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겉과 속 1학년 이승원
대중문화에도 겉과 속이 있을까. 이제까지 내가 보았고 꿈꿔왔던 대중문화는 항상 화려한 우상들로 가득했다. 재미있고 웃긴 예능과 토크쇼 , 만화까지 대중문화가 없는 삶이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문화는 지금 우리 삶에 가득 녹아있는 것 같다. 「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중문화를 볼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리모컨과 간접광고 등의 상관관계들을 보면서 새롭고 놀라웠고 가슴 벅차오르기도 했다. 대중문화가 시장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다수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대중문화가 되었고, 다시 다수의 사람들의 생각과 유행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mass culture 가 아니라 popular culture 라고 말 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무작정 추종하고 바르지 않은 것까지 따라하는 의식 없는 대중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옳고 그른 것 즐길 것을 구분하는 대중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중문화를 이용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늘 현명하지는 않고, 그 점이 문화 창작자들이 노리는 대중들의 허술한 점이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유튜브나 SNS,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서 스스로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대중들이 많아지고 있다. 책 후반부에 언급된 대로 대중들은 더 이상 consumer 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들 스스로가 prosumer 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중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만들어갈 수록 상술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끼워 팔기나 얄팍한 속임수라도 팬들은 쉽게 넘어가고 구매하게 된다. 금지시키자는 의견도 나오고 사회적으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우리는 방대한 정보들 중 필요한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것처럼 상술에 속지 않는 것 역시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인 소비자가 해결해야 할 몫인 것 같다. 특별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그런 상술이 큰 폭 줄어들 리 만무하고 제재는 오히려 대중문화를 대중의 손에서 빼앗게 될 것이다. 상술인 것을 알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사탕과 초콜릿을 사게 되는 Day 문화처럼, 거짓인 것을 알면서 하거나 일부로 속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선택은 소비자인 대중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일 듯하다. 대중문화를 창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데 일조한 사람들은 당연히 충분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 등을 통해 출연료 논쟁이나 제작비 부족 때문에 생활고에까지 시달리는 제작자들을 접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 제작을 목표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에 입장에 조금 더 정이 가고 마음이 가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제작자들과 스태프들의 상대적 지위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기 전에 관객들의 구미를 가장 당기는 매력적인 것이 출연진이기 때문에 감독들은 톱스타를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오랜 정성을 들인다. 나처럼 좋아하는 감독과 작가의 작품을 챙겨보는 소수 마니아 팬 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톱스타가 출연한 작품을 골라 보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톱스타는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톱스타에 열광한다. 분명 스타들은 작품 흥행의 주역이고 보상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스태프들이 없었다면 영화는 절대 빛을 보지 못했을 텐데 스타들만 많은 로열티를 챙기는 것이 맞는 일일까. 스타의 자존심이라면 자존심이겠지만 스타들의 막대한 출연료를 위해 스태프의 급여를 줄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흥행하지 못한 영화임에도 오십 퍼센트 가량의 제작비를 스타들에게 지불하고 빚을 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들이 정말 안타깝다. 스타들은 출연작이 흥행하고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되면 억 대 출연료를 받으며 각종 광고나 프로그램들에 출연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부수입이 없는 스태프들이 스타의 출연료를 위해서 마땅한 급여를 못 받는 것은 옳은 일인가? 스타가 대신 출연료를 적게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조율을 통해 모두가 급여를 받으면서 더 성숙한 작품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스타의 로열티가 높아질수록 제작비는 부족해지고 그를 대체하기 위해 간접광고의 양을 늘리게 된다. 이는 곧 작품성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와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조금 더 발맞춰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리모컨을 ‘텔레비전의 속도 혁명을 견인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 리모컨은 텔레비전을 어떻게 바꾸었나.’라는 장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였다. 가장 많은 공감을 불러오기도 했고 이런 생각을 한 필자가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진로와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우습게도 두근거리기도 했다. 리모컨 덕에 광고가 나오는 시간에는 다른 채널을 틀고 있기 쉬워졌다. 광고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광고주의 영향력이 큰데, 시청자들이 광고를 보고 있지 않으니 방송 속에 자연스럽게 광고를 녹여내게 되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거나 보기 거슬릴 때가 많다. 최근 보았던 ‘슈퍼스타 K5’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음료와 쇼핑 어플리케이션, 카드를 억지스러울 정도로 자주 출연시켜 불편함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책과는 다르게 나는 리모컨이 불편함만 가져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솔직한 대중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 것도 리모컨이라 볼 수 있겠다. 리모컨의 발명으로 더욱 쉽게 채널을 돌릴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자극적이고 강렬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시청자의 눈길이 머무는 다만 몇 초 안에 그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시간 내내 양질의 스토리와 엄선된 재미가 담겨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반대로 순간의 시청자를 잡기 위해 잔인하거나 선정적이고, 디스로 가득 찬 프로그램도 많다. 어떤 사람들이 저급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프로그램들을 많은 시청자들이 애청하고 있다. 즉 이 솔직함이 대중들이 원해왔던 새로운 내용이라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이기에 대중을 위해 선정적인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연령제한만 잘 표시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리모컨의 발명으로 대중이 미처 내뱉지 못했던 솔직함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은 분명 자극적인 얘기를 좋아하고 함께 웃는다. 대중들이 원하는 문화인데 저급하면 어떻고 유익하지 않으면 어떨까? 시비를 구분할 수 있는 선에서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대중문화 중에 웹툰이 있다는 것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한 장에서 그치지 않고 웹툰의 미래에 대한 내용도 더 담겨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웹툰을 꾸준히 챙겨보고 좋아하는 애독자로서 웹툰의 발전가능성은 정말 기대된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웹툰도 좋고 재미있지만 다방면으로 웹툰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연봉신 – 미티, 네이버 웹툰’ 과 같은 브랜드 웹툰은 기업이미지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또‘모자 뜨기 클럽 – 김 진, 네이버 웹툰’ 은 현재 실시 중인 기부 활동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웹툰에 접목시켰다. 처음에는 재미 목적으로 이 웹툰을 보던 독자들도 만화를 보면서 기부 활동에 동참했다고 하니 웹툰의 다양한 활용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또 웹툰은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를 좀 더 쉽게 풀어내고 있다. ‘모두에게 완자가 – 완자, 네이버 웹툰’ 은 레즈비언인 작화가 완자가 여자 친구와 연애하는 내용과 동성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상툰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가 성 정체성을 찾았다는 사례들도 있고 커밍아웃 한 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자세도 배울 수 있다. 꼭 알아야 하지만 글이나 말로는 쉽게 와 닿지 않거나 설명하기 불편한 소재를 웹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웹툰은 많은 사람들을 달라지게 하고 마음을 녹이는 점에서 영화나 텔레비전과 비슷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관심사, 진로와 직결된 내용을 담은 책이었기에 나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서 읽으면서 자꾸 감탄도 했다. 대중문화는 깊게 그리고 넓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종류는 점점 많아지고 깊이는 점점 깊어진다. 가장 많은 수의 대중이 원하고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다가도 책속에서 본 시청률 표가 떠오른다. 재미 위주의 솔직한 프로그램과 유익한 프로그램이 적절히 분배되어 있지만은 않았다. 분명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어렵거나 조금은 딱딱하기 때문에 시청률 부진으로 폐쇄된 알찬 프로그램들. 힘들겠지만 그런 내용들까지 안아서 재미와 적절히 조화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PD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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