, 직역하면 경종의 숨겨진 이야기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연극을 보러 간다고 정해졌을 때, 그렇게 큰 기대감을 가지지는 않았었다. 평소에 연극보다는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종비사라는 제목은 계속해서 나의 호기심을 끌었다. 경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경종이 장희빈의 아들이었고, 영조와는 배다른 형제였으며, 항상 허약했고, 당파싸움에 휘둘리는 줏대 없는 왕, 그러다가 결국 서로 상극이라는 감과 게장을 먹고 배탈이 나서 죽게 된 왕, 그 정도였다. 마치 역사 속에서 패배자와 다름없이 기록된 경종의 숨겨진 이야기? 이는 내가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제목이었던 것 같다. 어느덧 68일 연극제 당일, 연극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청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 앉게 되었을 때는 점점 커져만 가던 호기심과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하는 순간, 내가 가지고 있던 연극에 대한 편견들이 산산이 조각났다. 영화의 크고 웅장한 화면, 양쪽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음향효과, 눈을 어지럽게 하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연극은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 배우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알면 알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연출도 참 독특했다. 예를 들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기울어진 옥좌’, 당파싸움에만 신경 쓰는 신하들의 허름한 옷차림과 칼 등을 보며 감탄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야기였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역사는 경종을 패배자로 기록한다. 하지만 경종은 배다른 동생 연잉군(훗날 영조)’과 우애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왕이었다. 비록 즉위한지 4년 만에 승하하고 뒤의 즉위한 영조를 지지하였던 노론에 의해 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자’, ‘심신이 허약한 자등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지만 연잉군이 올린 게장과 감을 먹고 죽기 전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답 없는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연극에서는 역사에 승리자로 기록된 영조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경종이 승하 직전 연잉군에게 너 또한 혈육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자 연잉군은 오열하고, 훗날 자신의 아들인 사도 세자를 뒤주에 가두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연극에서는 승자에 의해서만 기록되는 역사를 비판하고, 사람들에게 승자가 기록하는 왜곡된역사 속에 담긴 진실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고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서 돌이켜보니 경종비사를 통해 참 많은 것들을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연극의 묘미이다. 연극을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예술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예술분류법에 따르면, 연극은 9가지 예술(각각 연극, 회화, 무용, 건축, 문학, 음악, 영화, 사진, 만화)중에서도 제 1예술로 분류된다. 그만큼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훌륭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연극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자주 관람하여 다양한 감성과 지식을 키우는 문화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통찰력이다.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기록 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러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승리자들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비판적 의식 없이 역사를 받아들이다가는 승리자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 다니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역사를 통찰하는 힘을 기르고 왜곡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한 마음속에 담아 둘 수 있었다. 여러모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 것 같아 기쁘고, 다른 사람들 또한 연극의 신비함을 알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처음 개최된 1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의 감상을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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