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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춘계현장체험학습 수필쓰기 대상 (1학년 김남훈)
작성자 이승은 등록일 16.06.10 조회수 840

1학년 김남훈


 화창한 봄날이었다. 고등학교로 와서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빡빡한 일정과 줄어든 수면시간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올라와있을 때, 이틀간의 시원한 체육대회가 그것을 터트려 주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스트레스를 완전히 몰아내고 다시 지식을 받아낼 준비를 하기 위하여, 고등학교의 설레고 풋풋한 첫 봄소풍을 다녀왔다.

 비몽사몽, 몸을 이끌고 광장에 도착했더니 아직은 새벽공기가 남아있었다. 친구들과 어제 체육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어느새 세광인들로 광장이 꽉 차 있었다. 선생님들의 말씀과 당찬 포부를 듣고, 소녀 상 주변 청소를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청주에 살면서 청소년 광장이라는 것이 있는 지도, 또 그곳에 소녀상이 있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산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너무 나의 삶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괜히 빗자루 질만 거세졌다. 앞으로는 관심을 더욱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 B는 수암골이 포함되어있어서 잠시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친구들과 정말 오랜만에 시내를 걸어보니 기분이 붕 떠올랐고 어떤 면에서는 잠시 슬퍼졌다. 예전에는 매우 당연하고 일상 같았던 일들이 지금은 하기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니, 살짝 우울해졌다. 또 어떤 면에서는 고등학교의 삶도 언젠간 이렇게 되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는 분명 고등학교의 삶을 돌아보면서 후회나 회상을 하겠지? 둘 중에 후자의 삶을 나중에 살겠다는 다짐을 느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걷다 보니 한 중학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중학교 돌담에 장미가 쭉 피어있었는데 그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멀리서 보면 전부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꽃의 모양, 꽃 색깔의 채도, 명도가 하나하나 전부 달랐다. 마치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인 우리지만 얼굴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 전부 개성 있는 아이들인 세광고 학생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에서 쭉 올라와서 계속 걷다 보니 영광의 재인이란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 나왔다. 잠깐 다른 얘길 하자면, 나의 꿈은 영화 감독이다. 그런데 드라마 촬영지를 보니 나의 꿈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PD와 영화감독은 차이가 분명 있지만 이 글에서는 비슷한 존재로 취급하겠다). ‘저 드라마를 찍은 PD는 분명히 드라마에 대한 사전 조사를 위해서 이 곳에 답사를 와서 어떤 장면을 찍을지를 구상하고 또 많을 상상을 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내가 영화를 만든 다면 어떤 장면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시작하였다. 내가 상상력을 펼쳤던 장소는 한 골목이었다. 매우 낮아서 아담한 느낌을 주는 회백색 빛깔의 담장들은 쨍쨍한 햇빛과 대비되어 매우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어떤 면에서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의 난장이 가족들이 옹기종기 아옹다옹 살고 있을 법한 느낌을 받았고 또 호빗의 샤이어의 골목이 근대 한국으로 배경을 옮긴다면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공상의 순간들이 너무 기쁘고 즐거웠다. 현장 체험 학습시간에도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꿔보는 작업은 정말이지 상큼하고 짜릿했다. 덕분에 단순한 노동인 도장을 파는 시간에도 공상과 친구들의 이야기로 즐겁고 흥미로웠다. 비록 도장의 결과물은 처참하다시피 끔찍하였지만 도장에 새겨진 내 이름 보다 내 마음 속에 내 추억이 새겨진 것 같아 더욱 보람찼다.

  간만에 밖에서 사식으로 식사를 한 뒤에, 교육과학연구원에서 과학에 관련된 영상을 보았다. 내가 만들어 보고 싶은 영화 중에 하나가 SF 장르라 매우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내 예상을 깨고,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은 영상물이 아니라 영상물을 보는 방법이었다. 당연히 평면 스크린에서 곧은 직선자세로 감상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누워서 반구 모양의 스크린을 보았다. 소통의 방식을 깨트린 파격적인 행동이라고 나는 인식했다. 나중에 내가 커서 만들 소통의 다양화에 생각을 좀 더 넓혀주는 생각인 것 같았다. 안의 내용물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그 커버가 충격적일 만큼 신선해서 그 실망을 감춰주었다.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화창한 봄날, 싱그러웠던 기억들을 남기고 내 고등학교 첫, 그리고 인생의 10번째 봄소풍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내 진로와 관련된 일들이 곳곳에서 폭폭 뛰어나와 나를 놀라게 해주면서 나의 생각들을 좀 더 넓혀준 참 된 경험이었다. 이제 기쁨과 행복을 뒤로하고 나의 미래를 준비하려 무거운 걸음들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나에게 기분 전환과 충전이 되어준 봄 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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